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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상민 Mar 03. 2023

<귀멸의 칼날 :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단평

팬덤을 위한 재공개와 선공개, 영화관에서 무언가를 보는 의미의 변화

사실 크게 할 말이 없을 작품입니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극장에서 개봉한 뒤 2기 초반부 TV 사이즈에 맞춰 잘라 방영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비슷한 겁니다. 정확하게는 2기(환락의 거리편) 10화와 마지막화 11화, 그리고 4/9부터 방송 예정인 3기(도공 마을편) 1화를 미리 극장에서 선공개하는 목적의 작품입니다.


110분의 러닝타임 중 절반 넘게가 2기 10-11화를 그대로 붙였기에 이미 2기를 보신 분이라면 이미 한 번 본 에피소드를 더욱 큰 화면과, 풍성한 사운드로 보는 의의 정도만이 있는 화면에 절반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시당초 ‘월드투어 특별상영’이라는 말을 붙이며 별도로 개봉용 편집은 없음을 암시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엔딩 스탭롤이나 ‘지난 이야기‘ 스러운 장면을 별도 편집 없이 붙일 줄은 몰랐죠.) 그러기에 IMAX나 4DX 개봉을 더욱 강조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2기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던 10-11화를 더욱 박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보는 것도, 미리 유료로 공개하는 3기 1화에서 드러나는 더욱 화려하며 섬세한 2D와 3D을 절묘하게 결합한 애니메이션의 연출과 기술은 무척이나 좋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그렇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오랫동안 고민한 두 차원의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자연스럽고도 더욱 매력적으로 이어지리라고는 몇 년 전만 해도 생각 못했을 시퀀스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정말 일품이죠.


하지만 어찌되었든 ‘극장 개봉’을 조금은 상정했더라도, 결국은 TV나 VOD 공개를 우선 순위로 두고 제작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총집편’도 아닌 작품이 이렇게 개봉이 되고, 다시 전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는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춰는게 좋을 작품입니다.


이전 미디어오늘에 게재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569 이래저래 이 작품은 ‘팬덤‘을 철저하게 노린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무한열차편‘도 팬 이외에게 불친절한건 매한가지였지만, 이 작품은 그냥 TV 방영본 중에서 일부 에피소드를 뚝 잘라 영화관으로 가져온거라 원작을 안 본 사람이면 더욱 이해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흥행을 한다는 것은, 특히 한국은 개봉 첫날인 3/2에 그 전날 대규모로 개봉한 <대외비> 상영횟수의 절반도 되지 않게 상영이 되었음에도 무려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어쨌든 보는 사람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존재함을 보이는 거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전부터 <신세기 에반게리온 사도신생> 같은 총집편의 개봉 상영, 철저히 팬덤을 위해 극장용 작품을 제작하는 전략은 통용되었지만 <귀멸의 칼날>의 흥행은 이래저래 그 전략이, 그리고 팬덤이 일본을 넘어 한국 등 해외에도 먹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관점으로 좀 더 볼 여지는 분명하죠.


물론 이런 작품의 흥행이 과연 얼마나 영화관의 장래에 긍정적일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적당히 상영관과 회차를 확보한 블록버스터의 흥행이 당연하던 시기는 얼마나 또 긍정적이었나요. 앞서 언급한 미디어오늘 게재글에도 비슷하게 언급했지만, 마치 책이 하나의 ’굿즈‘가 되듯 ’영화관에서 무언가를 보는 것‘도 하나의 무형적 굿즈 소비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 작품의 글로벌 흥행은 작품 자체의 박력과 흡입력, 기술적 완성도 이상으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행위가 현재 진행형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덤. 4DX관에서 봤습니다. 좌석읗 엄청 흔들고, 효과를 많이 넣었더군요. 맨 처음 일본 배급사 ‘토호’ 특유의 렌즈 플레어처럼 원형으로 반짝이는 로고에서 플래시 효과를 넣은 것은 좀 헛웃음 나왔던… 센스라면 센스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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