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나리타 스토리 : 이카루스의 추락> 단평

투쟁에 뛰어든 학생 운동권의 이야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다

by 성상민

전주국제영화제 2017, 다이시마 하루히코 <나리타 스토리 : 이카루스의 추락> 단평.

일본의 사회운동사와 민중투쟁사를 아는 이라면, 1960년대 중후반부터 산리즈카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나리타공항 건설 반대 투쟁을 알 것입니다.

http://m.newscham.net/news/view.php?board=renewal_col&nid=26651&page=1&category1=180 <참세상>의 해당 칼럼에서도 언급하듯, 나리타공항 건설 반대 투쟁은 국가의 일방적인 건설 강행으로 벌어진 길고 긴 싸움이자, 고도성장 시기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를 결정지은 중대한 사건이었죠. 하다 못해 오제 아키라의 만화 <우리 마을 이야기>(길찾기 간행)을 봤던 사람이라면, 이 투쟁이 현대 일본에 어떤 파장을 미쳤는지 아실 것입니다.

일본의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비디오 액티비스트였던 오가와 신스케는 이 투쟁의 기록을 총 7편의 다큐멘터리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다이시마 하루히코는 오가와 신스케의 뒤를 이어 2015년 <나리타 스토리 : 산리즈카에 살다>를 시작으로,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현재를 생각하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작이 산리즈카 주민들의 기억을 중심으로 투쟁을 재구성했다면, <나리타 스토리 : 이카루스의 추락>은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외부에서 달려왔던 좌익 학생 운동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무척이나 중요했던 싸움, 하지만 40년 이상 지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던 싸움. 전공투를 구성했던 개별 학생정파들은 (중핵파, 마르크스-레닌파, 혁마르파, 제4인터내셔널, 프롤레타리아학생동맹) 각자의 이상을 가지고 운동에 뛰어들었고, 일말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동시에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뜻을 접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 현실을 직시할 것인지- 그래도 끝까지 투쟁을 밀어붙일 것인지 사이에서 격화된 내부 갈등, 그리고 운동의 틈새를 더욱 벌어지게 만든 정부의 개입. 빛나는 성과도, 아쉬운 문제점도 모두 공존하며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싸움에 대하여 다큐멘터리는 이 모든 지점을 모두 담아내려 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나리타공항 반대 투쟁을 단순히 과거의 투쟁으로 박제시키지도, 오욕으로 가득한 투쟁이었다며 격하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1960-1980년대를 휩쓸었던 중대한 사건으로써, 투쟁이 걸었던 역사를 묵직하게 반추합니다.

특히 여전히 철거민 투쟁이 빈번하고, 평택 미군기지-쌍용차 투쟁,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 그리고 현재 성주에서 벌어지는 사드 반대 투쟁이 벌어지는 한국이라면 무척이나 시사적일 작품이 아닐까요. 현재 투쟁을 바라보는 차원에서라도, 시간이 흐른 뒤 투쟁을 다시 되짚어 보는 차원에서라도 다이시마 하루히코의 새로운 산리즈카-나리타공항 연작 작업은 운동은 물론 액티비즘 다큐의 방법론적인 면에 있어 하나의 흐름을 제시합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 하나의 결과를 맞이한 운동을 다시 말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은 탓에 운동을 다시 돌아보는 것을 물론 평가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김일란-이혁상의 <공동정범>, 김정근의 <그림자들의 섬>, 그리고 최근 발표된 주현숙의 <빨간 벽돌> 같이 지난 운동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선택을 통해 새로운 운동의 길을 모색하는 작품이 점점 나오고 있죠. 조금씩 운동을 다시 바라보는 다큐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에서 <나리타 스토리 : 이카루스의 추락>은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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