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단평

주제와 개그 코드의 불균형 속에서도 자아내는 흥미

by 성상민


트로마 영화사에서 각종 B급 호러 영화의 각본을 만들고, <슬리더>로 첫 감독 데뷔를 했던 제임스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성공적인 마블 영화를 만들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작에서 느껴졌던 대로 제임스 건 특유의 B급스럽고 마이너한 감성은 여전합니다. (대체 누가 이 작품에 데이빗 핫셀호프나 <전격 Z작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망한 음악 플레이어 Zune, 그리고 촉수물이 나오리라 생각했겠습니까.) 여기에 전작에서도 호평받았던, 마치 서커스와도 같은 현란하고 빠른 리듬의 액션도 여전해요. 다만 문제는 주제입니다.


전작이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이들이 함께 협력해 공동의 적을 물리친다'였다면, 이번 후속작은 그리 단순치 않습니다. 전작에선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 '가족', 그리고 '아버지'의 문제가 상당히 비중있는 요소로 자리잡습니다. 작중 욘두의 대사대로 "씨를 뿌린다고" 바로 아버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혈연 관계를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영화는 에고(커트 러셀)과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타노스와 가모라(조 샐다나)-네뷸라(카렌 길런)의 뒤틀린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것이 피로 이어진 것이 전부가 아님을 드러냅니다.


특히 작품의 중심이기도 한 에고-스타로드의 관계는 (감독이 이름을 가지고 중의적인 의미를 부여서하면서 까지) 거의 대놓고 아버지가 아들을 수동적으로 대하는 자세, 다시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가지는 반감을 형상화하고 있어요. 마치 'Ego'가 단순한 캐릭터의 이름이 아니라, 심리학적 (또는 정신분석학적) 차원의 '자아'를 드러낸다고 할까요. 이렇게 혈연으로 이러진 관계가 파탄을 드러낼 때, 전작에서 어렴풋이 드러낸 주인공들 사이의 유대는 '또 다른 가족'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전작에서 드러낸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좀 더 심화시켜 전개하지만, 문제는 제임스 건 특유의 B급스럽고 때로는 성적이기도 한 개그와 섞어서 전개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코드가 맞다면 언밸런스한 두 요소를 재치있게 섞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게 접니다.), 작품의 주제와 개그 코드의 온도차가 꽤 큰 편이라 결국 불균형할 수 밖엔 없게 됩니다. 주제나 개그 코드 둘 중 하나는 손을 봤어야 했어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전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맞춰 전개해야 한다는 마블 영화의 한계를 최대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는 미덕이 분명 있죠. 80년대 미국 팝이나 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특히 데이빗 핫셀호프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기억난다면), 무거운 주제를 말하는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터지는 B급 감성의 개그가 끌린다면 전작보단 좀 아쉬워도 여전히 즐거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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