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 <언노운 걸> 단평.

목적이 너무 앞서고 만, 프랑스 공동체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

by 성상민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는 말을 먼저 꺼낼 수 밖엔 없습니다. 미스터리라 하기엔 너무 단선적이고,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행보 역시 자연스럽지 않고 감독들의 목적이 선행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덴 형제가 왜 이런 스타일로 영화를 풀어야 했는지는 이해갑니다.

마치 아키 카우리마스키가 <르 아브르>에서 공동체 내부의 협력으로 빚어낸 활극을 통해 이민의 문제를 풀었다면 다르덴 형제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현재 프랑스-벨기에 사회의 현재와 이민의 문제를 짚으려 한 것이죠. 누구 하나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될 문제, 그러나 점차 공동체가 깨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단면으로써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직설적으로 말하기 위해 영화는 주인공인 의사 제니(아델 에넬)에게 직접적인 캐릭터성 변화를 줍니다. 대형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곧 문을 닫을 프랑스 지역 의원의 임시 의사로 가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무관심'으로 인해 한 이주민 소녀가 사망했음에 죄책감을 가지고서 대형 병원으로의 이직도 포기하며 잠시 머무를 줄 알았던 작은 병원을 계속 운영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인간성 대신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강조하던 제니는 어느덧 지역 공동체 의료 체계의 기반인 지역 의원에 계속 상주하며 공동체성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려 하지만,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녀가 그 누구도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죽은 이주민 소녀에게 ('언노운 걸') 다가가려 할 수록 공동체의 폐부에 닿는다는 것입니다.

마냥 따뜻하고, 포근할 줄 알았던 공동체는 이주민이나 여성 같은 소수자에게 점차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이 과정에서 제니는 많은 갈등에 시달리지만 결국 공동체를 지향해요.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고, 매우 이상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철저히 개인을 신경쓰며 공동체와 거리를 둘 것이냐,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동체와 함께 할 것이냐.

두 시선 모두 장단을 갖고 있지만, 다르덴 형제는 그간 만들었던 작품에서 드러냈듯 후자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려 합니다. 공동체와 함께 한다면서 환자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과 시선도 쉽게 마주치지 못하던 제니가 차츰 시간이 흐르며 시선을 마주치려 노력하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적 연출도 이를 뒷받침해주죠. 단지, 너무 마음이 앞서는 듯해 아쉬울 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최근 끝난 프랑스 대선에서 감지되었다 시피, 분노와 혼란 속에서 점차 갈피를 잃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사회에 이전보다 더 가깝게 메스를 들이대고 싶은 욕구가 느껴지고요. 물론 한국이라고 해서 절대 자유롭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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