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행콕이 만든 서늘한 자본주의 시대 성공 신화
<루키> <블라인드 사이드>, 심지어는 (디즈니에서 만들었으니 당연하지만) 월트 디즈니를 제대로 미화했던 <세이빙 Mr. 뱅크스> 까지 존 리 행콕은 인물 드라마를 계속 만들어왔습니다. 시대도 저마다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어찌되었든 온갖 편견과 고난을 겪고 목표를 이루는 인간 드라마였죠.
<파운더> 역시 인간 드라마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성공 신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죠. 존 리 행콕의 전작들처럼 말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이자 맥도날드'컴퍼니'의 설립자 레이 크록은 결코 선하지 않으며 선하게 그려지지도 않다는 겁니다. 대단히 탐욕스럽고, 끝없는 욕망의 화신이죠. 성공을 위해서 남을 등쳐먹기도 하고요. 도덕적으로 비난받기 좋지만, 어쨌든 그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성공'의 여정을 무척이나 뒤틀린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로 그려냅니다. 누구나 노력하고 근면하게 일하면 기적을 이룰 수 있나는 아메리칸 드림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상품'이 됩니다. '상품'의 원래 주인은 막대한 자본 공세 앞에 자신이 일군 신화를 남에게 넘기고 말죠. 좋게 말하면 '기업가 정신', 허나 실제로는 온갖 우회와 편법-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삼는 '탐욕'을 토대로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라는 하나의 분업 신화를 자기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영화는 이를 매우 담담하게, 그리고 서늘히 묘사합니다.
마치 존 리 행콕이 <소셜 네트워크>를 자기식대로 영화화했다고 봐도 믿을 정도에요. 게다가 몇몇 부분에선 <시민 케인> 같이 20세기 초 무수히 나온 미국 초기 자본주의 하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신화의 오마쥬마저 느껴집니다. 비록 <파운더>는 <소셜 네트워크>처럼 감각적인 촬영과 편집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 케인>에 있었던 주인공이 응당 지어야할 비극은 '분업화'되어 그 대신 그와 엮인 주변 사람들이 나눠지죠.
마치 작중에서 레이 크록이 조국을 위하여 프랜차이즈로 만들자고 강변하듯 영화는 미국의 역사가 곧 자본주의의 흐름이며, 다시 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표상이 '맥도날드'임을 보여줍니다. 끝을 모르고 뻗어나가는 패권, 그 욕망을 포장하는 '아메리칸 드림'. 비교적 평이한 연출이지만 이러한 메세지가 너무나도 강렬합니다.
그의 전작 <블라인드 사이드>의 실제 주인공인 흑인 입양아 출신 특급 미식축구 유망주가 결국 현실에서는 계속 '주목만' 받다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커리어를 마감했듯이, 존 리 행콕은 '성공' 뒤에 숨겨진 민낯을 들춰내며 차갑게 작품을 전개합니다. 자기가 이미 많이 해본 이야기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에요.
그리고 실화 소재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실제 주인공들이 겪은 삶'의 모습에서 크록 부부가 '많은 재산을 기부하며 살았다'로 끝나며 영화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아이러니힌 신화의 끝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파운더>는 미국 자본주의의 단면을 말하는 날선 작품이 되며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