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렌디드>의 실패를 바탕삼아 나온 메타 스릴러
작품을 말하기에 앞서 이름 하나를 더 꺼낼 수 밖엔 없습니다. 바로 이 영화의 제작자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죠. <나이트 워치> <데이 워치>로 러시아에서 주목을 받은 이후, <원티드>로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그 감독 말입니다. 원래부터 러시아에서도 영화 제작을 하고 있던 티무르는 조금 특이한 시도를 프로듀싱 영역에서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2015년에 개봉했던 <언프렌디드 : 친구삭제> 였죠. 냉정히 말해 그 작품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철지난 소재의 집대성인건 물론, 전개도 고리타분했으니까요.
하지만 주목할만한 시도가 하나 있긴 했습니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또는 휴대폰 스크린 안에서 전개하는 것이었죠. 작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심리는 활자나 이미지로 옮겨져 컴퓨터 위에 드러나고, 영화는 이를 옮기는 식으로 연출을 풀었습니다.
<서치>는 <언프렌디드>의 시도를 좀 더 성공적으로 풀어냈다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서치> 역시 <언프렌디드>와 비슷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참신하지 않거든요. 조금이라도 추리 스릴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쉽게 범인과 진상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서치>가 <언프렌디드>와 달리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언프렌디드>는 흔한 이야기를 뻔한 문법으로 풀다 실패했다면 <서치>는 철저하게 컴퓨터-모바일-온라인의 영역에 서사와 연출을 재조립하면서 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티무르의 이런 시도도 마냥 처음이었던 건 아니죠. 이미 미디어아트에서 한참 전부터 시도하던 작업이기도 하거니와, <크로니클>이나 최근에는 미카엘 하네케의 <해피엔드> 같은 작품도 부분적으로 시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티무르의 작품은 영화의 모든 구성 요소를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미니 스크린’ 내부에 구축하며 풀어낸다는 점에서 ‘포스트시네마’의 자장과 무척이나 밀접하게 붙어있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샷이나 인서트 푸티지를 직조하는 방법에서 기존 영화와는 필연적으로 차이를 가질 수 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두 인물 사이의 대화 장면이 전통적인 영화였다면 풀 샷으로 인물 모두를 담아내거나 계속 점프샷을 시도하며 인물을 담아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치>는 이를 스카이프나 페이스타임으로 대화함을 전제로 풀어냅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자칫하면 이상해질 두 인물 샷을 대칭으로 붙인 몽타주가 영화는 ‘서로 원격으로 영상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상정하며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이 모두 스크린 정면을 보도록 설계되어 관객에게 자연스레 제시되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스크린의 원근법이 평소와는 다른 소실점을 향해 집중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서는 쉽게 시도될 수 없었을 (대놓고 말해 편집 실수 소리 들을) 몽타주나 컷의 배치가 연출자와 관객이 모두 ‘현실적이라 생각이 가능하도록’ 맥락을 잇고, 꽤나 그럴 듯 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영화의 연출은 독특하며 재치가 넘칩니다. <언프렌디드>에서는 매우 어설픈 형태로 작은 스크린과 저화질의 영상을 스크린에 옮기며 삐끗하며 좋은 소리를 못들었지만 <서치>는 어떻게 해야 장르적으로 완결성있게 우리에게 익숙한 PC-모바일 스크린을 재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납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기술적으로 VR의 가상현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 시도했다면 <서치>는 기술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긴 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문법과 PC-스마트폰 커뮤니케이션의 문법을 어떻게 하나의 빅 스크린에 옮길 수 있을지를 꽤나 골몰한 흔적이 군데군데 묻어납니다. 뻔하고 익숙하지만, 역설적으로 제대로 시도된 적 없는 시도기에 독특함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작품은 일반 관객들에게도 흥미롭지만, ‘포스트시네마’나 미디어아트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 흥미를 주지 않을까요. (소위 ‘스마트폰용 소설’인) DMM Teller나 <레플리카>, <수상한 메신저> 같은 게임의 메타 디자인이 흥미로웠던 플레이어-개발자-연구자라면 기존의 미디어 문법을 어떻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녹여내며 서사와 연출을 심을 수 있는지 <서치>를 통해 힌트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곧 <언프렌디드> 후속편도 나오고, 티무르 본인도 <서치> 마냥 메타적인 영화 <프로필>을 만들던데, 어떤 감각을 선사할지.
추신. IT에 관심이 많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윈도우XP 시절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해왔다면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변하는 소프트웨터-인터넷 서비스의 디테일이 흥미로울 겁니다. 유튜브-스카이프 UI의 변화나, 스팸메일 같은 부분에 있어서 말이죠. 물론 라이브리크도 <언프렌디드>에 이어 나옵니다.
추신2. 그러고 보니 (비록 소니 컬럼비아의 B급 라인인 스크린젬스-스테이지6로 나오긴 했지만) 이정도로 아시아 인종이 전면에 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이 있었는지. 근래 <서울 서칭>이나 <콜럼버스> 같은 작품이 있긴 했지만, 스케일이나 배급은 <서치>가 더 크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