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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Dec 03. 2024

멀리 있는 적

2024. 12. 3.

궁사가 아주 멀리 있는 적을 맞추려 할 때는 표적의 몸통을 향해 쏘지 않는다. 표적보다 아주 위를 노려야 화살이 떨어지며 표적에 도달할 수 있기에 멀면 멀수록 더 높은 곳을 노려야 한다. 적을 사살하기 위해서는 적을 조준해선 안되고 적의 머리 위, 하늘을 겨냥해야 적의 몸통을 맞출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론이 있다. 바로 3배 원칙이다. 어떠한 일이던 계획한 기간의 3배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고, 예산이 3배 초과되는 게 흔한 일이라는 점이다. 왜 그렇게 오차가 극심할까? 표적을 제대로 노리지 못해서? 아니 표적만 노렸기에 오류가 발생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모든 게 완벽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구성원이 감기나 몸살에 걸려 휴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금의 날짜가 제 때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성원 중 일부가 갑자기 관혼상제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 사용하는 기술의 치명적 결함이 발견될 수 있다. 기획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경우의 수가 포함되면 결국 3배가 늦춰지고, 3배나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현명한 기획자와 현명한 기업가는 예상 밖의 상황을 줄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어떤 조직은 일이 진행됨에 따라 정확한 측정이 되지 않는 막연한 기획을 계속 가져오기도 한다. 정확한 측정이 없는 막연한 목표는 막연한 기획을 만들고, 막연한 기획은 느슨한 개발을 만들고, 느슨한 개발은 치명적 에러를 야기한다. 결과적으로 다시 처음부터 목표를 설정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 기현상의 근원은 어디인가? 바로 수뇌부이다.


어떤 이가 거대한 목표를 품었다고 해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아이디어의 뒷면에 감춰진 수많은 경우의 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만 가지 행동의 집합이 이뤄져야 한다. 최적의 길을 찾아 위협을 줄이는 것을 우리는 통찰력이라 말할 수 있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길이 쉬워 보이지만 그 길은 목적지로 직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언제나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길이다. 그래야만 목적지에 제때 도달할 수 있다.


개발에서 80/20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있어 80% 완성에 들어가는 시간과 나머지 20%에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마무리 작업에서 조정해주어야 할 것들이 대단히 많고, 세밀하기에 모든 경우의 수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명한 기업가들은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사업을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가 최적만을 노리는 기업가는 언제나 딜레이 되는 상황을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이는 마치 주사위를 던져 매번 6이 나와 게임을 이기겠다는 마인드와 같다. 매번 6만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 사기를 치는 것이다. 사기 주사위가 아니고서야 그런 일은 현실 세계에 일어날 수 없다.


그러니 주어진 태스크의 무게를 가볍게 측정하지 말고, 업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휴먼 에러와 온갖 케이스에 대해 정량적 대비를 하는 것이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가령 평균적으로 직원들이 병가를 연중 5일 사용한다면 업무 계획에도 이를 반영할 수 있다. 위험 요인에 대한 정량적 예상을 바탕으로 목표 기준을 높이게 되면 어떠한 업무던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보다 예측된 시나리오 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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