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8.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도부는 거래를 했다. 승리를 위해 거래를 했고 '그 일'을 실행시키는 과정에서 발각되면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소수의 핵심 인물들이 '그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민주주의를 부수는 수준의 일이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밝혀진다면 그들의 역사적 오명은 감출 수 없을 것이고, 대대손손 내려가며 추악한 위선이 다 밝혀질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형태의 승리를 모두가 바란 건 아니었다. 전략을 담당하는 인물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더럽기로 소문난 곳이 그곳이라지만 그곳에서도 최소한의 도덕이 있는 곳이었기에 판 짜기와 모략에 능숙한 그들도 '그 일'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략팀 인원들의 의견이 그러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 '위'에서 정한 일이었고 승리를 담보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황당하겠지만 이미 한 배를 탔던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상황은 최초에는 전략팀 인원들과 지도부, 그리고 '위'와 연결되어 거래를 하고 있는 소수의 핵심 멤버들을 통해 이뤄졌다. 그들이 어떻게 그런 위험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당연하게도 사조직으로 그들은 이익을 공유하고, '위'와 거래하고 있었으며, 사상적으로 경제적으로 서로의 운명을 끝낼 수 있는 운명 공동체로 살고 있었다.
운명 공동체라는 게 별개 아니다. 뇌물을 준 사람과 뇌물을 수수한 사람. 이 둘의 뇌물 또는 뇌물에 상응하는 거래 관계가 입증될 수 있고, 이것이 법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라면 그들은 법에서 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랬기에 이 둘의 관계는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산다. 이런 관계에서 정의나 도덕, 게임의 규칙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처음엔 더 쉬운 돈과 더 쉬운 권력을 위한 거래였지만 거래의 숨은 값은 그들의 목숨과 족히 수십 년간 남을 명예였다.
문제는 이러한 승리를 모두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반박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승리를 떠먹여 준다고 했으니 모두들 그러려니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나름 각 지역에서는 날아다닌다는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위'의 힘과 결정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등신들이었기 때문에 주어진 자리에 앉아서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선'을 넘어버렸다. 선을 넘었기에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이들은 바로 조직을 떠났다. 양심을 버린 이들은 모든 전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바빴다. 행동의 정당화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법뿐이다. "우리가 악한 방법을 쓴 이유는 우리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너희가 나쁘기 때문이야." 어린애들스러운 생각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방법 말고는 그들의 죄악을 변명할 거리가 없었다.
문제는 거대한 악을 실행할 때는 거대한 증거도 남는다는 것이고, 이를 감추기 위해선 거대한 증거를 열지도 못하게 할 아주 강한 자물쇠가 필요한 법이다. 거대한 증거와 악은 이미 있는데 자물쇠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바로 몇 개 남지 않은 권력의 핵심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포섭하여 증거를 열지 못하도록 항전하면 되는 것이다. 증거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은 모조리 리스트에 올려 감시를 진행한다. 또한 상대편에도 후원을 명목으로 스피커를 만들어 조종한다. 결과적으로 '그 일'은 언급되어서도 안 되는 주제로 만들고, '그 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일로 만들어야만 했다.
이들은 약속을 했다. "우리가 너희를 단독으로 매번 승리하게 만들어주마." 솔깃했다. 매번 힘의 균형이 요동치며 파리목숨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 말이 얼마나 달콤했을까. 그러나 그들은 이 거래를 통해 최소한의 양심까지도 모두 버려야 했다. 사람들을 속여야 했고,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이들을 악마화해야 했다. 통탄할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한 인물들은 사살하고 자살로 위장된 타살을 가행한다.
전쟁이 꼭 총과 포로 이겨야만 하는가? 적국의 수뇌부를 모조리 수하에 두면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러면 총을 쏘지 않아도 성문을 열도록 할 수 있고, 성문을 열어 곳간에 쌓인 식량과 금은보화를 수레에 담아 편안하게 끌어올 수 있다. 이들은 언제나 밖과 안을 함께 공격해 왔고, 이러한 사실은 바뀐 적이 없다.
아득히 선을 넘어버린 이들을 보며 몇몇은 두려움에 떨어 도망갔고, 몇몇은 침묵했고, 몇몇은 악마와 계약을 하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꿀을 주워 먹으며 목숨을 연명했다. 이들의 위선과 죄는 대대손손 알려지고 기록되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거래한 자들이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대가로 독특한 형태의 금전이 오고 갔다.
이 글을 보고 이해를 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그들의 거래를 추적하면 된다. 절대 거래 없이 목숨을 걸고 최악의 악을 감싸주지 않으며, 거래 없이 그들을 겁박할 수도 없다. '그 거래'를 통해 정말 많은 걸 밝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