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도 남들보다 천천히, 즐겁게 치는 피아노
17살, 피아노가 치고 싶어졌다.
하루는 스캇브레너 목사님의 집회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피아노로 찬양하시는 모습을 보고 꿈이 생겼다.
'나도 저렇게 찬양을 하고 싶다.'
'지금 시작하면 10살 꼬마들보다 못하겠지만, 20년 뒤엔 목사님처럼 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치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
이 마음이 나를 피아노를 치게 만들었다. 평일엔 6시 50분에 집에 나가 밤 10시 30분에 집에 오는 고2 학생이었지만 독학을 시작했다. 이 글을 끝까지 따라온다면 당신도 거의 대부분의 가요들을 반주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전 지식은 세가지였다.
계이름 보는법.
샵과 플렛 치는 법.
박자 보는 법.
악보를 보는 최소한의 지식만 가진 상태였고, 왼손 악보(낮음음 자리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설령 이것을 모른다고 해도 어려운 지식이 아니라 하루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피아노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바이엘, 체르니, 하농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지금 연주해보고 싶은 찬양을 연습했다. 독학의 묘미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탄탄한 기초가 없을지라도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이 찬양은 굉장히 치기 쉽다. 이 곡 뿐 아니라 비틀즈의 Let it be 같은 곡도 매우 쉬운 곡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어떤 곡이던 만만해 보이면 연습을 하기에 적합하다. 악보를 고를 때는 초보기 때문에 샵과 플렛도 없고, 느린 곡이 좋다. 또한 반복되는 부분이 많은 곡은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이제부터 3단계에 거쳐서 피아노의 기본을 따라오면 학원에서 코드 피아노를 배운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만일 그 이상의 실력을 원한다면 4단계를 보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곡을 연습하는 1단계는 오른손으로만 치는 것이다. 박자는 상관할 필요 없다. 오른손을 한음 한음 치면 된다.적당한 박자에 노래를 부르면서 음을 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본다.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나면, 누가 듣진 않았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지금 발전하는 순간이다. 오른손으로 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1단계를 성공했다면 이제 코드를 쳐보도록 한다. 코드라는 말은 앞으로 자주 만나는 음악 용어이다. 해석하면 화음이라 하는데, 왼손으로 화음을 쳐주면 곡이 훨씬 아름답게 들린다.
곡의 맨 처음 부분이다. C, G, F, Am 같은 영어가 보인다. 바로 이것이 화음이다.
우리나라는 계이름이 도,레,미,파,솔,라,시,도 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계이름을 C(도),D(레),E(미),F(파),G(솔),A(라),B(시),C(도) 라고 한다.
곡에서 C부분이 있는 곳에서 왼손으로 '도'를 눌러주고, G 있는 부분에선 '솔'을, F 있는 부분에선 '파', A 있는 부분에선 '라'를 누르면 된다. 동시에 치기가 어렵지만 이제 피아노를 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느낌을 즐기면서 하나하나 천천히 해보자. 만약 영어가 바로 계이름으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영어 위에 계이름을 한글로 적어본다.
2단계를 어느정도 성공했는가?
이제 당신은 모든 코드악보(위에 나온 형태의 악보들)의 화음과 멜로디를 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 단계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당신이 더듬더듬이라도 이렇게 칠 수 있다면 당신 주변의 친구들은 굉장히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요즘 피아노 배워?" "멋진데!"
이제 당신은 오른손 음을 치면서, 왼손으로 코드를 칠 수 있게 되었다. 이대로 멈출 수 없다. 좀 더 멋지게 쳐보도록 한다.
코드는 화음이다.
화음은 여러 음이 아름답게 조화되는 것을 뜻한다. 즉 하나의 화음은 여러 음들을 포함하고 있다.
C코드는 도, 미, 솔 이라는 친구를 가진다.
여기서 도는 루트라고 해서 뿌리가 되는 음(1음).
미는 루트음을 기준으로 3번째에 있다고 해서 3음.
솔은 루트음을 기준으로 5번째에 있다고 해서 5음이라 부른다.
그러면 왼손을 어떻게 치면 좋을까?
C가 있는 부분에서 도(낮은)-솔-도(높은)를 쳐봅시다.
쉽지 않다. 쉽지 않다고 포기하면 여기서 실력은 멈춘다. 하지만 이곳을 넘으면 여러분은 코드 반주의 기본인 1-5-1 반주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넘어진다. 당신은 음을 틀릴 것이고, 박자를 틀릴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했다.
다시 곡을 보면 C와 G가 있는 부분은 박자가 빠르기 때문에 1-5-1로 치기에 어렵다.
그러나 그 다음 C(세번째 마디)는 4박자를 가지는 코드이다.
이때 오른손은 악보대로 반주를 하고, 왼손을 1-5-1로 쳐보도록 한다. 그 다음 F는 파-도-파, Am는 라-미-라로 쳐본다. 당신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느낌을 즐기면서 천천히 나가보자.
3단계를 여유롭게 하실 수 있다면 모든 코드악보 곡을
1-5-1 혹은 루트음을 치면서 연주할 수 있으며, 함께 노래도 부를 수 있다.
외국 로멘스 영화에 보면 남자 주인공이 간단하게 피아노를 치면서, 세레나데를 부르곤 한다. 바로 3단계 수준이다. 엄청난 실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정도만 해도 여러분은 피아노라는 악기로 즐겁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아래의 1-5-1 치는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읽고, 이제 원하는 모든 곡들을 1-5-1로 연주해보자.
1-5-1로 치고 싶은데, 어떻게 5음을 알 수 있을까?
C코드를 기준으로 생각해본다. C코드는 도, 미, 솔이다.
그러면 D코드는 무엇일까?
C(도)와 D(레) 사이에 까만 건반이 있다. 이를 반음이라 한다.
즉 도에서 레까지는 한음(반음+반음) 차이가 난다.
반면 미와 파 사이엔 까만 건반이 없다. 즉 미와 파는 반음 차이가 난다.
D코드의 구성음을 아는 방법은 C코드에서 한음씩 더하면 된다.
도 -> 레 (한음)
미 -> 파# (한음)
솔 -> 라 (한음)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위 방법으로 모든 코드를 구하면 다음과 같다. 설령 이해가 되지 않아도 아래의 모든 음을 적어두었으니, 치다보면 몸으로 감을 익힐 것이다.
C: 도 미 솔
D: 레 파# 라
E: 미 솔# 시
F: 파 라 도
G: 솔 시 레
A: 라 도# 미
B: 시 레# 파#
여기서 욕심을 내보자.
m의 표시는 마이너 코드이다. 즉 어두운 느낌이 난다.
아직까지 친 코드는 다 밝은 느낌의 메이져 코드이다.(C, D, E 등 m이 붙지 않은 것들)
마이너 코드는 메이져 코드의 3음을 반음 내리면 알 수 있다.
Cm: 도 미b 솔
Dm: 레 파 라
Em: 미 솔 시
Fm: 파 라b 도
Gm: 솔 시b 레
Am: 라 도 미
Bm: 시 레 파#
#(샵)은 반음을 올려주는 기호이다.
b(플렛)은 반음을 내려주는 기호이다.
C#코드를 만났다면 C코드에서 모두 반음씩 올려준다.
C#: 도# 파 솔#
D#: 레# 솔 라#
E#: 파 라 도
F#: 파# 라# 도#
G#: 솔# 도 레#
A#: 라# 레 파
B#: 도 미 솔
플렛의 경우 다 반음씩 내리면 된다. 아직까지 글만 읽지 않고, 손으로 따라왔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모든 화음 구성음을 알고, 1-5-1 반주법으로 코드악보를 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까지 피아노를 전혀 못치는 수준에서 수백가지 곡들을 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정말 멋진 일이다. 앞으로 평생동안 어떤 곡이던 적당히 연습하면 원하는 곡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이제 유튜브 동영상등을 통해서 팁을 보고 배울 수도 있으며, 서점에서 피아노 책을 사서 하나씩 연습해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복잡한 하농이나 체르니는 실력이 더 붙으면 시도해보자)
이때부터 당신은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자신만의 캐릭터, '연주 스타일'을 만들게 된다. 환상적인 일이다.
코드 악보의 매력은 멜로디라인(오른손 반주)와 코드만 주어져 있기 때문에 반주자가 곡에 개입할 여지가 굉장히 많다. 베토벤의 작품이나, 모차르트의 곡 등은 곡 자체가 하나의 생각이고,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원곡 그대로 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코드 악보는 악보대로 치는게 도리어 매력이 적다. 아니 코드 악보를 멜로디만 따라서 치는 뛰어난 반주자는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가령 반주가 없는 부분들, 쉬는 부분들을 멋지게 꾸미고 싶다, 혹은 좀 더 서정적으로 아니면 즐거운 느낌으로 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스타일을 배우면 된다. 우리는 그것을 필인, 보이싱 등으로 표현한다. 혹은 스타일이라 한다. 재즈스타일, 블루스 스타일 등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것은 여러분이 앞으로 즐기면서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쉬운 유튜브 강의 링크를 준비해 보았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ZlOvB5LcAgJv3wwvWFOFLg
간단한 팁을 주로 다룬다. 기초가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u1yiKjTRetsoZ-OSeOMmzg
영상을 보고 따라해도 좋지만, 악보를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똑같이 따라하면서 스타일을 배울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Lhplr4ewfqhcMs3lulf0fA
악보를 보고 완전히 따라하고 싶다면 이 분의 영상을 추천한다. 영상과 동시에 악보가 보이기 때문에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보면서 따라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2DyPD59ZXz2Jt-gy9twYiA
당신의 실력이 악보보단 즉흥적인 재즈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곳에서 주목할 점은 코드 진행, 그리고 같은 코드를 봐도 음을 어떤식으로 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여러 책들도 있다.
여러 책들을 보면서 독학을 했지만,
1) 재즈 프러포즈 - 박승원
2) 버클리 스타일의 재즈 피아노 교본 - 최영준
두 책을 선호하는데, 재즈 프러포즈는 재미도 있고, 따라서 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버클리 스타일의 재즈 피아노 교본은 알 수 없이 빼곡한 악보가 보이는데, 만일 실력을 많이 성장시키고 싶다면 처음부터 꼼꼼히 연습해보자. 왜 그런 연습을 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올해로 7년 동안 피아노를 독학했다.
혼자서 배우기 위해서 여기 나온 책 뿐 아니라 거의 20권에 가까운 책들을 보면서 왜 이런걸 해야될까 고민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갔다. 비록 여전히 실력이 부족하지만 즐겁게 피아노를 치고 있다. 만일 7년전 피아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떨까.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재능을 버린 셈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항은 배움을 멈추지 말라. 아직까지 배운 코드에 대한 지식들, 악보를 보는 능력들은 다른 악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기타이다. 피아노에서 연습한 코드에 대한 이해는 기타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고, 기타는 독학하기 더 쉬운 악기이다.
만약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치고 싶었다면 사과의 말을 전한다. 그 분야는 철저하게 악보대로 치는 연습이 필요하고, 또한 독학으로는 배울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독학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긴다면 학원에 등록하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좋은 선생님에게 지도 받으면, 자신의 부족함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