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해방

2025. 5. 24.

by 한상훈

얼마만인지 모를 자유를 누린 날이다. 친구들과 야구를 보러 잠실 구장에 가고 빌렸던 돈들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몇 년은 된 옷을 입고 갔지만 어색한 기분은 하나 없었다. 자유로운 순간을 즐기면서 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함성 같은 응원 소리에 전율이 일었다.



나는 야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를 좋아했다. 축구, 농구, 볼링, 수영 등 가리는 게 없다. 어린 시절엔 운동선수가 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경기에서 이기는 순간들을 떠올리며 말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상상을 먹고 자라난 꿈은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만들었다. 친구들과 나는 그래선지 온갖 운동을 함께 해왔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친구들은 많아졌고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 무척이나 좋았다.



엄청난 관중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받으며 한 편으로는 오래간만에 느끼는 사람들의 자극이 가문 땅에 내린 비처럼 느껴졌다. 내 안에 죽어있던 것들이 깨어난 기분이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하며. 나는 사람들과 만나고 스포츠를 좋아하고, 같이 웃고 떠들고,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곳들이 좋았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고 일촉즉발의 분노로 금방이라도 패싸움이 날 것 같은 날 것의 공간들. 그런 면을 완전히 거세하고 살아갔던 것 같다.


해방의 순간이 왜 찾아왔을까를 생각해 보면 무척 간단하다. 사업을 줄이고, 프리랜서 일과 강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잘하는 일이고 사람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해방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며 나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색으로 비유하면 어떤 색일까. 아마 아주 붉은색이 아니었을까. 나이키와 같은 주황빛은 아니었을까. 스포츠 세계에서 펼쳐지는 찬란한 승리의 색을 동경했고 그게 나라는 사람이었다면 내 사업의 색은 희고, 검었다. 선명하게 희고, 선명하게 검었다. 그건 나의 색이 아니었던 것 같다.


종종 해방자의 마음으로 발에 사슬을 묶고 살아가는 이들을 마주하지만 나는 아직 누구를 해방할 힘도 능력도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건 내 그릇으로 아직 감당하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내 영혼이 이끄는 곳으로 나는 나아가는 것 같다. 길이 선명하고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것만 같다. 아마도 이 빛은 나에게 있어선 희망의 빛인 것 같다. 이 길 끝에 가다 보면 내가 진정 원하는 해방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선명하게 희고. 선명하게 검었던 그 길이 아닌 내 마음과 영혼이 이끄는 대로 향하는 길에 오히려 오랫동안 찾아다닌 해방이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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