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고통스러운 리뷰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시리즈를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걸 느낀 시리즈였다.
선장을 철썩 같이 믿는 전직 형사가 가장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이라고 보인다. 수년간 아무런 단서도 못 찾고 빙빙 돌고 있는 상황에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의심 없이 믿는다는 게 형사를 바보로 만드는 설정이었다. 심지어 배 안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상황이 왔고, 유일한 목적자가 의심되는 정황을 말했음에도 형사는 의심하기보다는 다그쳤다. 극 외부에서 긴장감을 조성해줘야 할 중요한 캐릭터를 멍청이로 묘사하는 이러한 연출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양동근 배우를 정말 맛없게 사용했다. 시즌2보다 더욱 매력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양동근 배우가 가진 강점은 별로 느껴지지도 않는 디렉션이었다. 연기를 못했다고 느껴지기보다는 애초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서 억지로 해당 역할을 연기시킨 느낌이었다. 양동근 배우의 필모그레피 중 가장 개성이 덜 나타난 작품이 아니었을까.
극에서 VIP가 나오는 장면이면 몰입이 깨지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가면을 써서 더욱 표정이 감춰진 연기라 목소리나 제스처로 긴장감이나 살인을 광적으로 즐기는 묘사가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그저 앉아서 샴페인이나 홀짝거리는 수준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나마 인간을 사물처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활용됐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도 않았다. 그저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 괜히 큰 소리 한 번하고 몰입 빠지는 리액션을 하는 모습이 재미없는 쇼를 어떻게든 오버해서 즐기는 관찰 예능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모습과 유사했다.
진짜로 VIP을 악인으로 묘사할 거라면 그렇게 좋아하는 마약 씬을 적극적으로 넣어 VIP들이 살인과 쾌락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게 아닐까? 먼 창문에서 보는 것도 더 가까이서 보도록 하면서 마치 동물원에서 동물 보는 식으로 표현할 순 없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마지막에 성기훈이 VIP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자신들을 구경하고 있는 존재를 인식하며 괴로워했다면 더 VIP들의 잔혹성이나 비인간성이 나타나진 않았을까? 시즌1에 비해 전혀 성장하지 못한 VIP의 표현에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다음 장면이 뻔히 예측이 되는데 슬로 모션이나 딱히 그다음이 기대되지 않는 곳에서 질질 끄는 부분이 많아서 넘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개는 템포를 잃고, 감정선을 묘사하기 위해 클로즈업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시즌1과 비교해서는 답답한 수준이었다.
노을(박규영 배우)의 행동도 개연성이 없다. 의도적으로 부상자들을 사살해 장기매매를 막는 것도, 246번 박경석(이진욱 배우)을 살리려는 행동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의 연속이다.
마지막 게임은 오징어게임 시리즈의 근간도 버렸다. 오징어게임은 어린시절 했던 게임을 잔혹하게 바꿔서 하는 게 이 시리즈의 이름이자 정체성이었다. 반면 마지막 게임은? 누가 한 명씩 떨어뜨리는 민주주의 게임을 어린시절에 했는가? 황동혁 감독이 살던 곳에 있던 어린시절 게임인가? 마지막 게임은 아기를 살리고, 성기훈을 어떻게 해서든 희생하는 시나리오로 두기 위해 본질도 정체성도 잊어버린 스토리에 해당한다.
마지막 게임을 보고 깨달은 것은 애초부터 전체 서사를 완성도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린시절에 했던 추억이 담긴 게임이라는 아주 중요한 사실도 잊어버리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민주주의는 엉망이야) 같은 개똥철학이 들어가게 됐다.
마지막 장면으로 가면서 강노을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최상층을 불태우게 된다. 하지만 불에 타던 말던 경보가 울리지도 않고, 프론트맨이 다급하게 뛰어오지도 않는다. 그렇다 많은 병정들이 있는 곳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장소가 불타도 반응도 없다는것은 무슨 설정 붕괴인가.
나름의 분석을 해보면 다양한 캐릭터를 짧게 묘사하다 보니 극은 산만하고 대립 구조가 정확히 보이지도 않는다. 시즌1에서는 처음엔 처참한 세상에서 느껴지는 막막한 현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을 죽이는 환경에서 깡패, 다시 사회로 돌아와도 바뀌지 않는 현실, 다시 돌아와서는 서로를 죽이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상우와 기훈. 이런 대립 구도가 선명한데, 시즌2,3로 넘어오면서 대립 구조가 아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펼쳐두고, 기훈의 행동은 개연성을 잃어간다.
반란을 하겠다는 것도 개연성이 있지 않았는데, 반란 이후에는 겁먹어서 반란을 망친 강대호(강하늘 배우)를 죽이기 위해 게임을 하더니, 그다음에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서만 한다. 결국 처음에 이 게임에 오게 된 개연성도 없고, 그저 게임의 룰 안에서 수동적으로 플레이하는 그런 인물이 된다. 물론 성기훈 캐릭터를 영웅이 아닌 답답하고 모자란 캐릭터를 그리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무기력해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게 몰입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일까?
주인공이 극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데 극을 리드하는 플레이어도 아니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나 활동하는 매력 없는 캐릭터가 됐다. 뭘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도대체 성기훈을 어떤 캐릭터로 그려서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걸까?
시즌1의 성공은 자극성과 상업적이 모두 맞아떨어진 작품이었으나 시즌2는 어중간하게 끊기고, 시즌3에 와서는 더 엉망으로 끝나버렸다.
아기는 미디어에서 불문율이다. 아무리 살인이 난무하는 영화에서도 아기를 살인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즌3에서는 아기를 다뤘다. 그 시점부터 아기를 보호하는 이나 아기와 관련된 상황에서 어떤 상황이 그려질지는 뻔해진다. 아기를 왜 넣어야 했을까? 아기를 넣는지 오히려 현실감을 살려주는 장치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아기가 고작 30분이 안되는 시간에 나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출산은 경우에 따라 5분만에도 나온다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에 만삭이 되어 제대로 걷기 조차 힘든 묘사도 없다가 갑자기 시즌3에서 시작부터 아기를 낳는다?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설정 붕괴인가.
도처에 깔린 납득할 수 없는 요소들은 시즌1에서 강조된 현실감을 모조리 박살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황동혁 감독은 현실감이라는 것을 시즌1 이후로 상실했나보다. 그랬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극본이 나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을 의도적으로 삭제한다.
이 감독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시즌2 리뷰에서는 되도록 좋게 이야기했지만, 이 감독은 시즌2가 기대보다 재밌지 않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우울해서 그렇다." "똥개도 집에서는 반은 먹고 간다." 등의 책임을 시청자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행동을 했었다. 황동혁 감독의 미숙함과 오만함이 노골적으로 나타난게 시즌3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극을 보다 보면 극에서 많이 묘사되는 내용은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 뭘까? 태반이 약쟁이에 대한 묘사를 그리고 있고, 정작 빚이 있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저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기면서 한 판 더를 외치는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서사가 부재한 캐릭터가 후반부가 되면서 더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시즌2에서는 묘사도 안되고, 시즌3에 와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캐릭터가 나오다 보니 산만하고 몰입도 안된다. 각 캐릭터의 서사가 부재하니 죽든지 말든지 싸우든지 말든지 크게 관심도 안 생긴다.
특히 마지막 게임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을 보면 이 문제점은 더욱 극대화된다. 애초에 그들이 상금을 탈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수준이다. 그들에 대해 서사가 묘사된 내용이 없으니 몰입도 안되고 결과는 뻔히 그려진다. 아기가 있는데 대놓고 아기를 죽일까?
그런데 더욱 심각한건 극이 끝날 때까지 마약쟁이 묘사는 왜 이렇게 지속하는 것일까? 마약에 대해 뭐라도 전달하고 싶은걸까? 오징어게임이 아니라 마약 근절 게임을 말하고 싶은걸까? 민수에 대해 묘사하는 것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캐릭터의 매력도 없고 기대도 되지 않고, 대립구도도 없는 민수 같은 캐릭터는 왜 중요하게 자꾸 그려져야만 했을까? 도저히 의도를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관심이 주인공의 서사를 통해서 풀어갔을까? 섬을 찾는 형사들을 통해 풀어갔을까? 전혀 아니다. 형사는 멍청이로 그려놔서 함께하는 동료들이 죽었고, 선장이 그저 3년간 삽질을 하게 만든 것도 "그게 일이었다"는 악의 평범성에서나 나오는 뻔한 내용이었다. 깊은 서사가 전혀 없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의미 없이 쓰고 버려진다.
끝으로 갈 수록 결말은 뻔히 보이고 지지부진해 마지막화를 볼 때쯤에는 긴장감이 아닌 짜증이 올라오는 수준이었다. 333번 임시완 배우의 열연 때문에 봤지 스토리는 긴장감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아마도 기대했던 것은 주인공 기훈이 뭔가 영향력을 미치고 게임에 중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기대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도 못하고 그저 멍청한 캐릭터로 게임에 참여하다 끝나게 된다. 아니 이런 결말을 보려고 6시간이나 되는 드라마를 본 건가? 황당한 수준의 결말과 짜증스러운 연출.
이쯤되니 묻고 싶었다. 도대체 이 시리즈는 뭘 위한 시리즈인가? 어떤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나 재미를 느꼈어야 했을까? 주인공이 아기를 위해 희생한거? 아기를 살리기 위해 노모가 아들을 등에서 찔러가며 아기를 구한 것? 오징어 게임이 아니라 아기 구하기 게임인가?
오징어게임 1편이 흥행할 수 있었던 요소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의 날 것을 보여주며, 그들의 서사를 통해 이야기가 바닥부터 쌓아 올려졌던 게 크다. 시즌2,3에는 그런 서사도 없고 주요한 캐릭터들은 대부분 열연하고 사망한다.
아예 기대를 안한 시리즈였으면 짜증도 안 날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했기에 더욱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제 해외 시리즈로 가는걸 암시하고 마무리가 되는데, 시즌1의 명성은 잊고 감독을 교체하던 연출진이 바뀌던 하지 않고선 이름 값만 가진 용두사미 시리즈로 전락할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된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흥행하든 시즌2는 아쉬웠고, 시즌3은 엉망이다. 훌륭한 배우들은 엉망인 디렉션과 각본 속에서 열연은 했기에 이 정도로 나온 것이다. 캐릭터의 매력은 망가뜨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 되어 너무나도 아쉽다. 만약 시즌2,3가 더 좋은 시나리오로 연출되었다면 세기의 걸작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도 아쉽다.
고생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