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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불확실한 천국, 확실한 지옥

2025. 9. 3.

by 한상훈

나에게 있어 이 세상이 무엇일까. 확실한 지옥이다. 이 세상은 확실한 지옥. 탈출해야 하는 지옥 같은 장소다. 그래서일까. 확실한 지옥에 속해 있기에 확실한 지옥을 떠나 존재가 불확실한 천국을 꿈꾸고 있다. 이건 쇼생크 탈출과 비슷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앤디는 굴을 파면서도 자신의 탈출 경로가 확실한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매일 밤 벽을 긁어내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어느 날엔간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는 구역질 나는 파이프관을 찾았을 것이다. 그 파이프관을 통해 나가려면 행운이 겹쳐야 한다. 파이프관을 부술 때 나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 천둥 번개가 시끄럽게 쳐야 하고, 파이프관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천둥이 계속 쳐줘야 한다. 그뿐인가. 파이브관이 너무 꽉 차있으면 오물 속을 지나갈 수 없어 결국 죽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을 건 도전을 수년간 했다.


'지후아타네호'


태평양을 꿈꾸며 그는 매일매일 굴을 파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역겨운 파이프관을 기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객관적 시선에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위험한 일이다. 그러느니 확실한 지옥인 쇼생크에 남아 누명을 쓴 채 인생이 종칠 때까지 살아남는 게 생존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사느니 불확실한 천국을 향해 나아갔다. 태평양에 있는 한적한 섬을 꿈꾸며. 희망이라는 위험한 마약을 몸에 주입하며 말이다.


내 인생의 2/3 이상인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을 보면 그곳은 언제나 확실한 지옥이었다. 항상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실제로도 벗어났지만 또 다른 넓은 지옥에 도착했을 뿐이었다. 그뿐인가. 인간 혐오가 자라날 수밖에 없다. 내가 벗어난 지옥에 남아있는 이들은 나를 응원해주지도 않고, 격려해주지도 않으며,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못하는 비루한 인간들 뿐이었다. 죽을 고비를 넘겨 오물로 가득 찬 파이프관을 기어가도 앤디가 축하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교도소에 남은 죄수들이 앤디를 응원해 주겠는가. 그의 도전을 기뻐해주겠는가. 그저 자신들은 지옥에 남았고, 앤디는 천국에 갔다는 사실만이 그들을 괴롭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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