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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09. 2018

[에세이] 남은 7%의 시간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님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의 93%를 사용한다.
티모시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지난 2월 11일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당일 아침에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저 '이제야 편안하시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할머니는 10년 넘게 치매를 앓으셨다. 새벽 3시에 아프다고 하시기도하고, 분노하시기도 했다. 새벽에 괴성을 지르는 할머니로 인해 다들 잠에서 깨곤 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분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평생을 함께해온 어머니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아들은 어떤 심경일까. 


다행이도 할머니는 아름답게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전날 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TV도 보고, 같이 배도 잡수시고, 웃기도 하셨다. 손톱도 잘라드렸다. 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한 마지막 선물같은 순간이었다.


나 역시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할머니를 사랑했지만 눈물은 거의 나지 않았다. 관에 넣기 전 몸을 천으로 감쌀 때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의 표정은 지금이라도 눈을 뜰 것 같은데, 그저 자고 있는 것 같은데, 몸은 차가운 돌덩이였다. 그제서야 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사람은 모두 이렇게 굳어가고, 떠나는구나. 나의 부모님도, 내 가족들도, 나 역시도. 




티모시 페리스의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우리 모두 끝자락에 서있다."고 표현한다. 우린 어느새 부모님과의 시간을 거의 써버렸다. 붙잡고 싶어도 이미 늦었다. 남은 7%의 시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부모님의 얼굴을 보기보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점점 나이들어 약해지는 부모님을 도리어 몰아붙이던 모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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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나보다 더 많이 고생하셨다. 나보다 훨씬 못배우셨다. 영어를 읽으실 수도 없고, 요즘 나오는 건 잘 모르신다. 몸은 훨씬 약해지셨다. 밝던 눈은 이제 안경을 써야 한다. 가장 많은 사랑을 주신 분이 이젠 가장 약해졌다. 그런데도 왜 그 분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모두 사랑을 받고 자란다. 그러나 마치 사랑받은 적이 없는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살아간다. 나 혼자 성장한 것처럼 부모님을 미워하기도 했다. 마음 속으로 저주하기도 하고, 더 많은걸 받아야한다고 요구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약해지고 약해지셨을 때, 이제야 생각해본다.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다는걸. 이제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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