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훈 Nov 16. 2015

자네는 왜 이런데서 일하나?

한양대 졸업생 피씨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얼마전 수능이 끝났다. 아침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탄 버스에선 고3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불과 5년전 나도 같은 위치에 있었던 터라 기분은 남달랐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게 목표였고, 1년에 천만원씩 들어가는 한양대 공과대학에서 20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대학의 과는 취업률이 매우 높았고, 다른 공대에서 전과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과 특성상 이름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고, 선택지도 넓은 편이었다. 그러나 실상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학부 졸업으로는 단순 공정, 즉 기계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렇지 않다 해도 학교에서 배운 것 만으로 더 기계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는 적었다.



대학원도 비슷한 처지였다. 공과대학은 박사까지 6년 혹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월급이 나오긴 하지만 많지 않다. 그렇다고 석사, 박사 인력이 된다해도 일자리가 떡하니 존재해서 데려가지 않고 석사는 석사와 경쟁하고 박사는 박사와 경쟁한다. 대기업은 매력적인 곳이다. 많은 돈과 사회적 지위도 있지만 근속 연수와 사내 정치가 존재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남는 사람은 적다. 치킨집 아저씨가 코딩을 하시는게 현실을 잘 말해주는게 아닐까.




2015년 6월 29일 나는 대학원을 나왔다.


졸업 후 6개월간 연구한 것은 데이터만 남긴체 연구실을 나서서 해보고 싶은것을 해보자 하여 어플을 시작했다.  컴퓨터 언어를 잘 몰랐기에 7월 2일 부터 C언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3일 후 자바를 시작하고 7월 14일부터 안드로이드를 배웠다.


피씨방 카운터에서 코드를 읽는 모습


바보는 용감하다 했는가? 바보라서 용감한건가?

그렇게 어플을 만들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기능을 9월 21일 완성했다. 그러나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들어 필요한 코드만 남기고 모두 삭제하고 디자인부터 다시 짠게 다시 두달째 하고 있다.



매일매일 진열해야하는 음료수들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알게된 건 한가지다. 나는 정말 미친놈이구나.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거셔서 대화했다.


"학생은 대학 나왔나?"

"이미 졸업했습니다."

"어디 나왔는데?"

"한양대 나왔습니다."

"아니 한양대 나온 학생이 왜 이런대서 일하나?"


나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할아버지는 한양대도 취업이 어렵구만 하시면서 사관학교를 가지 그랬냐는 훈화를 해주시고 떠나셨다. 그렇다. 어쩌면 지금 시대에서 꿈을 찾아서 뭔가를 하는건 정말 미친놈이나 하는게 아닐까 싶다.


미친 사람은 스스로 정상이라 믿는다고 한다.  나도 아직까지 나만 정상이고 모두 바보라 믿었다.

누구든지 그런 사람은  필히 제정신을 찾아야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은 7%의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