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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14. 2020

죽은 물고기는 물살에 몸을 맡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 이제는 쉬라는 세상

출처: https://www.fmkorea.com/best/3057224409

누워있다.


세상을 보면 다들 눕길 바라는 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의 삶을 고달프게 했을까.


어쩌면 노력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 노력해도 벌이가 나아지지 않는 현실. 계층의 사다리가 고착화된 현실 때문에 이들은 지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 통하지 않는 직장 상사, 선생님, 가족, 형제, 친구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 사회, 어떤 갈등이 그들을 지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 지쳤다면 서점에 깔린 수 많은 책들처럼. 이들은 쉬어야할지 모른다. 그동안의 힘듦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들은 충분한 쉼을 누려야만 하고, 누릴 자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쉼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현실은 취업하기 힘들 것이다. 여전히 내 벌이를 늘리기 어렵고, 나를 둘러싼 수 많은 갈등이 존재할 것이다. 왜냐면 아무도 해결하지 않았기에. 그저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기에. 돌아오면 다시 갈등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죽은 물고기는 물살에 떠밀려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떠내려 간다. 그들의 살점은 차가운 바닷물에 조금씩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나중에 뼈만 남아 플랑크톤의 밥이 될 것이고, 다른 이들에게 먹이가 되어 바다에 가루로 섞여 끝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어떨까. 물고기와 다를까?


시류를 거스르지 않고, 세상이 떠미는대로 떠밀려 간다면 내 삶은 누가 책임지는가?


부모가 책임져야 하는가? 형제가 책임져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가? 정치가 책임져야 하는가?


바다에서 난파 당해 길을 잃었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보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면 오줌이라도 마시면서 견뎌야 한다. 현실이 시궁창이라면 발이 더러워지더라도 시궁창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궁창에 엉덩이 깔고 앉아있다간 젊은 시절 다 지나간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은 시궁창에서 조금씩 썩어갈 것이고, 어느날 시궁창이 세상의 전부라 믿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엔 분명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서는 내가 승리자일 수 있다. 그곳에선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다. 그곳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내가 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길 잘했구나 하는 그 순간이 반드시 오는 그 세계는 존재할 것이다.


이겨낼때마다 사람은 강해진다. 이겨내야만 사람은 강해진다. 노력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부질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비관론 존중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패배의식으로 얼룩진 영혼과 패배 속에서 승리를 보는 이들의 영혼은 결코 같지 않다. 시궁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있지만 시궁창에서 죽을 필요는 없다. 나는 그곳을 벗어날 것이다. 내가 바라는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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