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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15. 2020

요즘 일상

잘 지내요. 그 어느때보다 좋네요.

잠을 안 잔다.


낮과 밤이 바뀐건 아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뜨기 전 잔다.

이 놈은 잠 안자고 뭐할까.


책쓴다. 

브런치도 쓰는데 진짜 책도 쓴다. 

감사하게도 한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셨다. 

벌써 5달 째 쓰고 있다. 

내년 2월에 서점에 올라갈 것 같다. 

세상에. 서점에 내가 쓴 책이 올라간다니. 

심지어 디자인, 컴퓨터 전공도 아닌데

디자인과 컴퓨터에 대한 책을 쓴다. 


일도 한다. 

웹사이트를 만든다. 

외부 업체랑 계약도 하러간다. 

전문가 분들을 만나서 기술 협력도 받는다. 

역삼동 큰 빌딩 돌아다니고,

참 뭔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쉬면 될텐데 

꿈이 있어서 

자지 않는다.


NOMCSS를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만들 때 쓰는 언어인 CSS. 

그것에 대한 팁을 공유한다. 

다른 개발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또 다른 꿈도 있다.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고 싶다.


지난 달 A' design awards에서 수상 후보로 

작품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웹 디자인, 인터랙션 분야에서 

경쟁작으로 올리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다. 

디자인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 놈이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 후보로 오르다니. 

촌놈 출세했다.


평생 꿈꿔본 적 없는 것을

그래서 꿈꿔보려한다.

당당하게 수상하고 싶다. 

디자인 어워드.




과거의 나는 상상 못할 삶이다. 

불과 1년 전에 서울로 올라와, 

돈을 겨우 모아서 50만원짜리 컴퓨터를 샀다. 

그동안 컴퓨터도 제대로 없었는데,

빌린 돈을 갚느라 여유가 없었다.


불과 2년 전 이 맘 때엔 수중에 10만원도 없었다. 

여자친구에게 데이트하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 

사업은 돈만 축내고 있었다.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아무도 없는 시골 고향 집에서 

홀로 일했다. 

옷도 못사입고. 

참 궁상맞고 

보잘것 없었다.


지금도 나는 부족한 놈이다. 

책을 쓰기에 부족한 놈이고, 

서비스를 만들어 가기에도 부족한 놈이다. 


하나도 제대로 성공한 것은 없다. 

그냥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나를 믿어준 분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다. 

믿어주신 분들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싶다.


11월 

참 좋다.


날도 춥지 않고,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렇게 좋은 날이 

내 삶에 있었나.


이렇게 따뜻한 11월이

내 삶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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