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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06. 2019

개발자를 구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유형

이게 스타트업이냐..

유형 1. 소개서는 없다.

최소한의 비전이 담긴 프리젠테이션 자료나 PDF파일이라도 있어야 누구라도 관심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소개서도 없음을 자랑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잘 준비된 기업 소개서와 연봉을 제시해도 구하기 힘든 마당에 소개서도 준비 안되어 있는 창업가가 과연 뛰어난 창업가일까요? 말 몇마디로 꼬셔보겠다는 생각은 현실 감각이 너무 떨어진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형 2. 나는 기술을 전혀 모른다.

창업가 중 개발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전체 70%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는데 개발을 모를 순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를 구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봐야겠죠.

창업가가 무지해보이는건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특별히 기존에 외주를 통해서 만든 제품을 개발자를 고용해 유지/보수 및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면 기존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가 분명히 있을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의 기술에 대해서도 무지하고, 자신의 업종에서 사용되는 기술도 모르는 창업가가 있습니다. 워드프레스로 만든 사이트를 플렛폼으로 변경하는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고, 프레임워크를 바꾼다는건 서비스 전체를 갈아엎는 일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2015~2016년쯤 한 채팅 서비스 회사에서 제가 개발자로 와주길 요청했습니다. 그 서비스는 대표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워 채팅의 기본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채팅 서비스처럼 I/O가 빈번한 서비스를 정적 구조로 설계했던 것이죠. 심지어는 제가 당시 관심있었던 Meteor(미티어)를 사용해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개발을 너무 모르는 창업가는 마치 구멍가게를 지어놓고 백화점을 꿈꾸는 것과 같습니다. 설계 초기부터 잘못 만든 앱을 고치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유형 3. 아이템은 없고, 사람은 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런 일도 있습니다. 뛰어난 사람 몇 명 모아두었으니 개발자로 참여해달라는 겁니다. 


"아이템도 없고, 뭘 할지도 정한건 아니지만 팀원은 있다." 

"어떤 기술로 만들지 정하진 않았지만 개발자들끼리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이것을 감독하고, 조언해줄 여러 교수님들이 있다.(?)"


창업은 조별과제가 아닙니다. 



유형 4. 안알랴줌

자신의 아이템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믿는 창업가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이 분들은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습니다. 세상에 누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비밀 아이템을 위해 일을 해주겠습니까?  비밀 아이템을 만드시는 창업가님은 아무도 모르게 계속 비밀로 만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유형 5. 우린 최고다.(거짓말)

창업가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허황된 사실을 부풀려 말합니다. 외국인 대상으로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걸 외국인을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포장한다거나(조회수는 100정도인데..), 영향력 있는 사람과 친함을 강조합니다.(실제론 안친한데...)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도리어 관심을 가졌을텐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창업가는 전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유형 6. 비즈니스 모델(BM)이 없다.

이 말의 동의어를 살펴보죠.


"우린 돈 벌 방법이 없습니다." 

"밑천 떨어지면 끝입니다."

"돈 쓰는 법만 알고 있습니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이 투자자들을 만나러 가보셨나요? 정교하게 만든다고 해도 욕 안먹으면 다행인데, BM이 없다면 뭐라고 말할까요? 


"당신은 10억을 주던, 100억을 주던 절대 성공 못할 사람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BM이 없다는건 서비스을 만들때마다 비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필요한 모든 인프라 성장은 번레이트를 올려줄겁니다. 비유하자면 BM없이 제품을 만드는 분께선 불타고 있는 집을 짓기 위해 일해줄 목수를 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형 7. 내 말대로 해라

스타트업에서 초기 개발자는 서비스 전체의 설계를 책임지고,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관리해야하는 무거운 자리입니다. 특히 소수의 개발자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개발자 한 명 한 명의 지식이 곧 서비스 전체의 기술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발자를 부품처럼 취급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창업가도 존재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개발자라면 기획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오직 코더로써만 사용되는 조직에 들어가고 싶을까요?



유형 8. 꽁짜로 해달라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는 정말 구하기 힘듭니다. 특히 뛰어난 개발자를 구하는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뛰어난 개발자들은 오라는 곳이 많고, 반대로 말하면 그 분들은 굳이 힘든 길을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스타트업에서 뛰어난 개발자를 포섭하려면 최소한의 매칭 비용은 준비해야 합니다.


창업가는 사업을 시작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입니다. 뛰어난 개발자에게 주는 월급은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똑같은 것입니다. 개발자를 공짜로 구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수 천 만원짜리 시제품을 공짜로 만들어주는 공장을 먼저 구하십시오. 그정도 능력이라면 뛰어난 개발자도 마음을 바꿔서 함께 일할 겁니다.



여담. 우린 남들과 다릅니다.(한국 스타트업)

요즘 교육 플렛폼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숨고라는 서비스를 사용했지만 숨고 뿐 아니라 탈잉, 크몽 같은 교육과 프리랜서의 중간 포지션에 속한 서비스가 무척 많습니다. 그 뿐 아니라 교육 전체로 넓히면 전세계적으로 칸아카데미나 유데미, 우리나라에도 인프런 같은 서비스가 쉽게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교육 플렛폼 하겠다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교육 플렛폼에서 일해달라는 연락이 3일에 한번 꼴로 옵니다. 한국에 교육열이 크다는건 알았지만 교육 스타트업이 이렇게 많은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볼땐 별반 차이도 없습니다. 특정 계층을 위한 교육서비스, 특정 과목만 가르쳐주는 서비스... 


남들이 하는거 똑같이 하고 있는데 정작 창업가 자신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다른건가요? 다른게 없습니다. 아무런 장점이 없습니다.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이 현상은 마찬가지입니다. 공개적으로 아이템을 소개하는걸 들어보시면 한국 스타트업이 이렇게 아이디어가 없나 싶을 정도입니다. 전체 20%는 동물, 강아지, 고양이 관련 서비스 만든다고 합니다. 들어보면 아이템도 비슷비슷합니다. 


"애견인이 많아지는 상황에 따라 애견인을 위한 관광 패키지를 팔겠다."

"일본에서 잘 된다는 애견 보험을 만들겠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위한 숙박 서비스를 만들겠다."


나머지 30%는 리테일 한다고 합니다.(언제부터 캔들 파는게 스타트업이 된거죠?) 

나머지 20%는 사회적 기업 한다고 합니다. 말이 사회적 기업이지 환경 운동, 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아무런 특색없는 제품을 만듭니다. 


모두가 살리려 하는 북금곰, 이쯤되면 무엇을 위해 사업하는건지 의문이다.

"판매수익의 일부를 북극곰 보존을 위해 사용합니다."


메시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아무런 강점이 없습니다. 어디서나 만들수 있는 에코백을 만들어놓고 가격은 2만원. 동네 팬시점에서 5천원에 팔만한 걸 2만원에 팔면서 스타트업 펀드 축내지 마세요. 자본이 필요한 곳으로 가지 못하고 이런 곳으로 가기 때문에 한국은 스타트업에 투자된 돈에 비해 결과가 형편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국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라는 메이저리그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모인 마이너리그입니다. 또한 통계적으로도 이곳에서 성공하는건 극소수입니다. 제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스타트업을 만들고, 스타트업에서 살아왔지만 개발자라면 스타트업이 아닌 중소기업만 가도 안정적으로 경력과 실력을 쌓기에 나아보입니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은 인재를 데려올 다른 메리트가 분명해야 합니다. 적은 보수(또는 없는 보수)와 불확실한 미래, 불분명한 상황을 메꿀만한 무언가를 창업가가 제시해야 합니다. 제품의 비전, 함께하는 팀원들, 창업가의 수완, 그리고 해낼 것에 대한 확신을 팀원들과 공유해야합니다. 


제가 창업가분들에게 조언드리고 싶은건, 뛰어난 개발자를 구하기 위해선 개발자들이 많은 곳에 여러분들의 비전을 알려야 합니다. 뛰어난 개발자는 발전적이기 때문에 여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소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실 수 있다면 그 분들에게 이메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건 매우 쉬운 일입니다. 그들을 데려오려면 어떻게해서든 오프라인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팀원으로 섭외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들에게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개발자들은 분명 답을 해줄겁니다. 페이스북에 있는 수많은 개발자 그룹에 들어가 여러분 제품에 대해 조언을 구해보세요. 프레임워크와 현재 상황을 말해보세요. 조언을 해줄 좋은 개발자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개발자를 구해야하는 상황까지 몰려서 구한다면 절대 좋은 개발자를 구할 수 없습니다. 



제 경우엔 비전을 공유하고, 세상에 알리고, 팀원을 한 명씩 구하다보시면 뜻하지 않게 뛰어난 개발자들이 연락을 해오곤 했습니다. 저는 기회는 한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열정이 있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글을 예비 창업가 분이 보고 계시다면 가슴 속에 있는 비전을 단순히 말과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지 마세요. 비전을 세상에 보여주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보세요.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좋은 사람들을 모으세요. 커뮤니티에 참석하고, 인맥을 넓혀가고, 백그라운드 지식을 준비하세요. 이 모든걸 듣고, 분석한 후에 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서둘러 제품을 만들다 큰 실수를 겪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기술부채로 인해 무너지곤 합니다. 좋은 개발자를 찾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발자들과의 커넥션 자체를 이루지 못하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대단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으시다면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여러분의 편으로 만드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한명한명 만나고, 조언을 구하면 길이 열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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