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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Dec 15. 2018

손정의가 성공한 이유

스스로를 설득시킬 때까지

많은 기업가들과 성공한 CEO들이 세상에 즐비하지만 내게 있어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다. 그는 작은 체구에 만두집 사장님을 연상케하는 푸근한 외모를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도 최고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걸 쏟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젊은 시절의 행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젊은 시절 손정의와 마윈(사진 우측이 손정의)

그는 남들이 대학을 다니던 시기에 미국의 교수들과 인재들을 무급으로 고용하여, 5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 번역기(IQ3000)를 완성했다. 이후 일본에 돌아와 샤프(Sharp)사에서 판매하여 2,000만엔이라는 큰 돈을 벌게 된다. 이 돈은 무급으로 고용한 교수와 인재들에게 성공보수로 나누어주고 1,000만엔은 그의 사업 시드머니로 사용하게 된다.


그는 돈을 벌고 1년간 자신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철저히 조사하게 되는데,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돈을 벌 수 있는일인가?

2. 구조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업계인가?

3. 그 일에 몰두한 보람이 있는가?

4. 자본이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인가?

5. 젊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인가?

6. 장차 기업그룹의 핵심이 될 만한 일인가?

.

.


위와 같은 항목을 25가지 작성하고, 각각의 점수를 20점, 30점, 50점 만점으로 배정한다. 총 40여가지의 사업아이템을 각각 분석하고, 예상되는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자금예측표, 인원 계획, 마케팅 계획, 경쟁사 분석 등을 했다. 이러한 분석을 1년 반 하고 나서 그는 컴퓨터 업계에 들어가게 되고, 소프트웨어 도매업을 시작했다.


그의 과감한 행보는 첫 시작부터 들어난다. 바로 자본금 1,000만엔 중 800만엔을 전시회에 투입했던 것이다. 보통의 회사라면 시제품을 만들거나, 사무실을 차리고 외주를 하나하나 받는게 흔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자본금의 80%를 전시회에 투자해 가장 눈에 띄는 부스를 만들었고, 그 안에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와서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만약 요즘같은 시대에 1억의 자본금 중 8천만원을 전시회에 사용한다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기절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특히 제대로된 계약 하나 따지 못한 회사가 이런 행보를 보인다면 모두가 이 회사는 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80%를 투자하는 도박같은 행보를 했고, 이는 적중했다. 


그의 과감한 결단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자본금의 80%를 쓴 상황에서 그는 업계 1위와의 독점 계약을 위해 예탁금 3,000만엔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만약 다른 이들이었다면 어땠을까? 남은 자본금 200만엔 밖에 안되는 회사가 독점 계약을 위해 남은 돈의 15배나 큰 금액을 예탁금으로 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많은 기업가는 "그건 힘들겠네요."하거나 값을 흥정할 것이다. 하지만 손정의는 정반대로 독점 계약이 가지는 파급력을 보았고, 자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모든 걸 거는 행보와 돈이 아닌 미래를 보고 생각하는 태도는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된다. 




나는 지난달 출시한 프리미엄이 원하는 수준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초조했다.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은 이해할 수 있어도, 앞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하는지 막막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단편적으로 돈을 벌 짧은 생각만하고, 회사가 추구해야하는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왜 이 일을 해야하는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려고 하는가?'  


아마도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현실을 마주할 것이다. 시장성을 스스로 판단하여 제품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치만 텅 빈 영수증을 만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아둥바둥 하지만 제대로된 수익은 발생하지 않고,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심정으로 외주를 하나하나 늘리기 시작한다. 결국 스타트업의 본질은 사라지고, 지원금과 외주를 통해 생존하는 좀비기업이 되어 처음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지금이라도 눈을 돌려 가까운 돈 몇 푼을 바라보지 않고자 한다. 내가 쓴 돈이 얼마인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는 큰 가치가 없다.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돈 몇 푼을 벌기 위해서 할인 이벤트를 하고, 마케팅에 돈을 쏟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기업가 본인이 알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없다는걸. 마케팅 비용과 이벤트를 하면서 버티는 동안 제품 자체의 발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손정의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 꼽자면 이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신을 설득했다."


그는 간부들을 모아두고 자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설득하기 가장 어려운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설득했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생각 끝에 결론을 얻었기에 과감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돈을 걱정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었다. 반면 많은 기업가는 이 기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필요없는 것인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정의씨처럼 회사의 모든걸 거는 배팅을 하지 못한다. 


기업가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결정을 감당해야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사업에 대해서,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해야한다. 이 과정 속에서 하나의 최선의 답을 정한다는건 굉장히 힘든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정한 최선의 답이 실패했을 때 가져올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강인한 사업가와 나약한 사업가를 위의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생각한다. 강인한 사업가와 나약한 사업가 모두 사업에 대해 고민하지만 강인한 사업가는 한가지 답이 나올때까지 스스로와의 싸움을 가질 것이다. 반면 나약한 사업가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우물쭈물대면서 시장에 맞춰 변화할 뿐 주도적으로 개척하지 못한다.


손정의가 성공한 것은 그의 대범함 때문이 아니다. 대범할 수 있었던건 그가 스스로를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무엇이 최선인지 알 때까지 그는 고민했다.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데 1년 반을 쏟았을만큼 고민하고, 고민했기에 대범할 수 있었다.


자신을 설득시키고 싶다. 최선의 답이 무엇인지 내 자신을 설득시키고 싶다. 그것을 향해 모든걸 건 승부를 해보고 싶다.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설득시킬 때야 말로 정말 강해지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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