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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06. 2019

스타트업과 실력의 문제

초기 맴버는 회사 그 자체다

스타트업은 추락하는 비행기를 고치는 일과 같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초기 맴버의 중요성은 너무도 중요하다. 어벤져스를 꿈꾸며 사람이 모이지만 실상은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모임이 되기도 한다. 내가 스타트업에 몸담은지 벌써 4~5년 가까이 되면서 만난 사람들 중 어벤져스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사람들은 10% 이내였고, 대부분은 경험이나 실력이 모두 부족한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모인 집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회사가 성장하는 것만큼 구성원의 성장이 반드시 요구된다.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구성원은 빠르게 자신의 포지션에서 성장해야하고, 때로는 역할을 벗어나는 일까지도 하면서 성장가도를 타야한다. 예를 들면 마케터는 마케팅 뿐 아니라 컨텐츠 제작, 편집, CS 등을 담당해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도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기술 이상의 일들을 해야하거나 새로운 스택을 배워서 적용해야 하는 과제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은 스타트업의 생리를 이해하면 스타트업에서 뽑아야할 사람이 명확해진다. 바로 자기 주도적 성장에 미친 사람이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하던 못하던 초기 맴버는 무에서 유를 이끌어내기 위해 엄청난 성장을 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주는 열정이 아닌 자기자신이 주도해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여타 회사들보다 나은 점이 한가지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


스타트업은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개개인이 성장해야만 회사의 미래가 밝아진다. 80% 이상의 스타트업이 데스벨리를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통계다. 소위말하는 어벤져스 맴버를 모은 스타트업도 데스벨리를 못넘고 좌초되는 일이 빈번한데, 어벤져스가 아닌 스타트업이라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뻔한 일이다.




판단력이 부족하거나 결단력이 부족하면 결단을 내릴 수 없다.


스타트업의 리더는 가장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이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가장 많은 리스크를 감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데, 리더가 우유부단하거나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시장에 대해 확신을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등대의 역할을 해야한다. 남극탐험에 비유하면 목적지가 어디라고 계속 말하고, 독려해야하는 위치다. 그런데 본인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무엇을 지금 해야하는지 정확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혼란을 겪는건 그를 따르는 팀원들이다. 리더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망한 스타트업의 징조라 할 수 있다.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 어디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 있는지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팀원들의 열정은 고갈된다. 


리더는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동기부여되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자발적으로 동기부여되는 것은 이상적인 경우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은 리더만큼 많은 리스크를 가지지도 않았고, 성공시 얻을 수 있는 것도 리더에 비해 적다. 즉 리더의 열정이 100이라면 팀원들은 언제나 100보다 낮은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게 보편적이라 생각해야한다. 


특히 근로계약이 된게 아니거나, 법인 설립을 통해 지분이 나뉘지 않은 팀 수준의 스타트업에선 언제든 팀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지분 및 역할의 분담이 명확한 경우에도 부수고 나가는 일이 허다한데, 이러한 보험도 없는 구두 계약 수준의 팀은 사소한 갈등이나 리더의 부주의로 프로젝트가 소멸될 수 있다. 만약 제대로된 스타트업을 하길 원한다면 적당한 시기에 법인을 설립하고, 지분과 역할을 명시해서 회사로써 존재해야 한다.




위의 모든 부분이 중요하겠지만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간성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무리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더라도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언제든 모든걸 부술 마음을 먹게 된다. 팀원들의 말하는 태도,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대화의 습관, 됨됨이나 라이프 스타일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성공의 척도이기도 하다. 좋은 기업 문화와 서로 협력하고 일을 해내는 팀원들은 결국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많은 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약을 파는 사람들이 깔리고 깔린 대한민국에서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이 사람이 해낼 수 있는지"를 본다고 한다.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투지를 투자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정량적 관점에선 창업자가 투자한 금액이 창업가 인생에 얼마나 큰 돈인지(얼마나 큰 리스크를 감당했는지), 나이, 경력 등이다. 상대적으로 어리면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기 쉽지만, 만약 나이 40에 아이가 둘 있는 가장이 전재산을 투자해서 창업한다고 하면 더 절박한 것은 후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끝맺음이 가능한지를 볼 수 있는건 그 사람의 과거다. 과거에 많은 성공들을 한 사람, 어려운 상황에서 해낸 경험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스타트업씬에서 찾는 인재고, 창업가들이 찾아야할 사람이기도 하다. 단순히 해당 일에 경험이 많은 것은 스타트업에서 도리어 큰 매리트가 없을 수 있다. 없는 시장을 만들어갈 사람들이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람들을 뽑아야 하고 찾아야 한다. 만약 본인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자신이 없다면 나는 스타트업에 오지 말기를 권한다. 


이곳은 낭만이 있는 곳이지만 낭만이 끝나면 결국 빈 통장에 흘러간 시간만 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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