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나갈 필요없이 서울에서 성공하기
어린시절부터 항상 실리콘벨리나 뉴욕, 홍콩과 싱가폴 등의 도시에 살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혁신적으로 살기 위해선 꼭 외국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만큼이나 서울 역시 혁신적인 도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넘치도록 많았다. 심지어 한국은 전세계 최고의 IT인프라, 수많은 인재들, 편리한 대중교통망을 갖춘 곳이다. 이번 글에선 서울에 사는 누구라도 당장 오늘 실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몇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서울은 대기업 본사와 최고의 대학들이 모여있다. 마음만 먹으면 혁신적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데 지하철 한 두 번만 타면 된다. 하버드나 MIT를 동경하지만 말고 관악산에 있는 대학에 가서 그곳 학생들의 분위기를 살펴보는건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력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수 많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네트워킹하고, 인맥을 넓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단편적으로는 사교를 위한 직장인 모임부터 시선을 넓히면 각 분야별 소모임, 세미나, 컨퍼런스가 열린다.
그 뿐 아니라 코엑스, 네이버 D2, 구글 캠퍼스 등에서 주최하는 여러 활동들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도 만들 수 있다. 내 경우엔 구글 핵페어에 참석했을 때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들과 트랜드를 발견할 수 있었고, IF2018에서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마주하게 됐다.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고, 시장의 1선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은 해본사람만이 알 것이다.
강남, 역삼, 신사, 교대 등은 많은 스타트업이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소셜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모임은 다양한 형태가 있어서 원하는 종류의 모임에만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나는 이야기하는 것보다 듣기를 원한다면 세미나 스타일의 모임이 적합하다. 몇몇의 모임들은 강연자가 있고, 강연 중간 중간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거나 강연이 모두 마치고 1시간 정도의 네트워킹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스타일의 모임은 말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인사이트를 얻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서울은 무려 천 만 명이 넘게 사는 아주 빡빡한 공간이다. 누군가에겐 많은 사람들이 노이즈로 느껴지겠지만, 혁신적인 사람들에겐 잠재고객이고, 아이템을 테스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노점에서 티셔츠 한 장을 판다고 해도 유동인구가 5백 명인 곳에서 파는 것과 5천 명인 곳은 분명 다르다.
트랜드를 만들어가는 힙한 장소들 역시 모두 서울에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식으로 자신들의 사업을 브랜드화하는지, 마케팅하는지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다. 요즘 잘나간다는 곳은 모두 지하철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교통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만약 다른 나라의 대도시라면 이정도로 쉬웠을까?
스타트업에서는 고유명사처럼 MVP라는 말을 사용한다. 최소 기능 제품이라는 뜻인데, 필수 기능만을 갖춘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테스트해보는 것을 뜻한다. 서울은 MVP를 만들기에도 최적인데, 개발자들끼리 모임을 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원하는 모임을 통해서 세상에 없던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해볼 수 있다. 이 과정이 매력적인 것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생각을 넓히고, 좁히며 일을 함께 해볼 수 있다는 것과 만약 이 제품이 시장 파괴력이 있는 것이라면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것은 실력 향상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넓어지는 인맥 등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다.
프로그래머라면 해커톤에 참여할 수 있고, 디자이너라면 공모전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모두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만 일하다보면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외부 활동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는 활동은 자신의 실력을 깨닫게 해준다. 특히 현재 내가 속한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직을 준비한다면 단순히 공부만 하기보단 수상 경력, 포트폴리오가 더 강력하다.
서울은 그 밖에도 한강이라는 아름다운 강이 있고, 그 주변을 따라서 산책할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한강과 멀리 떨어져 살면 누리기는 힘들 수 있으나, 지하철로 30분 ~ 1시간이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글을 적으면서 더 잘 보낼 수 있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생각난다. 조금 더 눈을 넓혀서 세상에 참여하며 살았으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활기차게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나 역시도 참석하지 않던 모임과 대회, 공모전, 그리고 수많은 즐길거리가 떠오른다. 다른 도시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서울은 한국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