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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14. 2019

네이버 Tech Meets Startup 후기

한국 최고의 스타트업 리더들의 인사이트

오늘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의 주최로 진행된 Tech Meets Startup에 참석했습니다. 뛰어난 창업가 분들이 나와 자신의 성장 스토리, 힘들었던 점, 주의해야 할 점 등 자세히 알려주실 뿐 아니라 피칭 이후에도 참여자들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 반이 넘어 끝이 나서 사실 피곤한 상태지만 너무 좋은 내용이라 적어두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글을 적습니다. 물론 제가 피칭을 들으며 정리한 내용이라 실제 피칭과는 다른 부분이 많을 수 있으니, 제 글이 피칭하신 분의 의견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진 마시고, 제 의견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네이버 D2SF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슬라이드를 공개한 것으로 확인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연사로 나오신 분은 네이버 D2SF의 양상환 리더셨습니다. 지난 4년간 D2SF를 이끄신 것으로 아는데 짧은 키노트였지만 현 상황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약 10% 내외이며 그중에서도 ICT(바이오테크 제외, 30억 이상 투자)의 경우도 10% 내외라고 합니다. 즉 한국 스타트업 씬에서 기술 스타트업은 적기도 하고, 현재 10개의 유니콘 기업들 중에서도 기술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곳은 없었다고 합니다.


Gartner Hype Cycle을 통해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도 설명해주셨습니다. 고평가 하는 기술이라고 해서 그것이 바로 시장을 지배하지도 않았고, 전체 25%의 기술은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즉 기술이 혁신적이고 미래가치가 대단해 보일지라도 실제 시장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지는 보장하지 못함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또한 기술 스타트업의 어려움도 말씀해주셨는데, 기술 스타트업은 직접적으로 고객을 만나기보단 파트너 컴퍼니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면 SASS 기업이 대표적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대해 평가하기도 어렵고, 직접적으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반영하기도 어려움을 지적하셨습니다. 기술이 바로 가치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고, 또한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고객이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라진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의 통계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D2SF에서 평가한 300여 개의 스타트업 중 70%는 사업개발 인력이 없었으며, 40%는 해외 진출 계획이 없거나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키노트 이후 오전 행사는 3개의 세션으로 분리해 진행됐는데 저는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님, 모빌 테크의 김재승 대표님, 크라우드웍스의 박민우 대표님 프레젠테이션을 들었습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내용만 정리해보자면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데이블은 AI를 바탕으로 미디어 기업에 향상된 콘텐츠 추천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경쟁사(T사)가 가진 경쟁우위를 이기기 위해 MVP 모델을 만들어 고객사들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해 발전시킨 부분과 경쟁사에 대한 시각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경쟁이 아예 없는 시장이 좋은 것도 아니고, 혼자서 삽집하는 시장이 안 좋을 수 있다.

경쟁사가 있음으로써 그들에게 배울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진출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셨는데, 데이블의 경우 여러 논의 끝에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을 후보지에 올리고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각 국가에 1명씩 사원을 보내 실제 시장이 어떤지 확인해보았는데 한국에서 조사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일본은 조사했던 것보다 더 경쟁이 강하고, 배타적이었고, 대만은 의외로 성장이 훨씬 쉽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철저히 조사를 한다 해도 실제로 나가보면 다른 부분도 많을뿐더러 문화적인 차이나 외국 기업에 대한 배타성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먼저 신뢰의 문제가 있었는데, 해외 기업이다 보니 신뢰를 받기 어려움이 있었고, 해당 국가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병원에 간 후에 돌아오지 않는다던지, 일을 아예 안 하는 임직원이 있다던지.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문제라고 표현해주셨는데, 마치 예방접종을 맞은 것 같이 경험 없이는 알 수 없는 부분을 알려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모빌 테크의 김재승 대표님은 대학원생에서 기술 창업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도 대학원을 준비하다 창업을 한 사람이다 보니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오늘 행사에 대학원생 및 학생, 예비 창업자 분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에게 정말 큰 공감과 현실적인 성장 스토리를 알려주신 것 같았습니다.


크라우드웍스의 박민우 대표님은 유머러스하시게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투자 단계에 대해 많은 것을 짚어주셨습니다. 시드, 시리즈 A, 시리즈 B로 진행됨에 따라 중점을 둬야 할 부분과 투자사와의 계약서 문제 등 차후 VC와의 관계 및 법적인 이슈에 대해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시드 투자는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고, 시리즈 A는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보여주는 일이며, 시리즈 B는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어야 하고, 시리즈 C는 최종 증명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시장이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게 아니라, 시장이 작더라도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해주셨는데 단순히 큰 시장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없음을 생각해보게 해 주었습니다.


VC와의 관계에서 모든 걸 얻기보단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호혜적 관계가 되어야 하며, 파트너 투자사가 투자 진행에 아군이 되어주는 것이 좋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시리즈 A에서 투자해준 투자사가 중요하고, 그뿐 아니라 투자사 담당자와의 핏 역시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단순히 네임벨류가 높다고 좋은 투자사가 아니라 내 스타트업과 맞는 투자사가 있다는 점은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상적인 투자 유치는 번 레이트를 고려해 1년의 여유를 두고 진행하는 게 좋다는 점, 협상 기간은 3~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 투자 목표 금액의 2 배수는 만들 수 있는 투자사들을 만나 두는 게 좋다는 점 등은 실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경우에도 "배타적 협상권"은 주면 안 되고, 계약서 법률 검토를 3개 이상의 로펌에게 검토받으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후 세션은 3명의 연사분이 순서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시고, 토크하는 형태로 3번 이뤄졌습니다. 총 12분이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분들의 이야기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드리엘의 엄주원 대표님은 폴 그레이엄의 유명한 말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마켓이 존재하면 스타트업이 pulled out, 즉 당겨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저도 제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서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내 제품을 얹어놓은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제품이 꼭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었을 때가 많았고, 도리어 시장은 어떤 게 필요하다면 그 분야의 스타트업들을 뽑아내 엄청난 성공을 쥐어줍니다.


이 내용과 더불어 기업이 잘되기 위해선 시장, 기업 문화, 지치지 않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해주셨는데 이 중에서도 지치지 않는 것과 기업 문화는 기존의 스타트업에서 조금은 낮게 취급했던 것이라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오랜 시간 동안 팀원들이 함께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문화와 지치지 않기, 넓은 의미로 워라벨은 간과해선 안될 가치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론 더. 웨이브. 톡의 김영덕 대표님의 "내가 네트워킹 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킹 해야 성공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네트워킹 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고, 클리어한 성공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라는 말씀도 정말 와 닿았습니다. 험담이 나오는 건 관계가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는데 너무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올 거 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님은 실리콘벨리에 대해서와 AI에 대해 그리고 연속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론 "파도를 타지 못해 후회했고, 파도를 타고 싶다"는 말씀이 제 삶에도 똑같이 적용돼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또한 우리 서비스를 인정해주는 고객과 일하고, 일하는 것에서 얻는 즐거움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저도 서비스를 만들면서 고객에게 인정받고, 또 일하는 게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창수 대표님의 모습에선 일에 대해 애정이 느껴졌는데, 그 점이 참 부러웠습니다. 또한 기술 스타트업으로서 박사, 특허, 논문이 없어도 된다는 말도 마지막에 해주셨는데 눈에 보이는 지표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이후에 진행된 세션에선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기에 대한 것과 스타트업 투자 유치에 관해 야놀자, 배달의 민족, 쏘카에서 진행했습니다. 재밌는 내용도 많았지만 앞선 내용들보단 제가 듣고 싶던 이야기는 적어서 짧게만 요약했는데 그중에 기억에 크게 남은 비프로 강현욱 대표님의 이야기만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비프로의 강현욱 대표님은 글로벌 생존 전략에 대해 조심스럽게, "매우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하셨는데 "매우 객관적인"으로 바꿔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 비프로는 지역 특색이 아닌 인간의 보편적 특징, 공통점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또한 만국이 모두 같은 미덕으로 생각하는 "친절, 신뢰, 편리함" 등의 가치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특히 외국의 경우(독일) 24/7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닌 곳이 많은데 이렇게 한국에서 하는 서비스가 외국에서는 특별하고, 대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각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대표님과 연사님들과 이야기하고, 궁금했던 것도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명함을 주고받고, 잠깐 이야기한 것이지만 뛰어난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충전이 되고, 영감이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네이버 D2SF에서도 준비를 정말 잘해주셔서 보는 내내 불편함도 없었을 뿐 아니라 기념품으로 주신 장패드도 좋습니다.

위의 사진은 네이버 D2SF에서 준 장패드와 명함 서비스인 리맴버에서 준 스티커 사진입니다. 개발자들이 노트북 꾸미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센스 있게 스티커를 같이 주셨는데 개인적으론 말풍선 스티커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네이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네이버만큼이나 한국 스타트업 씬, 그중에서도 테크놀로지를 지원하고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 또 있었나 생각해보니 기억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고맙고 즐거운 행사였고, 한국을 이끄는 스타트업 리더분들의 이야기를 한 곳에서 들을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p.s 혹시라도 제가 요약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으니 잘못 적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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