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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an 14. 2020

당신은 창업가가 아니다.

내가 아직까지 만난 창업가들 중 성공한 창업가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시장이다. 시장이 없으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명확하지 않다. 시장이 없으면 시장이 커지기까지의 기간을 버틸 자본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시장이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비즈니스는 성공하기 어렵다.


문제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택한다는 점이다.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선점하고,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이겠냐만은 그 어려움은 기존 시장의 배가 된다. 그럼 그 어려움을 견딜만큼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과 팀원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신시장을 리는 창업가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만큼 강력한 팀원 펀딩력 갖추지 못했다.


비관적으로 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뻔한 이야기를 적고 있을 뿐이다. 보통 신시장을 원하는 창업가들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자주 말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무슨 뜻인가? 아무리 잘해도 운이 없으면 돈 다 날리는 것을 뜻한다. 최고의 팀과 기회를 만나도 실수로 인해 좌초될 수 있는 위험한 비즈니스를 뜻한다. 그럼에도 많은 돈을 벌거라는 하이리턴의 달콤함만을 대부분 이야기다.


내 주변의 성공한 창업들, 그리고 세상에 알려진 성공한 많은 창업가들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명제에서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애쓴다.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을 노린다. 예를 들면 기존의 운영하는 회사 돈을 잘 벌고 있어도 충분한 자본을 쌓아두기 전까진 새로운 시도는 보류하며 기반을 다지는 사업가들다. 이들이 바보라서 신시장에 안 들어가는게 아니다. 이들은 시장이 얼마나 차갑고 돈 벌기 힘들지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무르익기 전까지 보류하며 기회를 살핀다. 반면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적고, 가진게 적은 사람들이 도리어 배짱 좋게 사업을 일으켜보겠다고 말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기억해야한다. 자신이 아는게 적으면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아는게 많아질수록 자신감은 적어지고, 겸손해진다. 세상 넓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난다긴다하는 머리들이 모여도 사업 하나 성공시키는게 어려운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에는 최고의 인재는 고사하고 범재들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업가 자신도 범재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만나는 창업가들 중 8할은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질문들은 창업가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 답을 못해선 안되는 것들이다. "사업이 잘됐을 때 어떻게 되나요?" "말씀하신대로 안됐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가요?" "팀원은 어떻게 모으실 것인가요?" "자본 유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요?" "번레이트는 어느정도인가요?" 이건 숫자와 시나리오의 질문이다. 또한 번레이트는 현상황에 대한 질문이다. 자기 사업체에 대해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 그리고 현상황를 대변하는 지표도 말하지 못하는 창업가가 사업을 성공시킬까?


몇몇의 창업가들은 기본적인 용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웹 비즈니스를 한다면서 웹 기술에 대해 백지인 사람도 많았고, 플렛폼을 만든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는 경우도 보았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 창업가들이 가진 생각을 사업화를 하려면 현실로 가져와야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한 번은 중고차 거래 플렛폼을 만들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중고차 거래 플렛폼이라 하면 이미 경쟁자들도 뻔히 있고, 수익모델도 뻔하게 보인다. 당연하게도 창업자는 차별점을 이야기하며 강점을 어필했지만 막상 차별점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검증된 모델이 아니었다. 적어도 구매자와 판매자들을 만나서 그 가설이 진짜인지 검증을 해야할 것 아닌가? 시장 참여자들의 니즈가 확실히 검증되어도 실제 제품이 나오면 안사는 사람이 널렸다. 그런데 니즈조차 없는 것들에 대해선 어떨까?


나는 니즈가 시장과 직결된다는 법칙을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 합리적인 창업가는 시나리오 검증을 위해 돈을 안들이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검증한다. 그것이 사업초기의 사람들을 만나 하는 니즈파악이라면 아주 저렴하게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과정을 건너뛰는것은 실행력이라기보단 어리석음에 가까워보인다.


지표를 알아야 한다. 정신을 못차린 사람들에겐 앱 만들어 성공하는게 쉬워보이고, 플렛폼 만드는게 간단해보일 것이다. 사람들은 월평균 앱 설치 비율이 0.x개에 이며 이마저도 홍보나 지인을 통해서 설치하는 것일 뿐이다. 플렛폼은 다를까? 플렛폼 참여자의 입장에서 해당 플렛폼은 아직 아무런 가치도 없는 무가치한 시장이다. 시장 정립도 안될 뿐더러 그곳에 들이는 노력이 수익으로 치환되는 구조도 아니다. 플렛폼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계속 비용만 발생할 것이다. 이 비용은 창업가가 대건 투자를 받아와서 대건 해야할텐데 플렛폼 창업가들은 이점은 굉장히 나이브하게 생각한다.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창업가들을 살펴보자. 투자자들에게는 선택지 하나 일 뿐이다. 수 많은 선택지 중 몇 개만 골라야 하고, 선택지 모두를 버려도 된다. 이들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플렛폼이 시장을 당겨올 수 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수익 전환도 중요하다. 위에서 말했듯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수익 전환은 꿈도 못 꿀 것이고, 그 전까지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을 투자사에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수익 전환의 비율이 리스크보다 훨씬 커야하고, 수익 전환까지 생기는 시간도 중요한 이슈가 된다.


그 뿐일까? 시장이 좋다면 후발참여자들도 금방금방 들어올 것이다. 선발대와는 다르게 후발대는 대부분 자본을 꾸러미로 들고 중무장한 놈들이 붙기 시작한다. 이들과 경쟁해서 작은 파이라도 한 쪽을 먹어야 그 다음 투자를 유치할 명분이 생긴다. 그게 아니라면 시리즈A 정도에서 공중분해되거나 A도 못가서 공중분해될 것이다.


실리콘밸리 격언 중 이런 말이 있다. '최고의 팀이 최고의 시장을 만날 때만 성공한다.' 이외의 경우는 없다. 최고의 팀이 아니면 성공하지 못하고, 시장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일을 해볼 필요도 없이 결과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 격언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범인은 못할 일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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