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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03. 2020

[스타트업 방법론] 노력은 많이하고 더 실패하는 법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은 정말 쓸모 있을까

나는 공식적으로 2번의 사업자 등록을 했고, 4개의 아이템을 런칭했다. 사업 준비만 몇 개월하고 끝나버린 쇼핑몰이나 수익성 없이 진행했던 기술 정보 공유 서비스를 빼고 말이다. 6번 시도를 했음에도 대박을 터뜨리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내가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시골 촌뜨기가 총 7년간 경험했던 실패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1. 내가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하겠지

내가 런칭한 모든 서비스가 이 방법을 택해 만들어졌다. 이 방법은 스스로를 고객으로 설정해 제품을 만들어간다. 때문에 내 취향과 욕구가 고객의 니즈를 대변하고, 내가 가진 인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내 취향이나 니즈가 시장의 다수가 공감하지 않는다면 성공을 하기 무척이나 힘들어진다.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영상 중 백종원씨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장님은 본인 입맛이 남들보다 짜게 먹어요, 싱겁게 먹어요?"

"얼마나 짜게 먹는지 정확히 아세요?"


음식을 만들 때 사장의 입맛이 짜게 먹는걸 선호하면, 그 집의 음식은 짜게 된다. 사장이 심각하게 짠 맛을 좋아하면 대다수의 손님들 입맛을 끌어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고객으로 두는 것은 정확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대중의 취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들의 니즈가 곧 내 니즈인 상태라면 무엇을 하던 시장에서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라면 자신의 니즈가 편향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2. 돈을 전혀 안 쓰고 벌기만 해야지

내 사업은 무척이나 비루했다. 총액 천만원 이내에서 대부분 사업을 진행했으니 거의 돈도 없이 배짱 하나로 싸워왔다. 그런데 이 전략은 무척이나 힘들고, 자신을 혹사시키는 방법이다. 


만약 당신이 개발자가 아니라면 개발을 배우는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까지 수 년간 공부를 해야한다. 그렇기에 돈을 주고 고용하는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사업엔 다양한 디자인 에셋이 요구된다. 로고, 아이콘, 일러스트 뿐 아니라 폰트, 사진, 마케팅 컨텐츠 등을 직접 만들고, 비용을 줄이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사업을 제대로 굴리기 위해선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팀원 또는 외주로 데려와서 일을 처리해야만 빠른 속도와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자기 자본으로만 해야지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하는 방법이다. 2번과 맥락을 공유하는데, 자기 자본에만 의존하는 것은 운용 자산의 총액이 적어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된다. 세기의 창업가 엘론 머스크를 기억해야한다. 그는 자기 자본으로 스페이스X, 테슬라를 만들지 않았다. 자신의 비전을 전해서 투자자와 투자금을 모아 비전을 실현시켰다. 창업을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외주 자본이 들어오는걸 꺼려하고, 자신의 사업이 휘둘릴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이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첫번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의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칫국을 마시는 격과 다름없다. 두번째로 투자를 받게된다면 투자한 사람은 한 배를 탄 사람이므로 사업의 발전에 함께 노력해야한다. 단순히 돈만 대는 사람도 있겠지만 VC를 비롯한 투자사라면 여러 자원을 지원받아 완성도 높은 사업을 빠르게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셋째로 지분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분이라는건 창업 초기엔 휴지 조가리보다 형편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지분 뺏기는 게 걱정된다면 자기 자본을 충분히 많이 쌓아두고, 지배력을 갖추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지분을 덜 주고 돈을 끌어올만큼 능력있는 팀원 또는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갖추면 된다. 


4. 투자자는 언제나 옳다

몇몇의 사장님들은 데스벨리 끝자락에서 구원자 같은 투자자 또는 VC를 만나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그들의 조건을 모조리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3번 전략에서 투자자의 긍정적인 면을 말했지만, 투자자가 동료가 되는 시점은 계약 이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투자 유치는 경우에 따라서 수 개월 동안 질질 끌리다 파토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펼쳐지냐면 투자사는 수 많은 기업 중 최고 이득을 줄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창업가의 이득과 자신들의 이득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줄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투자가 계속 진행 중이라면 특히 조심해야한다. 왜냐면 투자사 중 몇몇은 투자 계약에 독소조항을 넣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최소 2명 이상의 변호사에게 투자 계약서를 검토받는걸 추천한다. 한 명만 고용했을 때 계약에서 놓치는 조항이 생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투자사는 하는 일이 투자 계약하고, 더 많은 이윤을 얻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러면 투자사가 이득을 보는 계약서를 만드는게 그들의 일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고마운 존재기도 하지만 당신이 눈뜨고 보는 앞에서 코를 베어갈 수도 있다.


5. 지나친 완벽주의

스타트업 용어중 스프린트라는 게 있다. 구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짧은 시간 단위(1주~2주) 기준으로 최소기능제품(MVP)를 만들고, 이를 시장에 내놓아 테스트해보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스타트업이 만드는 제품 자체가 대부분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혁신적인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즉 1차원적 시장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을 만들 위험이 존재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 기능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보완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때 꼭 완성된 제품일 필요는 없다. 가령 어떤 상품의 수요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제품을 만들기 보단 제품을 파는 척하는 홈페이지만 만들어두고, 수요가 생기는지 확인할 수 있고, 또는 타겟 고객들에게 콜드콜을 돌리거나 프로모션 이메일을 보내는 등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실험 설계도 가능하다.


이와같은 완벽주의에 대한 의견은 페이스북의 주커버그를 비롯해 많은 스타트업 구루들이 주창하는 내용이다. 완벽한 제품보다 나은 것은 완성된 제품이고, 완성된 제품으로 시장에서 검증이 되면 그때 완벽을 추구해도 된다.


6. 사람 급해 아무나 쓰기

사람이 사람을 당긴다. 능력자는 능력자를 부르고, 무능력자는 무능력자를 부른다. 스타트업에서는 고질적으로 자원 부족을 겪기 때문에 아무나 데려다 쓰는 일이 빈번하다. 그 결과가 어떨까? 무능력한 사람이 무능력한 사람을 당겨올 가능성이 크다. 무능력한 사람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야기시킬 수 있다.


1) 무능력한 사람에게 약속한 지분으로 인해 더 능력있는 사람을 못 데려오는 문제

2) 무능력한 사람이 받는 조건은 해당 회사의 최저선을 만드므로, 이보다 능력있는 사람에겐 언제나 그 이상을 대접해야 하는 문제

3)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무능력한 사람이 많은 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문제


능력이 떨어지면서 초기 맴버로 큰 지분 또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그 팀의 미래는 어둡다. 사람은 자신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조직을 찾지, 자신이 소모되는 조직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나 그 사람이 능력있다면? 절대 자기 인생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7. 제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돈벌어오자

좀비 스타트업이 있다. 사실 이 전략은 성공한 스타트업에서도 간간히 들려오는 전략이기도 한데, 쉽게 말하자면 외주를 뛰는 것이다. 자신들의 제품을 만들 돈이 부족하거나, 운영자금이 부족해 단기 현금 유입을 위해 홈페이지 제작, 디자인 외주 등을 해서 현찰을 땡기고 그걸로 다시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기업은 외주 경험을 통한 포트폴리오, 그리고 적어도 현찰이 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이것보다 더 안 좋은건 바로 국가 돈에 의존하는 업체다. 스타트업 중엔(엄밀하게는 소규모 정부 지원 팀들) 간간히 수 년 째 정부에서 주는 돈에 연명해 사는 곳들이 있다. 이들은 왜 이렇까? 정부에서 주는 돈에 의지하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거기에서 멈춘 업체들이다. 또는 정부의 돈만 바라고 살지, 근본적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곳이다.


정부 지원 사업에 의존해 살아가는 팀들은 왜 생길까? 개인적인 생각에선 정부에서 하는 정책에선 비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라 본다. 정부 정책은 어떤 사업이 비전있다고 해서 돈을 팍팍 밀어주고, 어떤건 죽이고 하지 않는다. 제조 분야, IT, 사회적 기업 등 여러 분야를 나눠두고 각각의 영역에 일정 수의 사업체에게 분산해서 지원한다. 이러다보니 자격에 못미치지만 혜택을 얻는 업체도 상당히 존재한다.




위에서 말한 7가지 생각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경험했던 일들이다. 노력은 많이하고, 실패를 하는건 쉽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나처럼 바보짓을 하지 말고 노력한 것에 맞는 좋은 보상을 얻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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