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누구 돈을 받아 성장할 것인가
수익모델을 정하지 않고 제품 먼저 만드는 것
많은 스타트업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누구 돈을 받아 먹고 살지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바꿔 말하면 스타트업이 누구 돈을 받아 먹고 살지 정했고, 지금 하고 있다면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수익모델(Business Model, BM)을 제품 가치보다 후순위에 놓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팀원 및 창업자가 넣고 싶은 기능이나 특징에 집착하다보니 막상 누구한테 얼마를 받고, 어떻게 팔지 등은 끝에 끝까지 정하지 않고, 미루는 것이다. 이러다보면 최악의 상황까지 BM을 늦추기도 하는데, 이렇게 최후에 만들어진 BM은 대부분 최악의 BM되어 스타트업의 장례식을 열게 된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억지로 시장에 끼워맞춘 어거지 BM을 통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그동안 만든 제품의 가치와 잘 조회되고,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이런 사업체는 대부분 망할 수 밖에 없다.
몇몇의 사업자는 어거지 수익모델을 만들어 부자될 것을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 생각이 똑같다. 광고, 외주, 수수료. 천편일률적으로 이 3가지 수익모델을 말하는데 사업 1일차에도 이정도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 즉 아무런 특장점이나 가치와의 조화가 결여된 수익모델이다.
그래. 백번양보해서 이런 수익모델이라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럼 모든게 해결될까? 아니다. 모델을 바탕으로 IR을 진행해야하고, 투자유치를 해야하고, 고객을 설득해야하고, 마케팅 자료와 전략도 정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가치를 최후로 미루고 그때서야 정하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그래서 실리콘 밸리에서는 제품의 혁신성보다 수익모델을 보고, 그 이전에 마켓의 존재 유무를 우선한다. 적어도 마켓이 있어야 수익모델이 작동될 가능성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Market pulls out the great team."이란 격언이 있는데, 좋은 팀이 시장을 이끌어 내는게 아니라 시장이 좋은 팀을 이끌어낸다는 걸 뜻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시장이 뚝딱 만들어져서 성공하는게 아니라 시장에서 요청할 때 좋은 제품이 떠오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단 제품 먼저라는 사고는 무척이나 리스크있는데, 나는 이 현상이 모두 유니콘 기업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은 없이 엄청난 모수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면서 발전했다. 수익모델이 정립되기 전까지 투자금만 계속 쓰는 것이었다. 페이스북 뿐 아니라 유튜브도 유사하다. 광고 모델이 정립되기 전까지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당하며 성장했고, 구글에 의해 인수되긴 했지만 만약 인수되지 않았다면 국내의 유수한 영상 업체들처럼 초라한 결말을 맞이했을지 모른다.
유니콘 기업이 폼나고, 투자금으로 밀어붙이는거 멋지다. 인정한다. 하지만 생각해볼 점은 투자자들과 투자사는 바보가 아니다. 유니콘 기업의 사용자 모수 중심적인 전략은 수익보다 사용자에게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에 중점을 둔 것과 다른 업체와는 비교도 안되게 강력하고 높은 수치의 사용자 충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즉 수익모델을 무시하고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마인드는 경쟁자들을 무시할정도로 강력한 사용자 층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 충성도가 매년 발생하는 비용을 무시하라고 투자자들한테 말할만큼 강력해야한다. 그게 아닌 기업은 백이면 백 모조리 망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자면 이것을 해낸 스타트업은 비율로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극소수이다.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거의 없을 뿐더러 매년 문닫는 스타트업 비율을 볼 때 0.1%도 안된다고 수치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의 평범한 스타트업과 조금 뛰어난 스타트업은 수익모델과 시장을 우선해서 사업을 시작하는걸 권하고 싶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이 승산있는 전략이고, 얼마 안되는 돈줄을 한 두 달이라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데스벨리를 생각해보면 더 와닿는다. 수익 전환 없이 데스벨리를 넘긴다는건 불가능하다. 데스벨리라는 것이 수익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데 데스벨리 끝자락에서 수익 모델을 어거지로 만든다면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당장 서비스 시작 단계서부터 최우선으로 둬도 부족하지 않는 사안인데 말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공부 했으면 좋겠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얼마나 단기간에 사용자 10만명을 모았고, 충성도가 어느정도였는지. 그들의 팀원 수준과 커리어가 어느정도 였는지. 이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제품에 몰두해 수익모델을 무시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또는 너무 큰 유니콘 기업들만 생각하지 말고 각 국가에서 탄탄하게 성공한 많은 스타트업 사례를 공부했으면 좋겠다. 공부해보면 대부분은 현금성 자산 및 운영 자산 관리를 위해 투자금을 태우기만 하는 전략을 오래동안 취하지 않았다. 설령 돈을 태우더라도 총 매출 규모를 늘리고, 매출 대비 비용의 비율을 줄여가며 성장했다.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적었을까? 다른 이들에게 말하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속한 팀이 이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참여한 회사는 오랫동안 어떻게 돈 벌지에 대해선 차치하고, 사용자의 총 숫자 및 충성도에 집착했다. 그렇기에 자산은 점점 바닥을 들어내고, 오랫동안 수익없이 일한 팀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곶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을 기억해야한다. 뛰어난 팀원을 모아 최고의 스타트업을 만드려면 그들이 조금만 더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던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는데, 곶간은 텅텅 비고, 배를 굶주린 사람들만 있다면 아무리 비전이 거창한들 누구도 더 일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나에게 돈을 주겠는가? 모두에게 조금씩 뜯어내겠다는 둥, 나중에 광고를 팔겠다, 수수료를 먹겠다는 둥 말은 쉽다. 하지만 수수료 장사는 결국 다른 플렛폼과 치킨 게임을 하게 될 것이고, 광고는 사용자 경험과 충성도를 갉아먹는게 태반이다. 그게 아니라면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리즈 A도 못간 9할의 스타트업이 이런 가치를 만들리 만무하다.
솔직해지자. 돈 못 벌면 망한다. 돈 버는게 사업이다. 비전은 그 다음이다. 팀원을 굶기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