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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09. 2020

크랩 멘탈리티

통 안에 담긴 게는 벗어나려는 게를 붙잡는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우리 반은 전교에서 가장 공부를 못하는 반이었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전교에서 꼴찌"란 사실을 자주 말하곤 했다. 부끄럽게도 우리 반은 꼴찌반답게 꼴찌처럼 행동했다.


만만한 선생님이 수업을 하시면 장난치고 놀기 바빴다. 야간 자율 학습 시간 때는 친구들은 뒤에서 낄낄거리며 농담을 했다. 그들은 약한 친구들 머리에 종이나 지우게를 던지곤 했다.


공부를 하려는 친구들은 모두 힘들어했고, 괴롭힘 속에서 공부하기란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것 같았다.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라는 말이 있다.


게를 잡아 통 안에 던져두면, 게는 자신의 힘만으로도 통 밖으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게를 여러 마리 넣으면 달라진다. 통 안의 게들이 올라가는 게를 끌어당겨 통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괴롭혀 모두 죽게 만든다.


통 안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환경을 바꾸려 발버둥 치는데 자꾸 주변에서 방해한다. 가족이 나를 막고, 친구가 나를 막고, 직장 동료가 나를 막는다. 통 안에 갇힌 게처럼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속 떨어진다.


통 안에 갇힌 게는 이제 팔리러 간다.

벽을 넘지 못하면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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