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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13. 2020

<차이나 게이트> 조사 후기

한국 여론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은 존재하는가?

copyright 게티이미지 뱅크

2020년 2월 26일 '중국 공산당이 조선족을 포함해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인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글이 대형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다. 이 글의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대한민국 정치에 개입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에 유리하도록 공작을 해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동타이왕의 현재 모습. 특별히 이상한 사진도 없다.

이후 이것이 사실인지 증명하기 위해 몇몇의 네티즌들은 중국 공산당에서 금지하는 동타이왕(https://dongtaiwang.com) 링크를 인터넷에 뿌려 반응을 살피기 시작한다. 한국인이라면 동타이왕에 들어가도 중국어로 된 사이트가 떠서 '뭐지?'하고 넘어갈 법하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이상한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랑 절대 연관없습니다..아닙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습니다."

"절대 절대 들어가지마세요.. 해킹 당합니다..... 난 그냥 개인이요. 미친 배신자들"


놀랍게도 위와 같은 댓글을 쓴 사람들은 그전까지 한국말을 정상적으로 하는 일반 유저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이 링크를 누른 후에는 한국말을 어눌하게 쓰기 시작하며 "나는 개인이오."와 같은 한국인이라면 하기 힘든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들은 중국인이고, 커뮤니티에 잠입해 활동해왔던 걸까?


나는 이 의혹이 진실인지 알고 싶었다. 만약 중국 공산당이 한국 정치에 개입했다면 인터넷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지 정량적 결과를 찾고 싶었다. 증거가 없이 주장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증거를 찾고 싶었다. 반박 불가능한 증거를.




가설 설정

여론 조작이 있었다면 조직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한두 명이 댓글, 글, 추천, 싫어요 등으론 여론을 만들 수 없다. 적어도 몇 만의 인원이 활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한다는 걸 찾아야 했다. 이를 위해 크롤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크롤러 개발

크롤러는 검색엔진에서 주로 사용되는 데이터 수집기이다. 지금도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의 서비스는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웹사이트를 로봇이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크롤러를 개발할 때는 해당 사이트가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크롤러 대상 사이트 목록을 정하고 해당 사이트의 크롤링 정책을 확인했다.


위의 목록은 네이버 뉴스에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48개의 언론사다. 이들을 하나하나 들어가 각 사이트의 robots.txt 파일을 조회하면 크롤링 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크롤링을 허용한 언론사에 한하여 데이터를 수집했다.

YTN의 robots.txt 파일



소셜 댓글 서비스

위의 언론사들 중 몇몇은 직접 만든 댓글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외부 서비스를 사용해 소셜 댓글 기능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조금만 분석해보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중 아이피 정보나 개인 URL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추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여담이지만 이 데이터를 획득했을 때 나는 사실 이 소셜 댓글 서비스가 무책임하다 생각했다. 개인 정보를 이렇게 공공연하게 전송할 수 있고, 이를 한국의 수많은 언론사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조사 시작

크롤링 정책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나는 언론사에 올린 댓글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 일을 여러 커뮤니티에 알렸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올려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했다. 이후 조사 범위는 언론사를 넘어 대형 커뮤니티를 조사했다. 만약 여론 조작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뉴스에만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베이스 구축

조사가 점점 커지면서 나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3월 2일부터 시작한 조사는 불과 2주 만에 한국 전체의 댓글 흐름과 하루 평균 댓글의 개수를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이유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의 셀은 무한대로 허용되지 않는다. 댓글이 100만 개를 넘어가면서 스프레드시트로를 관리할 수 없게 됐다.


댓글이 130만 개 수집됐을 때 댓글 아카이브를 만들어 모두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여론 조작의 중심축으로 의심받는 사람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뷰

TV조선의 <탐사보도 세븐>에서 차이나 게이트를 조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내 인터뷰는 이 영상에 담기지 않았는데 아래 다룰 트위터에서 좌표 찍기 및 활동 양태의 변화 자료 때문이다.


트위터의 여론 조작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단순히 결과를 보고 해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언론사 댓글들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반응은 결과다. 여론 조작의 증거를 찾기 위해선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특정 댓글이 빠르게 좋아요를 받거나, 빠르게 싫어요를 받아 내려가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해당 링크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지, 명령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11월 13일 현재 시간 "역따" 검색 결과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트위터였다. 트위터에서는 아직도 "역따"와 같은 말로 여론 조작을 대놓고 권하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역따"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역따"라는 말을 쓰고 밑에 링크를 몇 개 넣는다. 해당 트윗을 보는 팔로워들은 "역따" 아래 달린 링크에 들어가 정치성향에 반대하는 댓글을 찾아 싫어요를 누른다. 이렇게 대놓고 여론 조작을 하는 이들이 오늘, 지금도 존재한다.


2020년 3월에는 이러한 트윗이 지금보다 훨씬 많고,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차이나게이트를 조사하면서 양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3월 19일 "댓글 이력 공개, 본인 확인제"를 시행했다. 또한 검찰에서 '차이나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검찰의 조사 대상은 '김겨쿨'이라는 트위터 유저였다.

그 결과였을까? 그전까지 활발하던 트위터 내의 여론조작 트윗은 급속도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전처럼 댓글 조작으로 의심되는 일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차이나게이트 조사 약 20일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검찰 조사 신호는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는 다음 뉴스에 주목해왔다. 특정 시점을 지나서 다음의 정치성향을 띄는 댓글들과 좋아요, 싫어요 강도가 달라지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였을 뿐이다.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지 정량 측정을 하기 위해선 "좌표 찍기" 증거가 필요했으나 트위터에서 도망간 이들은 텔레그램을 비롯해 더 폐쇄적인 서비스로 숨은 것 같았다.




결론


- 2020년 3월 초부터 나는 약 40일 이상을 한국의 여론 조작 세력이 있는지 조사했다.

- 3월 20일경을 기점으로 수많은 언론사 댓글, 커뮤니티 댓글, 정치적 댓글의 활동 양태가 변화했다.

-정량적 증거를 찾기 위해 좌표 찍기를 찾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쉽게 찾을 수 있는 좌표 찍기는 사라졌다.

- 현시점에서 여론 조작 세력이 존재한다면 이들은 더 이상 공개적인 곳에서 여론조작을 하지 않는다.

- 한국 여론을 조작하는 건 고작 몇 만개의 댓글로 가능하다.





차이나 게이트를 말하면 어떤 이들은 헛소리라 말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분명한 진실이라 말한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요즘처럼 분열된 사회에서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무엇이 진실이라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색안경을 쓰지 않으려 한다. 정치의 색을 버리고, 여론 조작 세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거대한지. 그리고 그들은 왜 이 일을 저지르는지 알고 싶다.


이 조사를 시작할 당시 나는 특별한 위해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나 불과 30분이 안되어 나는 특별한 메시지를 받고 흔적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일화를 비교적 시간이 흐른 시기에 공개한 이유 역시 그때의 위협에서 벗어날 충분한 시간과 보호 수단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거대한 권력의 싸움에서 보이건 보이지 않건 여론조작은 반드시 생길 것이고 그 주체가 누구인지는 또는 모두인제 알 수 없다. 국가의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특정 기업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누구라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이러한 특정 이익을 위한 행동은 반복되는 역사처럼 다시 도래할 것이라 확신한다. 만약  과거와 같은 일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 그때는 제대로 찾아내고 싶다. 내가 믿기에 한국은 생각보다 작고, 생각보다 연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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