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훈 Feb 27. 2024

솔로몬

거짓임을 알고서도 전하는 이들


솔로몬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을 모르는 사람도 알고 있다.


그러나 솔로몬이 성경에만 기록된 왕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King David Playing the Harp (1622) by Gerard van Honthorst 

솔로몬의 왕은 다윗 왕의 아들이다. 그 유명한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의 아들이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전쟁 군주답게 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주변 국가들 입장에서 다윗은 공포였을 것이다. 그는 소년 시절에 키가 2미터가 넘는 골리앗을 돌팔매로 죽인 사건으로 유명하고, 이후 수많은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하루는 전쟁 중에 왕궁으로 돌아와 왕궁을 거닐다 한 여인이 목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여인과 동침한다. 그 여인은 밧세바로 충직한 장군 우리아의 아내였다. 다윗은 밧세바가 임신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우리아를 전쟁에서 돌아와 휴식하라 명하지만, 충신이었던 우리아는 병사들이 죽어가는 전장을 떠날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성군이었던 다윗은 우리아를 전쟁의 최전방으로 보내 죽게 만들고, 밧세바를 취했다. 그 밧세바가 나은 아기가 솔로몬이다.


성경에서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다윗 이후의 이스라엘을 더욱 강대국으로 만든 불세출의 왕으로 기억된다. 그는 지혜롭게 주변 나라들과 교역하여 동시에 이스라엘의 최전성기를 만드는 위대한 왕이 된다.


King Solomon in front of his throne, receiving the Queen of Sheba (painting by Edward Poynter, 1890)

솔로몬에 대한 성경의 표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 그가 통치하던 시절 이스라엘은 은과 금이 넘쳐나는 국가였다고 한다. 조공으로 받은 금이 666 달란트. 약 18톤에 이르렀다. 매년 금 18톤을 조공받은 나라를 만든 솔로몬 왕. 그는 어마어마한 국력을 바탕으로 호화스러운 궁을 지었고, 주변 국가들과 결혼 동맹을 맺었으며 교역을 활발하게 했다.


그는 이처럼 위대한 이스라엘을 만들었지만 반대로 이스라엘을 타락시킨 왕이기도 하다. 끝에 이르서는 사치와 향락이 가득한 국가가 되었고, 이에 대해 신명기에서는 "나라가 갈라질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리고 결혼 동맹을 하며 얻은 이방 여인들의 우상을 섬겼다는 평가도 있다. 그 결과로 다윗 왕과 하나님이 세운 나라는 무너졌다는 것이 성경의 평가이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는 여전히 성경의 이야기이다. 성경 밖의 역사서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이다. 학자에 따라 성경에 나온 솔로몬의 부가 과장된 자료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이 모든 게 과장된, 허황된 이야기였다면 우리는 솔로몬 지혜의 왕이라는 거짓 이야기를 수천 년간 역사라는 이름으로 전달해 온 것이다.






세상에는 편집된 진실이 넘쳐난다. 내가 적었던 이야기들 중에도 또 누군가가 속아서 진실인 줄 알고 적었던 기록들이 진실인 것처럼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을 필요는 없으나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왜냐면 거짓 선지자들은 진실과 거짓을 섞어 자신들을 비호하고, 자신들보다 진실에 더 접근한 이들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여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경에 대한 질문을 찾아다니면서 의도치 않게 많은 사이비들을 보기도 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 사이비 광신도가 아니다. 어찌 보면 교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성경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신실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단이라는 것은 끝이 다른 자들을 뜻한다. 그들의 끝에는 언제나 인간으로 재림했다는 허황된 신, 교주가 있었다. 교주를 향해 모든 걸을 바치라는 역겨운 교리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이것이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마태복음 10장 34절)



진리에 가까워지면 나는 그 안에 평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나 그 안엔 칼이 들어있다. 신념과 신념의 대립이 생길 것이고, 얼마나 신념이 선명한가에 따라 자신의 신념과 다른 모든 이들이 적으로 보이게 된다. 이것에 대해 예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


내게 있어서 의인을 보는 기준은 이것이다. 자신의 십자가를 감당하고 있는 사람인가. 의를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십자가가 없이 타인의 십자가 뒤에 올라타 세상을 누비는 이들에게 있을 낙원은 없으리라. 어린아이 한 명이라도 죄를 짓게 만드는 이들은 스스로 돌을 목에 걸어 깊은 물속에 빠지라고 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거짓 선지자로 이끌었던 이들은 그 죗값이 참으로 무겁다.


스스로 거짓인 것을 알면서 진실로 속여 전달하는 이들에게는 화가 있다.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십자가를 지게 하는 이들에게는 화가 있다. 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회가 있다. 솔로몬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거짓임을 알면서 전하는 이들에게는 신의 진노가 향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인지 편향과 골목식당 사장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