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어디에 쓰는 게 나을까
미디엄(Medium)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글 쓰는 앱이다. 한국에서는 브런치의 인지도가 훨씬 크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미디엄이 압도적이다. 나도 한 때 미디엄에 한글과 영어로 글을 많이 올렸다. 에어데스크를 개발하면서 버전 업데이트 정보도 알릴 겸, 영어 공부도 할 겸 쓴 것이다.
위에 스크린샷을 자세히 보면 팔로워를 찾을 수 있다. 무려 13명이다. 미디엄에 올린 글이 13개가 넘는데, 팔로워는 13명이다. 반면 브런치 구독자는 오늘 기준으로 4,723명이다. 올린 콘텐츠가 다른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생긴 걸까. 미디엄이 영어 기반이라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다. 미디엄은 한국어 사용자가 직접 계산해 본건 아니지만 적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보니 브런치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가 올라온다. 작가가 콘텐츠 파워가 약하면 글을 몇 개를 올리던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 즉 미디엄은 약육강식의 구조다.
반면 브런치는 글을 처음 쓰는 작가들에게 호의적이다. 브런치 메인에 추천된 글을 하나하나 읽어본 적 있는가? 생각보다 구독자가 적은 작가님들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브런치의 수많은 에디터님들이 직접 콘텐츠를 읽어보고 하나하나 고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래 속 진주 같은 글들이 올라온다.
브런치가 처음 시작하는 작가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좋은 글을 발견하는 곳이라면 미디엄은 정반대다. 내 글의 조회수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에어데스크의 업데이트 정보를 담은 글들은 올린 지 몇 년이 지났는데 10번도 안 읽힌 글이 있다. 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이 있다면 해당 글의 조회수는 1000배 이상의 조회수도 거뜬하다. 이런 의미에서 영어로 쓴 글 + 사랑들이 많이 검색할만한 글 위주로 작성하는 게 미디엄의 성공 문법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한국어로 된 글을 써야 한다면 이보다 나은 곳이 없다. 개인적인 선호도 측면부터 말하자면 에디터가 환상적이고,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다. 또한 브런치에서 추구하는 좋은 글에 대한 철학이 있는 것 같다. 브런치는 실용성 있는 글, 사람들이 사랑하는 글을 꽤 정확하게 추천해준다. 하지만 언제나 잘 나가는 글만 추천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구독자가 적은 작가분들의 글을 브런치 메인에 올리거나, 다음,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콘텐츠를 홍보해주고 공유한다.
브런치의 또 다른 강점은 출판사와의 콜라보를 말할 수 있다. 브런치는 인터넷에서 글을 쓰던 수많은 작가들을 실제 작가로 바꿔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매년 브런치를 통해 출판되는 책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능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기에 이보다 좋은 플랫폼이 있을까 싶다.
그럼 브런치는 단점이 없을까? 굳이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브런치에서 다양성이 줄어들고 톤이 일원화되는 것 같다. 일상, 에세이, 공감에 대한 글이 다른 글들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해당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가 더 많이 브런치를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부분은 정량적인 측정이 아니라 내 느낌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상, 공감, 직장 생활 등과 관련된 글은 메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내가 좋아하는 개발, 디자인, 비즈니스에 대한 글이 메인에서 다뤄지는 건 자주 못 본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인 콘텐츠의 추천 알고리즘을 개인별로 제공해주는 건 어떨까 싶다.
또한 '실제 내 글을 읽는 사용자의 비율'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미디엄의 경우 View와 Read를 분리해서 표시한다. 그냥 눌러본 것과 실제로 읽은 것을 분리해 데이터를 다룬다. 브런치에서 이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느낌상 콘텐츠 파워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내 글을 막 좋아요 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글 하나당 10초도 안돼서 라이크 하시고, 다음 글 라이크 하시고 그런 것이다. 이런 경우 미디엄의 기준에선 View는 올라가지만 Read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읽는 것과 조회한 것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면 글의 품질을 스스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브런치는 개발자에게 불편하다. 개발자들이 글을 쓰게 하려면 프로그래밍 코드를 쓰기 쉽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브런치에는 코드용 블록이 없다. 또한 브런치는 원천적으로 우클릭 복사 방지가 적용된 것 같다. 개발자들은 서로의 코드를 공유하고, 붙여 넣어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용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브런치에선 이 과정이 매우 불편하다. 코드를 쓰는 것도 어렵고, 그 코드를 다른 개발자가 보고 따라 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와 같은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브런치에 개발자들이 글 쓰는 일이 앞으로도 매우 적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 작성할 때 복사 허용 기능을 넣거나, 아니면 코드에 한해서는 복사 허용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나이브하게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