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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08. 2021

[후기] 내일 양악 수술합니다

해보고 나서 알게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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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상훈입니다. 오늘은 제가 양악 수술을 한지 이틀이 지난 밤입니다.(수술을 토요일, 오늘은 월요일 밤) 수술이 어떻게 지나왔는지 꼼꼼히 기록해두고 싶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기록을 남기려 애썼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수술 아침의 모습입니다. 아침 9시 수술을 위해서 8시까지 병원에 가는 모습입니다. 마스크 뒷면으로 보이시겠지만 딱 봐도 다른 눈의 크기나 턱이 기울어진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래는 혼자 있거나 한 두 명의 보호자만 있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가족들이 다 와줬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참 고마웠습니다. 왜냐면 수술이 끝났을 때 아무도 없었다면 무척 힘들고 슬펐을 것 같습니다.


수술은 일정상 3~4시간이 진행되고 이후에 1시간 가량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수술이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면 2~3시간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9시 30분이 안되서 시작한 수술은 거의 6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끝나게 됐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어느정도 풀리기 위해 회복실에서 대기했습니다. 마취로 비몽사몽한 와중에 정면의 시계를 보니 대충 시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복하는 와중에 너무 아픈 겁니다. 이미 얼굴의 절반 이상은 마취와 수술로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파여","너무 아파여" 같은 말을 해서 간호원에의 주의를 끌어봤지만 "무통주사 들어가고 있으니 괜찮아지실거에요." 말만 들었지 전혀 괜찮지 않았습니다.


정말 인생일대 최악의 1시간을 꼽으라면 이 순간을 꼽고 싶을만큼 한 시간동안 신음 소리를 내며 끙끙댔습니다. 제가 환청을 들은 건진 모르겠지만 회복하는 곳에서 가까운 수술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톱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뼈를 톱으로 깎는다는게 정말 톱소리가 나는거라곤 생각 못해봤는데 무척 무서웠습니다.



회복이 막 끝난 후

회복실에서 고통의 1시간을 보내고 난 직후의 모습입니다. 가족들을 보니 반가웠습니다만 마취로 인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는 수술 직후라 비교적 붓기가 심하지 않은데 시간이 지날 수록 엄청난 붓기가 올라오게 됩니다.


조금 의식을 차리고, 수술 후 약 5시간쯤

첫번째 날은 9시 무렵 수술 시작해서 5시쯤 입원실로 이동, 그리고 이 사진은 8시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온몸이 뻐근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아픔이 찾아오는데 무통 주사가 들어오고 있다는 말만 들리지 무통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이 손과 발, 종아리 등을 주물러주었는데 그게 무척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첫번째 날 밤이 지났습니다. 새벽 2~3시까지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마취와 약으로 정신이 혼미해서 온갖 이상한 꿈을 계속 꾸면서, 수면 무호흡으로 중간중간 잠에서 깨기를 수 없이 반복했습니다. 간신히 새벽 4~5시가 되서야 조금이나마 나은 상태로 잠에 들 수 있었는데 이 때도 1시간 남짓 자는 것의 반복이었습니다.


지옥의 두번째날

양악 수술을 하시는 분들은 꼭 챙겨가시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가습기와 바세린입니다. 상악 수술 때문인진 모르겠는데 코 안이 헐어서 계속 피가 나오게 되면 코가 엄청나게 아픕니다. 이를 보완해주는 미봉책은 가습기이고, 제대로 지켜주는건 앞선 사진처럼 코 앞에 바세린을 바른 거즈로 코 부분의 습도를 지켜주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잘 몰랐기 때문에 코가 미칠듯이 아팠는데, 거즈로 코를 막은 부분을 때는게 더 나은 건줄 알고 때고 있다가 된통 당했습니다. 정말 힘들었고, 이것때문에 코 속이 피딱지로 가득차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할 뿐더러 코에서 나오는 피가 계속 기도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수술할 때 넣은 소변줄을 뽑히는 경험도 처음해봤는데, 생각보다 아프고, 피가 나와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둘쨋날 새벽 죽을 것 같던 날

그래서 둘쨋날 새벽.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을 보내는 새벽에 저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입원한 병원은 10시 이후로 보호자도 없어서 간호사에게만 의존해야했는데, 간호사가 12시에 약을 준다고 오후 10시 경 말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코의 통증 + 붓기로 인한 호흡 문제가 끝없이 찾아왔습니다. 얼굴이 부어오르면 숨을 잘 못 쉬게 됐는데 입 안에는 핏주머니를 차고 있고, 코는 가시처럼 찌르는 피딱지와 계속 들어오는 코피, 그 와중에 마취로 인해 잠은 오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살기 위해서 냉기 팩을 턱, 이마, 얼굴에 모두 두르고 조금이나마 붓기를 줄여 숨을 쉴려고 노력했습니다. 간호사에게 몇 번이나 숨 쉬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는데, 간호사가 하는 말이 "원래 숨 쉬기가 어려워요." "그냥 참으셔야 되요."라고 무책임하게 말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붓기를 줄여 숨을 쉬기 좋게 만들어주던지, 코에 생긴 피딱지를 줄여주기 위해 거즈로 보호를 해주던지 할 방법이 많았을텐데 이 간호사는 고작 한다는 소리가 "가습기 직접 가져오셨나봐요." 였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힘들게 잠에 들었는데 갑자기 목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계속 넘어오는 피가 가래가 되서 기도를 막았던 겁니다. 목을 턱 막히는 이 상황에서 저는 주사기를 제 입에 넣어서 피가래를 찾아 당겼습니다. 피 가래를 한 두 덩어리가 아니었고, 마치 거머리처럼 생긴 가래들을 입원실 안의 세면대에 대 여섯개 꺼내고, 다시 간호사를 호출했습니다. 여전히 간호사는 '원래 그렇다'며 냉찜질 팩을 더 해보라고 권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 당시만해도 간호사 말대로 정말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건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찾아보니 다른 병원에서는 적어도 거즈로 숨쉬는 거를 도와주거나 아니면 피딱지를 석션을 해주거나 한다는데 왜 저는 이런 도움 없이 혼자 살기 위해 애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세번째날 아침

8시가 지나자 오늘 일정을 대충 알려주었습니다. 피주머니를 제거한다고 해서 수술실로 올라갔습니다. 아니나 제 입 어딘가에 이어진 피 주머니와 연결된 줄을 끄집어 내는게 편안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간 뚫어둔 피 주머니 통로를 꼬맬 때도 상당히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젠 진짜 끝이겠지 싶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수술 2일 후 퇴원한 상태. 붓기가 매우 심하다.

퇴원을 할 때쯤 저는 병원의 여러 부분이 매우 미흡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번째는 코가 엉망인 상태가 되도록 케어해주지 않고, "원래 그래요."로 일관한 태도. 두번째는 그 밖의 수많은 미숙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3일간 머리를 감지 못하고 있어 월요일날 병원에서 머리를 감겨주고, 퇴원하는 걸로 예정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감기는 분은 초보신건지, 아니면 해본 적이 없는건지 제 입에 물이 튀게 샴푸를 해주셨습니다. 양악 수술을 한 사람한테 말이죠.


그 밖에도 새벽 내내 저를 괴롭힌 무책임한 간호사는 아침에 "인상 쓰지 말라면서"면서 덕담을 해주고 가더군요. 나중에 제 입이 멀쩡해지면 이 간호사하고는 담판을 짓던 병원 내 책임자랑 이야기를 하던 해야겠습니다.

엄청나게 부어오른 얼굴과 입술

이제 딱 시간으로 치면 수술 시간부터 60시간이 지난 상태입니다. 여전히 얼굴은 어마어마하게 부어있고, 지난 몇 시간동안 겪은 몇몇의 괴로운 시간들이 정말 스트레스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병원의 다른 분들에게는 큰 불만은 없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일한 병원이라도 어떤 간호사가 담당으로 있을 때에 따라 만족도는 크게 바뀔 수 있다는건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양악 수술을 하시게 된다면 드리고 싶은 당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양악의 고통은 고통 그 자체 + 총 시간 + 숨쉬기 물마시기 힘듦 등이다.

아직 저도 얼굴에 고정 장치와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이지만 고통의 시간이 너무도 천천히 지나간다는 것과 인간으로서 당연한 숨쉬는 것, 물 마시는 것이 말도 안되게 어렵습니다. 이 고통이 저는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어서 그런지 더 크게 느껴졌고, 고통 자체도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2. 혼자만의 시간의 고통

아무리 보호자가 있더라도 보호자가 잠든 시각에 고통을 견디면서 시간을 채워야 하는건 수술 당사자 본인 뿐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보호자 없이 저녁부터 새벽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최대한 도움을 받고, 미리 사전 조치 방법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간호사가 미흡해보이면 당당히 권리를 요구하시는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3. 그 밖의 여러 고통

저는 수술 후에 머리 이곳 저곳이 아팠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수술을 하다보면 제 머리를 꽉 잡고 뼈를 자르고 했었겠죠. 수술 직후엔 머리 부분을 고정할 밴드 자국도 선명했다고 하는데, 그곳이 지금도 꽤 아팠습니다. 얼굴 곳곳부터해서 소변줄을 빼는 것, 피주머니를 막는 것, 그리고 붓기로 인해서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 등 열거할 게 한 두개가 아닙니다.




저는 아직 제 얼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예상도 안갑니다. 아마 몇 번에 걸쳐 이 후기 글을 업데이트할 것 같은데, 저도 그랬지만 정말 양악 수술은 치료가 이유가 아니라면 외모를 위해서 하기엔 너무 큰 고통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주변에서 양악을 하시려는 분들 모두가 큰 결심으로 하신 것이겠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만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글을 30분 정도 적으니 정신이 몽롱해지네요. 진통제 기운을 받은 상태로 쓰다보니 글의 퀄리티가 좋진 않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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