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양악 수술을 합니다. 주변 분들에게 수술 일정을 알리니 "왜 수술하게?" 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제가 큰 불편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나 봅니다.
지난 십 수년을 돌이켜 보면 저는 턱이 비틀어져있어서 힘들었던 적이 무척 많았습니다. 초등학생 5~6학년 때부터 주걱턱으로 놀림을 받았고, 치과에 가봤지만 교정이 불가능하니 성인이 되서 수술을 하라고 조언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턱이 나온거면 그나마 나을텐데 턱이 한 쪽으로 돌아가 안면 비대칭도 심했습니다. 오른쪽 얼굴과 왼쪽 얼굴이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특히 오른쪽 얼굴은 소위 말하는 나쁜 인상에 속했는데, 제가 중학생 시절에 사람들은 제게 "왜 눈을 그렇게 뜨냐?"는 말을 수 없이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화났냐?" "불만있냐?" 같은 말을 수 없이 듣다보니 우울증도 심하게 왔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의 한 치과에서는 교정을 해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1 무렵부터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의사가 교정 기간은 2년 반이면 충분할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예상과는 다르게 제 상태는 안 좋았는지 4년 반을 했음에도 교정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주 약간 아랫니가 윗니보다 들어갔지만 턱을 정상적인 위치에 두면 튀어나오는 상태였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저는 거의 10년 이상을 정상적으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장을 보고 자거나, 좌우 상관없이 고개를 돌려서 자는게 가능합니다. 저 같은 경우 비대칭이 심해진 시점부터 정면을 바라보거나 왼쪽으로 누워 잘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오른쪽으로 누워야만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상적으로 눕거나 왼쪽으로 누우면 호흡이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면 잠에서 깹니다. 가위에 눌려 깨거나 악몽을 꾸다 깨어납니다.
대학생 시절엔 억지로라도 정상적으로 자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눈을 감고 옆으로 돌아 눕지 않고 자려고 해봤습니다. 호흡의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잠에 들 수도 없었고, 들어도 깨어나는걸 반복했습니다.
지금은 비교적 비대칭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왜 그러냐면 지난 5년간 비대칭을 맞추기 위해 안면 교정 운동을 했고, 짝눈을 고치기 위해 눈매 교정 수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제 고통을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수술을 하게 된다는걸 알리고 나서야 사람들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걸 알았습니다. 내가 평생 겪어온 고통에 대해서 굳이 말하고, 떠들고 다니지 않으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고, 도리어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친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뻐지려고 하는거야?" "연예인 되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제가 수 년을 고심해서 최선의 결론에 이르러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눈에는 그게 단순히 예뻐지려는 욕심처럼 보였나 봅니다.
저는 이제 서른 살입니다. 이 나이가 되서 수술을 하게 된건 그 전까지 수술비를 모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천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집에 부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엔 단순한 수술이겠지만 저에겐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수술이 끝나면 이전에 저를 괴롭혔던 수 많은 과거의 기억들도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를 잊고 더 나은 모습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