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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05. 2022

고마운 사람들

이 회사는 누가 만들어 나갈까

평상시에는 경영팀 직원이 급여를 이체하는데 오늘은 사정이 있어 내가 직접 급여를 한 명 한 명 보내주었다. 작년 11월까지는 항상 내가 보냈었는데, 오랜만에 보내보니 그간 월급이 오른 직원들도 있고, 처음 계약한 금액으로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 명 한 명에게 급여를 보내며 회사를 위해 애써준 게 많은 고마운 직원들이 많이 보였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우리 회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내가 이렇게 마음껏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었을까. 



우리 회사는 가진 것도 없이 시작했다. 수술 후 회복도 덜 된 몸을 이끌고, 사업을 한답시고 뛰어다니는 대표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참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에 이직을 위해 퇴사하는 직원이 몇 명 있는데, 그분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더 많이 같이 일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는데 7년이나 사업을 했지만 부족한 대표로서 나는 항상 눈앞에 목표들에 치여있었다. 특별한 보살핌 없이 열심히,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잘 보지 못했다. 오랫동안 내 목표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를 달성하는 데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직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의 기준을 향해서 나아갔고, 그것이면 모두가 만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에서야 느끼지만 좋은 회사는 사실 회사가 아닌 그 속에 있는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회사는 그 속에 얼마나 힘든 일이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가 힘이 되어주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고, 그리고 세상에 멋진 가치를 주는 일들을 할 것이다.



반면 나는 오랫동안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왔다. '더 많은 편의를 주자, 자율성을 주자, 좋은 환경을 제공하자.'와 같이 많은 것을 물질적으로 생각해왔다. 물론 물질적인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간식, 음료수, 좋은 가구 등은 필요하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것들과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에만 초점을 두고 살아왔었다. 



당연하게도 많은 복지와 여러 있어 보이는 것들은 돈이 들고, 그 돈을 메꾸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뛰어다니고,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그 성장으로 더 멋진 가구와 좋은 컴퓨터를 가져다주는 게 내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일을 잘했을지도 모른다. 양적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빠르게 이뤄냈고, 빠르게 성장했고, 더 유명하고 큰 기업들과 거래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업은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항상 이 말의 사람이 고객을 지칭한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고객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직원, 멀게는 이사들과 주주들, 연관된 파트너사들, 파트너사의 직원들까지 넓혀질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수많은 일들로 끼니를 거르며 지내고, 명확한 휴가도 없이 살아온 지 몇 년이 지났다. 여러 고민들로 잠 못 이루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날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우리 직원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 많은 하루다.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막무가내 대표를 믿고 수많은 어려운 순간들을 따라와 준 고마운 직원들에 대한 감사를 오랫동안 말로만, 아니면 물질적으로만 표현했던 것 같다. 우리의 성공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닌 모두가 만든 것일 텐데. 우리 회사가 잘 되는 날을 위해서 이 글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그 성공의 날에 함께 먼 길을 와준 이들과 그때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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