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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26. 2022

기축통화의 저주

달러와 CBDC 그리고 블록체인

‘기축통화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를 주조할 수 있는 국가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수많은 패권국이 그래 왔다.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휘어잡고, 이를 바탕으로 통화 발행량을 늘려 레버리지를 만든다.


늘어난 레버리지로 인해 경제는 고속으로 성장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오고, 사회는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발행한 화폐만큼의 가치 절하가 발생하고, 경제 주체가 생명력을 잃기 시작하면 이 파티는 끝이 난다.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강력함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과도하게 발행한 통화를 언젠가 책임져야 한다.


로마가 그랬다. 로마의 데나리우스 화폐는 100% 은화로 시작했으나 멸망 시점엔 5%의 은을 함유했다. 비는 은의 비율은 수은으로 채웠고, 상인들은 동전을 깨물어 보면서 은의 맛을 체크해 같은 데나리우스여도 다른 값을 매겼다. 결과적으로 데나리우스는 화폐로 가치를 상실하고, 물물교환으로 경제가 임시로 돌아가다 결국 멸망했다.


달러가 현재의 패권을 가지는 것은 석유와 패깅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석유의 가격에 따라 미국과 중동과의 관계가 바뀌고, 패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쓰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축통화의 결말은 무한한 발행량으로 인해 가치가 0에 수렴해감에 있다. 4달러로 살 수 있는 스타벅스 커피는 5달러, 6달러로 오를 것이고, 영원히 1~2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수 없다.


암호화폐는 중앙 정부가 발행하는 법정 통화에 대해 반대 포지션에서 시작한다. 화폐 발행의 총량을 정해 기간에 따라 발행량이 감소하는 디플레이션 모델이 비트코인이고, 마치 한정된 재화를 거래하는 것과 같아서 금과 같은 형태라 부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쪼가리에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화폐의 관점에서 보면 화폐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고 국가에서 정한 법정 화폐 수단일 뿐 그 자체로 가치가 없다. 이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왜 많은 금융사가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넣고, 이를 투자 수단이자 대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보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비트코인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면 화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걸 논의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프로토타입 모델의 제품이라면 현재 만들어지는 블록체인들은 베타 버전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블록 생성 속도를 높이고, 트렌젝션 속도를 높이고, 스마트 컨트렉트를 통해 참여자들 간의 계약을 생성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작동하거나 토큰을 이용한 계약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투자 형태가 될 수 있는 비트코인의 형태가 된 것은 시스템 참여자들이 제공하는 컴퓨팅 파워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이들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서이다. 전체 시스템이 견고하고,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블록체인이 될수록 채굴에 사용될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보상을 줄 수 있다. 이 보상을 거래소를 통해 시장에서 합의된 금액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이상적인 미래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회색지대가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땅이 너무 많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을 하거나 규제되지 않는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들이 시장을 무너뜨려왔다. 최근의 FTX나 제네시스의 파산은 필연적인 일이다. 현대의 기술을 이해한 소수의 악당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누릴 구조를 만들었고, 그들은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규제가 따라오지 못하는 차이를 이용해 독점적인 위치까지 자신들의 위치를 올렸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많은 부분에서 회색 영역은 줄어들고, 상용 버전에 가까운 블록체인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만들어진 모든 블록체인이 베타 버전이라 생각한다.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기술들로 그 기술이 가진 미래까지 형편없다 제단 할 수 없다.


연준이 리브라를 강하게 공격한 것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경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이제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무한 발행되는 달러 이외의 투자 수단에 눈을 돌리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체감했다. 전 세계에서 디지털 법정 통화인 CBDC를 만드는 것과 그와는 별개로 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발행하는 토큰 기반의 경제 체제인 토크 노믹스 구축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나는 블록체인 시장의 겨울이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와야 한다고 믿는다. 쭉정이와 쓸모없는 프로젝트들과 스캠들과 러그 풀들이 모두 사라지고, 전체 시장의 건전성을 찾기까지 계속 청소는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체 시장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회의감이나 실망감이나 혐오와 같은 감정은 시장 참여자인 나 같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짐이다.


웹 개발, 블록체인 컨트렉트 개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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