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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20. 2023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는 취준생에게

투자 단계별 회사의 스타일과 배울 수 있는 것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려는 분들은 먼저 입사하려고 하는 회사의 시리즈를 아셔야 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해당 스타트업이 어느 단계에 투자를 받았느냐'로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자신의 회사의 단계를 알아보시고 싶다면 더브이씨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또한 아래의 기준은 제가 봐온 기준이라 정확히는 총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보시는 것을 더 추천드립니다.(가령 어떤 기업은 시리즈 A로 500억이 들어온 기업도 있는데 이 경우라면 보통의 시리즈 C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드 투자(~ 1억 미만)

보통 1억 원 미만의 금액의 자금이 소수의 개인을 통해 투자된 경우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은 시드 투자가 없거나 천만 원 단위의 자금으로 시작한다면 시드 투자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이 경우에는 회사의 자금력이 매우 낮기 때문에 초기 멤버들 모두가 열정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최저 수준의 급여를 받거나 생활비 수준만 받으며 모두가 고생해야 하는 단계이고, 해당 단계에 멤버로 들어가게 된다면 보통 지분을 받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지분을 받으실 때는 계약서가 꼭 필요하고, 법인이라면 지분양도계약서 및 금전 거래가 발생한 기록을 필수로 가지고 계시는 것이 차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아 유리합니다. 취준생 입장에서 시드 투자 또는 시드 투자를 준비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리스크가 있는 선택이지만 동시에 세상의 냉기를 빠르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회사는 소수 인원이 모든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디자인도 해야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해야 하고, 기획도 해야 할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업무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기도 하지만 자신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쌓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시리즈 A 투자(1억 ~ 100억 미만)

시리즈 A부터는 경험상 회사의 구색이 갖춰졌다 생각합니다. 시리즈 A는 일반적으로 1억 이상 시작하고, VC 또는 크게 후원하는 개인 투자자, 금융 기관 등이 참여하기 때문에 가망이 없는 스타트업은 시리즈 A를 가지 못하고 보통 문을 닫습니다. 


시리즈 A를 우습게 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A 단계의 회사를 잘 선택하면 로캣에 올라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VC를 비롯한 기관 투자가 들어왔다는 것은 사업성뿐만 아니라 회사가 시장에서 살아남아 추가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견적이 설 때 들어옵니다. 이를 위해선 회사 대표나 이사진의 특출 난 이력이나 인맥이 영향을 줍니다. 그런 이유에서 시리즈 A 투자가 들어온 작은 회사에는 큰 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대단한 인물이 CEO, CTO, CMO 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특별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3년 차 내외의 커리어를 가진 분들이 도전적으로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단계의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것을 저는 매우 추천드리고, 그곳에서 로켓에 올라타보거나 로켓이 박살 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시는 것도 경험해 볼 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잘 된다면 이런 회사가 잘 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반대라면 반면선생의 경험으로 두고 조심해야 할 부분을 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팁은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회사는 보통 뉴스를 통해 투자 사실이 올라옵니다. 투자 금액 정도가 표기되는데 대표가 그 돈으로 부자가 됐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현재 회사가 이 돈으로 몇 개월 정도 더 버틸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일을 하시는 게 낫습니다. 해당 기간 내에 프로젝트가 유의미하게 완료되지 않는다면 추가 자금 수혈 과정에서 임원진 및 구성원 모두가 고통스러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 B 투자(10억 ~ 1,000억 미만)

시리즈 A와 달리 B 투자가 이뤄졌다면 회사 내에 운용되는 자금 자체는 생각보다 큰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리즈 B가 10억 단위에서 100억 단위로 보통 이뤄지는데, 이 정도 투자가 이뤄진 회사는 공격적인 채용을 위해 복지도 재정비하고, 여러 인센티브 정책, 그리고 비즈니스의 속도를 내기 위해 마케팅 등에도 비용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크게 좋아지고, 조직은 믹서기에 섞어 놓은 조직처럼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난무하고, 그 안에서 서열 싸움이나 조직통폐합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큰돈이 들어온 만큼 돈이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가 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으면, 그 북적이던 장소가 몇 개월 안에 싸늘한 공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만약 입사하려는 회사가 시리즈 B 단계라면 스타트업의 느낌보다는 중견기업의 느낌에 가까워졌을 것입니다. 야근과 회의가 여전히 많고, 새로 온 사람들과 기존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나 물갈이가 생기고, 모든 게 혼란스러운 조직이겠지만, 탕비실엔 먹을게 넉넉하고, 휴게실에 안마의자나 푹신한 소파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급여 수준도 일반 기업들과 비교에 전혀 낮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갈 것입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실무진 레벨을 타 기업에서 데려와야 하는데 낮은 급여로는 매칭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즈 C 투자(100억 이상)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회사는 강력한 파트너십이 온갖 곳에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투자 자금을 보내는 금융 기관, 벤처 캐피털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을 소비하거나 공급에 필요한 파트너십 회사들이 탄탄하게 있어야 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누군가가 돈을 주고 사주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구매처가 불확실한 곳이 태반입니다. 구매처는 있어도 장기 계약이 이뤄지지 않거나 또는 사업 모델이 약해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죠. 그렇기 때문에 100억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 곳이라면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특정 업체나 고객층에서 탄탄하게 구매해 주어야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2022년도의 토스뱅크, 2017년도의 야놀자 등 일반 사용자들이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수준의 회사가 해당 단계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시리즈 C 투자부터는 스타트업이라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큰 회사가 됐기 때문에 핵심 이사진을 보는 것이나 그들과 같이 일하는 경우는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또한 스톡옵션 조건 등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시리즈 A, B에 비해서 퍼센티지는 매우 낮을 것입니다. 대신 회사가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면(보통 시리즈 C를 받았다면 이에 해당합니다),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를 엄청나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의 강도는 말도 안 되게 높지만 그만큼 가져가는 것도 많으니 일을 정말 하루종일 해보고 싶다는 분들은 이 단계 회사에 입사하시면 딱입니다. 


시리즈 D 투자 이상

D를 넘어간다면 최소 수백억 단위의 투자가 이뤄집니다. 이쯤부터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견기업 또는 상장사에 준하는 수준이 됩니다.(다만 상장을 안 했을 뿐인 거죠) 시리즈 D 이상 간 회사들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폭발적인 성장으로 D까지 올라왔고 이제 국내 또는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는 입사 자체도 어렵고, 연봉이나 상여금 등이 대기업에 비해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투자 단계는 이어가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불안한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 회사가 있지만 너무 저격이 되는 것 같아 돌려 이야기하자면, 이런 회사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사에 비해 우위가 없이 시장 파이만 일부 가져간 상태에 해당합니다. 경쟁사가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면 딱 좋은 먹잇감인 회사이고, 회사 대표부터 구성원까지 이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신다면 주변 분들이 경쟁사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거나,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2가지를 제외하고 보통 큰 투자 단계까지 왔기 때문에 시리즈 D 이후의 회사는 스타트업의 모습은 거의 남지 않고, 대기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자와 핵심 이사진들이나 초기 멤버들의 정신, 기업 문화가 남아있을 수 있으나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 단계까지 온 스타트업들 중 스타트업 다운 기업문화를 가졌다고 불릴 회사가 손에 꼽게 됩니다. 이러한 회사에서 일하신다면 능력 좋은 분들과 잘 나가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시고 일을 하실 것입니다.(물론 1~2년 있다 보면 거기서 거기더라 하겠지만요)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리즈에 대한 단계보다는 투자 자본금에 따른 기업의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당연히 큰 자본이 들어올수록 조직은 수직적이고, 보편적인 기업 문화를 따라가고, 반대로 적은 자본에 업력이 짧을수록 역동적이고 한계 이상을 요구하는 일들을 더 경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같은 스타트업이 없기에 일에 욕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각 단계별로 한번 경험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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