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총애를 받던 서비스였던 것 같은데...
2015년도부터 나는 브런치를 했다. 8년째다.
https://brunch.co.kr/@skykamja24/1
8년이나 이 서비스에 글을 올리면서 깨달은 바는 브런치라는 서비스에는 혁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8년간 새로 추가된 기능이나 유틸리티가 무엇이 있을까. 기억에 남는 거라곤 모바일 앱에 다크 모드가 추가된 것. 끝이다.
브런치 모바일로 들어가서 보면 어떤가. 추천 매거진이 몇 달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다. 이혼한 이야기, 남편 욕, 결혼 생활... 브런치라는 서비스가 어떤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브런치가 특정 사용자 층의 입맛에 맞게 콘텐츠가 올라가고, 그 콘텐츠가 사랑을 받는 건 이해하지만 범용적인 플랫폼으로써의 가치는 사실상 추락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브런치의 리브랜딩을 얼마 전에 공지하길래, 대단한 변화와 성장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한 게 브런치 > 브런치스토리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의결권을 가지고 이 사안을 결정했는진 모르겠지만 애정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 하고 있는 일이 고작 이 정도니 참담할 따름이다.
콘텐츠 프로바이더의 입장에서 브런치는 어떤 서비스인가.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모토가 이 서비스의 중요한 가치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나 브런치를 통해서 출간된 책들도 브런치의 정체성과 같은 소중한 가치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다음에서도 구석에 한 자리를 차지해 검색 결과에 보여줄 뿐 그 이상의 가치가 전혀 없다.
감히 추측하자면 작가 연계 프로그램은 돈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브런치 생태계를 통해서 얻어가는 플러스 요인이 다음 생태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싶다. 그랬기에 인력도 많이 배치받지 못하고, 혁신적인 기획이나 개발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태로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생각한다.
브런치 작가로 구독자 100명만 넘겨도 다른 플랫폼에서 "글 좀 올려주세요." 하며 연락을 받는다. 브런치에 글을 올려서 얻는 것들? 과거에 카카오톡 내에서 뷰 시스템이라는 걸 야심 차게 진행해 봤지만 어떤가. 가끔 들어가서 보면 카카오톡 유저 대부분이 해당 기능이 있는지도 모르는 서비스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곳에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했으나 애초에 수익구조도 형편없고, 마케팅도 잘 되지 않아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진다면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쏟을 이유가 없다.
그 밖에도 브런치'스토리'는 개발 측면에서도, 추천 알고리즘 측면에서도 형편없다.
내가 감히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기 때문이다. 브런치스토리는 조회수에 대해 특별히 방어된 보안 조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동일 아이피에서 수천, 수만 번을 locust 등으로 조회해 트래픽을 만들어도 이를 분별하지 못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어떨까. 몇 년째 개선이 된 건지 안된 건지 모르겠지만, cost 프로텍션이라 할 수 있는 봇 공격 방어도 잘 안되어 있는 서비스가 콘텐츠 인덱싱이 잘 되어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는 결과론적으로도 말할 수 있는데, 브런치스토리의 추천 알고리즘이 성공적이었다면 이 서비스의 실제 사용자와 체류시간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을 것이다. 신규 참여하는 작가의 증가폭도 증가했을 것이다. 외부자인 내가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서비스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 짐작건대 긍정적인 지표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어쩌면 브런치스토리는 다음카카오 생태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든다. 이유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적화도 안되어 있는 이미지 파일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음 플랫폼에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서비스가 이미지 최적화도 안된 상태로 콘텐츠를 불러오고 있다는 건 개발자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개발자들의 실력과 책임이 없는 것과 같다.
당장 내 최근 글의 이미지를 보면 1.5mb의 원본 png를 그대로 가져와서 보여준다. 이미지 분산 처리는 콘텐츠 플랫폼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gif나 png 같은 이미지는 용량 사이즈가 커서 트래픽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비용을 크게 늘리는데, 이런 기본 중에 기본을 무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브런치와 브런치스토리는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비스가 이렇게 빨리 동작하는 것은 다음의 캐싱처리 역량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daumcdn을 통해 가져오는 곳에서 문제가 있던 아니면 브런치 자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개발자로서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타 플랫폼의 호환 및 개발자 편의성도 엉망이라 할 수 있다. 코드 에디터 기능을 넣는 것은 수개월, 1년이 넘게 걸릴 만큼 어려운 기능이 아니다. 사실 인터넷 콘텐츠의 많은 부분은 개발자들이 생산하고 있는데 브런치는 시장의 선점 및 다음이라는 큰 백커를 두고서도 개발자 편의성을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코드를 레포지토리에 올려서 가져오는 방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도 불편해서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개발자는 이제 모두 velog로 넘어갔다. velog를 보면 알겠지만 벨로퍼트님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하시면서 만든 서비스다. 어떻게 한 사람이 만든 서비스도 그 정도 퀄리티를 만드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에서 만든 서비스가 이 모양인가.
브런치는 망한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브런치스토리가 망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브런치 직원들이 수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졌던 작가들이 브런치를 욕하고 떠나는 글들을 꼭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발전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8년간 700편이 넘는 글을 써온 사람으로서 브런치가 자신들의 강점을 되찾고,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