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일도 안 시키는데 돈은 넘쳐나는 것 같다면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만약 여러분이 검은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해봅시다. 검은돈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계좌에 돈을 넣을 수 없어요. 현금 1,000만 원 이상 입금하는 순간 FIU에 올라가서 금융감독원 관리 대상이 되고, 1억 원 이상 입금 기록이 잡히기 시작하면 언제든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라면 어떤 방법을 쓸까요? 이 넘치는 현금을 계좌에도 못 넣으니 부동산도 못 사고, 기업에 투자하기도 힘들고, 주식도 사기 힘드네요.
한 가지 방법은 코인을 사는 겁니다. 현금을 통해 암호화폐 지갑을 개인에게 구매합니다. 그리고 구매한 암호화폐 지갑에서 자신의 지갑으로 금액은 이체하고 버립니다. 그러면 현금 > 암호화폐로 넘기는 건 완료됐네요.
그럼 코인은 생겼는데 현금화는 어떻게 할까요? 바보같이 바로 자신의 업비트나 빗썸 계좌로 코인을 보내 현금화하면 당연히 잡히게 됩니다. 해당 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는 국가로 갑니다. 세금도 안 떼고, 세금 추적 기준도 거의 없는 국가로 말이죠.
해당 국가에 가서 적절한 현금을 바꿔가지고 오거나 바꾼 현금을 해당 국가의 법인을 설립합니다. 페이퍼 컴퍼니죠. 세상에나. 암호화폐 조세 피난처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딱 좋은 곳이 되겠네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후에는 어떤 방식을 통해 한국으로 현금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또는 원하는 어떤 국가로든 보낼 수 있을까요?
방법이야 많지만 한 가지는 순환 출자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지분을 돌려버립니다. 한국의 저는 싱가포르의 회사에 투자하고, 싱가포르의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에 투자하고, 다시 페이퍼 컴퍼니는 한국의 제 회사에 투자하죠. 그러면 공식적으로 저는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운용하는 사람이 되네요. 그런데 이게 웬걸. 싱가포르의 회사도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의 숨은 주인도 모두 같은 실제론 사람이네요!
그래서 티가 나지 않을까 싶어 사람들은 차명으로 법인의 소유자를 세워둡니다. 그리고 해당 법인의 소유자는 또 다른 법인으로 둡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하나의 회사는 3개 이상의 다국적 회사의 순환 출자로 구성된 회사가 되고, 그 과정에서 세금 추적을 피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국가를 넘어가면서 세무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추적한다고 해도 해당 법인의 모든 구성원들과 특정 국가의 법인과 관계성을 증명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제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 정도 생각엔 도달했을 겁니다. 어떤 기업이 해외에서 큰 투자를 받았을 때 그게 실제 투자가 아니라 세탁의 한 과정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회사의 특징은 투자를 받았는데 일은 안 합니다. 할 이유가 없어요. 애초에 사업을 하려고 만든 법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러한 법인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규모가 클수록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적게라도 인력을 뽑아둡니다. 인건비도 발생하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시키기도 해요. 하지만 특징이 회사의 미래가 없어 보이는데 돈만 있다는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런 회사에 속해 있다면, 아마도 그 회사에는 여러 숨은 이야기들이 아주 많을 겁니다.
위의 이야기는 두 편의 영상으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