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졌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가
저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과거를 이야기하는걸 더 좋아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블록체인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블록체인의 과거부터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최초의 블록체인이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화폐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화폐들은 크게 3가지 장점을 가집니다. 교환의 용의성. 가치의 저장 수단. 가치의 측량 수단. 이런 장점 덕분에 사람들은 쌀이나 보리를 거래의 매개체로 쓰기보다는 금화와 은화를 사용했습니다.
금화와 은화는 분명 좋은 매개체이고, 동시에 그것 자체로 가치가 있으나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금화가 100% 금으로 있는 경우에 사람들이 이를 녹이고, 불순물을 섞어 90% 금화, 80% 금화로 바꾸어 사용합니다. 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은을 섞어 크기를 맞추고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죠. 결과적으로 금화와 은화의 본연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총발행량이 늘어나고 화폐의 가치가 낮아집니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 할 수 있고, 계속 이 상황이 악화되면 아무 쓸모없는 동전만 남아 결국 사람들은 해당 화폐를 쓰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에는 달러의 금본위제 폐지 및 달러를 비롯한 여러 법정 화폐의 무한에 가까운 발행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중앙 권력(화폐 발행을 할 수 있는 주체)이 돈을 발행해 얻는 주조 차익이 더 큰 권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모든 화폐는 주조 차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 주조 차익을 국가가 아닌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았고, 이 과정에서 하나의 주체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중앙화 된 시스템이 아닌 탈 중앙화(decentralized) 시스템을 원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기 시작했고, 현재 우리가 "비트코인 채굴 중이다."라고 부르는 컴퓨터들입니다. 각 컴퓨터들은 모든 금융 거래가 기록된 원장을 업데이트하며 이 과정에서 원장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증명(PoW)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원장을 업데이트하고 있는 수많은 컴퓨터들을 통해 검증이 이뤄져야 거래 기록이 제대로 저장되는 방식입니다. 만약 공격자가 데이터를 위변조 하기 위해서는 채굴 중인 수많은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값으로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간적인 한계와 물리적인 한계, 그리고 기술적 한계로 인해 블록체인 시스템은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보안 설루션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비트코인은 재밌는 프로젝트였으나 시장의 선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블록체인을 고안하였고, 그중 가장 성공적이고 많은 프로젝트가 상생하고 있는 것이 이더리움입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거래 기록을 증명하고, 이 과정에서 보상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는 시스템 정도로 작동하는 것과 비트코인이 가진 여러 기술적 한계들을 보고 만들어진 블록체인입니다.
이더리움은 탄생부터 여러 프로토콜을 호환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되었고, 이로 인해 스마트 컨트렉트(블록체인 상에서 계약을 생성에 원하는 입력값에 따라 결괏값을 출력할 수 있게 함), 토큰, 그리고 디앱(탈중앙화 된 애플리케이션) 등을 호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이더리움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수많은 다른 블록체인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비트코인은 1세대 블록체인, 이더리움은 2세대 블록체인이라 부릅니다. 논외로 3세대 블록체인이라 자칭하는 블록체인이 종종 있으나 업계 사람들은 그다음 세대를 대표할 수 있다고 말할만한 블록체인이나 기술적 진보가 없다고 판단해 대부분 2.5세대 블록체인이라 평가합니다.
어쨌든 블록체인 시스템은 화폐의 주조 차익을 중앙 권력이 아닌 시스템 참여자 모두가 받아야 한다는 이념이 들어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원화를 추가로 발행하면 이 원화를 발행함으로 얻는 수익이 국가가 아닌 국민인 우리들에게 돌아가거나 또는 원화를 발행하는데 비용을 지출하거나 참여한 기업 등에게 수익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선구자들의 신념은 담대하고, 탈권위적이고, 모든 참여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민주적인 시스템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블록체인 시스템은 온갖 사기와 투기, 그리고 여러 금융기관의 파생상품의 장난감처럼 사용되곤 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에 들어온 수많은 업체들은 실체가 없는 자산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 빠져나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들과 은밀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대표하는 명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기, 도박과 같은 수준의 거부감을 주는 명사가 됐습니다.
2010년 이후로 블록체인 시장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여러 시스템적 문제점과 시장 참여자들의 문제점을 하나 둘 고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과 법적인 부분의 진보, 그리고 인식의 진보가 이뤄져 왔습니다.
먼저 기술적인 진보는 앞서 말씀드린 블록체인 2.5세대가 대표적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초당 거래량(TPS), 특정 기능에 특화되거나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기능의 호환(DeFi, NFT, etc...), 더 적은 전력 사용량, 더 높은 수준의 보안 등을 발전시켰습니다.
대표적인 거래소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코인들은 이러한 이유에서 상장됐고, 여러 기업에서 투자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진보는 있었으나 비트코인의 최초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탈 중앙화에 대한 해석과 계승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많은 물음표가 있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공격하는 부분이 이런 부분입니다. 탈 중앙화를 원해서 만든 시스템이 도리어 그 어떤 시스템보다 중앙화 된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코인의 발행자들의 말 한마디에 휘청거리는 것이 현재 블록체인 시장입니다. 또한 최근의 일련의 사태(FTX, WEMIX...) 들을 보면 특정한 개인 또는 회사가 블록체인 참여자 전체의 생명줄을 쥐락펴락하고, 프로젝트의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면 상장 폐지하여 어마어마한 투자자 손실로 이어져왔습니다.
중앙 권력화 된 거래소와 중앙 권력화 된 블록체인이 현시대의 블록체인 시장을 대표하지만 수면 아래에선 반대의 트렌드도 존재합니다. 거래가 중앙 서버를 통해서 이뤄지지 않고, 컨트렉트 레벨에서 이뤄지는 탈중앙 거래소가 2021년을 기점으로 전체 시장 점유율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천문학적인 자금의 흐름이 탈중앙 거래소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정 통화로 변경하는 건 어렵지만 코인, 토큰 거래를 위해서 설계된 탈중앙 거래소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즉 많은 거래소와 프로젝트가 비트코인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탈 중앙화에 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을지 몰라도 여러 블록체인들과 시스템들이 그 정신을 이어나가며 양 날개가 되어 시장이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부정적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중앙화 된 주체가 있어야 책임을 질 수 있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블록체인 시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의견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와 더불어 여러 가지 이유로 국가에서도 화폐를 블록체인으로 변환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것을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 부릅니다. CBDC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디지털 화폐로 현금과 동일한 가치가 있고, 유일한 차이는 지폐처럼 손에 만져지는 게 아닌 블록체인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라는 차이입니다.
사람들이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블록체인은 실제 생활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쓰일 가능성을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중국에서는 2014년부터 CBDC를 준비했고, 현재 베이징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실사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앙 집권화된 중국만 꼭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수많은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CBDC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년 전부터 여러 기업과 진행한 모의실험 2단계가 끝났고, 이를 바탕으로 그다음 스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CBDC와 가상화폐와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존재합니다.
"CBDC가 들어오면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무너질 것이다." 또는 "CBDC 덕분에 가상화폐 시장은 도리어 성장할 것이다."
어떤 의견이 정답일지 모르지만, 여기까지 읽어보셨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와 역사에 대해 짧게나마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보는 시장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믿기에 암호화폐 시장, 블록체인 시장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시대의 블록체인은 여전히 베타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 중인 모델에 가깝고, 바꿔 말하면 정식 버전으로 쓰기엔 부족합니다. 또한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과 방향 또한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블록체인의 미래보다는 빠른 현금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블록체인이 천문학적인 돈을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 부어주면서도 발전이 더딘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이 기술이 가진 미래보다 단순한 돈벌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FTX사태처럼 거래소 단위나 아니면 알마에다 리서치처럼 금융 상품을 취급하여 파산하는 경우가 계속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파생상품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존재해 발생했던 리먼 사태처럼 말입니다. 암호화폐는 법적인 사각지대와 회색지대가 많기 때문에 돈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에겐 물 반 고기 반의 어장과 같습니다. 그들은 기술의 발전이나 건전한 생태계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이를 방어할 법적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법적인 규제의 칼날은 분명 거래소와 블록체인 트레이딩에 관여하는 금융 기관을 향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통은 많을 것이고, 부수적 피해가 발생해 소액 투자자들과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것입니다. 반면 규제의 칼날을 벗어나서 운영되고 관리되는 서비스와 프로젝트들은 계속 존재할 것입니다. 더 많은 권력을 시장 참여자들과 시스템 기여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을 겁니다.
또한 현재의 블록체인 개발은 큰 기업들의 컨소시엄과 투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블록체인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이유일 것이고, 또한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점점 큰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가치를 제공하지 않고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아주 작은 비전을 품고 만든 코인도 아닌 토큰에 큰 비용을 출자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블록체인 개발은 중앙화 된 권력의 손에 쥐어지겠지만, 군계일학 같은 프로젝트들이 중앙화 되지 않은 자본과 힘의 논리를 거스르고 시장에 튀어 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더리움도 어찌 보면 중앙화 된 집단 아니냐는 비판을 받지만 그들을 이끌고 있는 비탈릭 부테린은 언제나 탈중앙화를 위해 힘쓰고 있고, 그 방향으로 이더리움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말하면서 NFT를 말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NFT는 블록체인 시장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급성장하였는데, 현재 글로벌 거래소에서는 대부분 정적인 이미지 또는 짧은 영상 수준의 콘텐츠만 처리되고 있습니다.
제가 믿기에 NFT의 상위 단어가 곧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이름으로 더 많은 형태의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NFT는 스마트 컨트렉트 위에서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동작하는데 이 기술은 수많은 저작권과 소유권이 들어간 상품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국가마다 규제의 범위가 달라 일관된 성장을 보이긴 어렵겠으나 규제가 약한 국가를 위주로 NFT 베이스의 금융 상품과 소유권 증명이 도입될 것입니다. 그것은 부동산, 채권, 주식, 신분증, 멤버십 등 수많은 형태로 구현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금 먼 미래일 수도 있겠으나 국가 단위의 블록체인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동사무소를 비롯한 행정기관에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 블록체인 레벨에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는다고 하면 등록증이 NFT 형태로 발급되어 국가에서 인증된 토큰으로 편하게 인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발행한 디지털 법정 통화인 CBDC 역시 전세계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의 경우 2023년 4월부터 디지털 루블화를 테스트하고, 2024년 도입 예정이며 브라질의 경우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 및 증권 거래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국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고, 중앙 집권적인 관리 감독을 원하는 중국의 경우 CBDC를 통해 모든 국민의 돈의 흐름을 감시하고 추적하는데 큰 투자를 할 것은 분명합니다.
환경적 측면에서의 성장도 필연적일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 중인데, 이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블록체인들과 개선되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서 모두 중요하게 관심을 둔 사안입니다. 더 낮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해서 거래를 검증하고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발전될 것이며, 이를 중점으로 두지 않은 프로젝트들은 장기적인 시장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례없는 변화가 찾아오고 있고, 수많은 변화는 필연적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러한 변화가 필연적이라 예상하는 이유는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 가능성과 보안의 강점, 그리고 비용 절감 능력에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사람들이 아무리 욕하고 분노해도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 기술을 탐닉하듯 모으고 있는 것은 미래 기술이 되기에 매력적인 수많은 요소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밋빛 미래가 일순간에 오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긴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고,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나야 조금은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언제나 과거를 보면 조금 앞 미래를 볼 수 있고, 미래를 본다면 준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미래를 대처하는 것은 미래를 대처하지 않는 것과 큰 차이를 만들 것입니다. 블록체인 시장의 변화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습니다. 자신이 시장에 참여하던 참여하지 않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현명한 투자자와 참여자로서 게임에 플레이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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