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에 왔다.
나는 이 학교에 5년 정도 있었지만 학교에 대한 애정은 별로 없었다. 학우들이 싫었고,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순간이 즐겁기보단 버거웠다. 1학년 때 한 번은 나와 말도 거의 섞지 않는 학우가 나한테 수업 관련해서 묻길래 답해주고 나서, 그걸 바탕으로 내 점수를 깎도록 교수님께 요청한 적도 있었다. 그 학우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학교를 잘 다니던 학생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실한 분들은 학교에서 밀어주던 좋은 대기업에 가서 잘 일하고 있을까. 삼성, 현대, LG 졸업만 하면 가는 대기업들에 지금도 잘 취직하고 있을까.
대학생 때는 직장인과 연구원만이 내 길이라 생각하곤 했었다. 사업을 고민 안 한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시절 공부한 시간이 아까워 대학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반대도 한 몫했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사업을 하며 살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구나 싶었다. 주어진 길로 가지 않고 내가 정한 길로 갈 수 있었고, 내가 만나고 싶은 이들을 만나고, 아군과 적군을 정하고, 동맹을 맺어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 좋은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
아이러니하다. 대학시절 관심이라곤 받지 못했던 나는 투자 설명회가 끝나고 한양대 교수진들에게 초대를 받고, 동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다. 고려대학교의 블록체인 세미나에서 VIP로 초빙되어 고대 교수진들과 나란히 앉고,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을 바라봤다. 그중엔 나보다 나이 많은 석박과정 학생들도 많았을 것이고, 그들 눈에 나는 누구로 보였을까 궁금했다.
대학교에 부적합했던 사람이 대학교에서 원하는 사람이 된 것을 보면 세상 일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손에 쥘 것처럼 보이던 일들이 멀어지고, 한 번도 원치 않았던 것들을 쥐기도 한다.
요즘 살면서 후회가 있다면 너무 타이트하게 인생을 본 건 아닌가 싶다. 고등학생 땐 대학만 봤고, 대학 땐 연구원에 대해서만 봤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해야 하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으로. 조금 더 멀리 내가 가고자 하는, 살고자 하는 길을 바라보며 살아왔다면 초조하지 않고 더 담대하게 살지 않았으려나.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