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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11. 2023

'더 글로리'

스스로 파멸하는 이들

커피를 많이 마셨더니 오늘 밤 나온 '더 글로리'를 끝까지 보고도 딱히 피곤하지 않은 새벽이다.


배우들의 소름 돋는 연기를 보다 보니 문득 내 어린 시절도 생각난다. 나는 문동은처럼은 아니지만 여러 번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날 괴롭혔는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그것은 내 삶의 악당들이 내 삶을 염탐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내가 2012년도쯤부터 페이스북을 했는데도 단 한 번도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지만, 내 소식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자처럼 전했다. 


재밌었다. 페이스북을 올릴 때 나는 힘들 때던 기쁠 때던, 무언가를 깨달을 때던 꾸준히 적어 내려갔다. 그들은 내가 약하고 힘든 글을 올리면 그것을 퍼 날랐고, 언제나 몇 주 안에 내 귀엔 그들이 내 이야기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반대로 내가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갈 때는 그들이 한 마디 험담도 없이 내 삶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았고, 어느 순간부턴간 그들의 취미처럼 나를 시시때때로 염탐하는 것도 알았다.


더욱 재밌는 건 그들 중 몇몇은 내가 단 한 마디로 그들을 저격하지도 않고, 말한 적도 없음에도 먼저 사과를 한 사람들이 있다. 내 삶에 감동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과오를 반성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나는 그들이 내게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브런치도 그렇다. 내 브런치엔 5100명의 구독자가 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조회수가 100만 회가 넘고, 총 적은 글은 700개가 넘는다. 현재는 공개된 건 130여 개지만 이 많은 글들을 빠짐없이 보는 이들도 있다.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내가 예전에 하던 커뮤니티도 염탐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나를 찾아서 내가 취미로 글을 쓰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또 이야기를 전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나는 그들을 볼 때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10년 가까이 봐왔지만 단 한 명도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단 한 명도. 그리고 자신들이 뒷담 화하는 것은 영원히 지켜지리라 생각하는 걸까. 그런 사람들이 내가 미워하는 고향 땅 평택과 내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한양대학교에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한 번쯤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더 글로리'가 이렇게 흥행하고, 학교 폭력 사건 한 번이라도 엮이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 세상에서 과연 그들은 안녕할까. 지금도 내 글을 염탐하고, 가십거리를 찾으며 사는 이들의 삶은 오늘 안녕할까. 


안타깝게도 내 삶의 악역들은 전재준만큼 물려받은 게 많지도 않았지만 오만했던 이들이 천지였고, 연진이처럼 TV에 나올 만큼 성공한 사람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 그대로를 답습하며 자신들의 삶을 망가뜨렸고, 그 누가 복수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살았다. 아무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오늘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저 타인의 이야기나 하면서 또 다른 괴롭힐 대상을 찾는 삶.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본인이 아닌 타인의 하루하루에 관심을 두는 삶.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타인을 파멸시키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먼저 파멸시켰다. 그들을 내버려 두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스스로 무너진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학창 시절이던, 대학시절이던, 군복무 중이던, 직장 생활이던, 타인을 향한 칼날과 모진 괴롭힘은 자신을 향한다. 그들의 인생은 결국 타인의 삶만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산다. 그 어느 순간에도 자신의 삶에 당당하지 못하고 과거를 숨기며 사는 인생이라니, 끔찍하고 안타깝다. 


나는 그들이 드라마라도 보면서 조금은 성장하길 바란다. 적어도 자신이 타인에게 해를 가했던 기억이 있다면 당사자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라도 전하며, 인간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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