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3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오래간만에 옛 친구들의 근황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알 고 있는 친구들의 근황을 쭉 이야기해 줬다.
똑똑하고, 착하고, 매력적인 한 친구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전도유망한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을 했다.
한 친구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도박에 빠져 20대 초반 나이에 삶을 끝냈다. 그의 마지막은 강원랜드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의 차 안이었다.
한 번도 말해본 적 없었던 한 여학생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한 친구는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 친구는 대학교 4년, 그리고 서른이 될 때까지 방황하며 한 번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히키코모리로 살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한 친구는 지독한 열등감으로 살다가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떠나가고, 온몸을 가짜 명품으로 감고 다니며 자신을 뽐내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소식에 관심이 없어졌다. 누구보다 잘 나갔던 그의 결혼식에는 친구라곤 5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학교 졸업 후 바로 대기업에 입사해서 6년간 착실히 커리어를 쌓았던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껴 퇴사하고, 지금은 다단계 조직에서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어떤 친구가 결혼식을 할 때만 연락을 돌려 축의금을 먹고, 연락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끝도 없이 나오는 온갖 소식들에 가끔은 귀를 닫고 싶기도 한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중에 내 자식이 내가 나온 학교를 다닐 생각 하니까 끔찍하다. 나라면 절대 내 모교에는 못 보내겠다."
학교 생활을 잘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나온 학교의 객관적인 모습을 생각해 보니 왜 학부모님들이 조금이라도 입결이 높고, 평판이 좋은 학교를 원하는지를 깨달은 것 같았다.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학창 시절에 항상 공부를 못하는 편이었고, 언제나 무시당하는 편이었는데, 나보다 잘나 보이던 애들이 다 그렇게 됐네..."
하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가기만 해도 앞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사라져 간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도 방황하고,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나쁜 짓도 하고, 가선 안될 곳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 멍청하리만치 우직하게 살아온 나와 몇몇의 친구들은 세상적인 기준으로 조금씩 앞서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난 언젠가 우리가 묵묵히 인생을 잘 살아서, 멋진 곳 여행도 가고, 해변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모히또를 마시는 날이 올 거라 믿어."
날이 좋은 어느 날, 우리가 목적지에 다다르면 인생 그 어느 순간보다 달콤한 모히또가 눈앞에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날의 모히또는 내 평생 마신 어떤 음료보다 시원하고, 달콤한 성공의 맛이 담겨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