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8월 10일

2023. 8. 10

by 한상훈

며칠 동안의 코로나 휴식을 끝냈다. 자연스럽게 7시쯤 눈이 떠졌다. 조금 피로가 있어 1시간쯤 뒹굴 거리다, 샤워를 하고 집 앞에 맥도널드로 가서 맥모닝을 먹었다. 나는 맥모닝을 굉장히 좋아한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크림과 설탕을 넣고 해쉬 브라운과 먹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크림, 설탕 없이 커피만 즐겼다.


오늘은 며칠 동안이나 쉰 상태였기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9시부터 밀린 일을 착수해 1시간 정도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는 1시간 후에 있을 회의를 준비하면서, 슬라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빠르게 슬라이드를 준비했다. 해외 의료 사업에 대한 미팅이었는데 벌써 2달째 진행 중이다. 오늘 미팅은 그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중요한 미팅이었다. 이유는 JV(Joint Venture) 설립 과정에서 누가 얼마의 지분을 가지고, 얼마큼 출자할지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년간의 사업을 하면서 지분에 대해서 큰 욕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유는 아주아주 성장력이 큰 사업체라고 해도 그 사업체 하나에서 수익이 나와 지분대로 수익이 돌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성장력이 큰 사업일수록 회사가 계열사로 나누어지거나, 사업부에 따라 신규 법인을 만들어 새로운 파트너십이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지분은 책임의 무게에 따라 주어져야 하지, 수익에만 관심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면 일을 그르친다.


회의는 내 주도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모델이 이미 있는 상태에서 내가 참여하는 구도이다. 그러나 나는 현실적인 이유로 여러 이사진을 제안했고, 이 이사진이 포함된 형태의 신규 법인을 제안했다. 내가 말한 현실적인 이유는 프로젝트의 진행에 들어갈 총예산이 상당히 컸고, 향후 추가될 예산을 고려하면 최소 금액은 약 9억, 최대 금액은 23억을 기준으로 1.5~2배 정도까지 볼 수 있었다.


사업에서 참여하는 사람을 늘리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서로 이해하는 바가 달라져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사업은 훨씬 정교해지고, 여러 인적 물적 자원을 획득하는데 유리해진다. 나는 핵심 멤버들과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을 넣은 포트폴리오를 제안했고, 이 제안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세상에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


회의는 45분 정도로 예상보다는 짧게 끝났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회의 내용을 정리해 채팅방에 공유하고, 다음 회의를 위한 의제를 설정해 두었다. 이제는 현지에 나가있는 K 대표님이 얼마나 좋은 조건을 이끌어 내실지가 관건이 됐다. 만약 조건이 좋지 않다고 해도 다른 형태로 이들과 함께 일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만약 좋은 딜이 아니라면 나는 문제없지만 내가 챙길 사람들을 놓쳐야 할 수도 있어 그게 걱정이다.


회의가 끝나고 어제 계약하기로 한 곳에 연락해 계약서 진행 상황에 대해 체크했다. 프랜차이즈로 급성장 중인 T 사의 시스템 개발건이었다. 이곳 사장님은 자영업 경력만 있으셔서 IT 분야나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서 잘 몰라 여러 부분이 지체됐다. 한 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신뢰하고 일을 함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입금을 기다렸지만 밤이 된 지금까지 입금은 되지 않았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오늘 끝내기로 한 작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됐다. 아참… 이 글을 쓰다 보니 한 가지 놓친 부분이 기억났다. 다시 작업으로 돌아가야겠다.



(일을 끝내고)


다시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에 나는 초전도체 뉴스를 보면서 무척 즐거웠다. 이석배 대표님의 한국어 특허 내용이 많은 과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이미 서술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트위터를 거의 안하지만 이와 관련된 유머들이 재밌었다. 소위 말하는 ‘주접 짤’들을 담아 친구들에게도 보내고, 트위터에도 올렸다. 가령 “석배님은 초전도 양탄자를 타고 강림하실 것이다.” 와 같은 말들을 하며 말이다.


일은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매번 느끼지만 개발을 하면서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문제가 있다면, 내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잘못 설정한게 아닌가 확인해야 한다. 내가 우리 직원들이 쓴 잘못된 코드를 고칠 때마다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코드를 썼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보기 좋고, 소통하기 좋은 코드로 바꿔가면 복잡해보이는 코드로 점점 간결해지고, 결과적으로는 수천줄의 코드가 수백줄로 줄어든다. 그리고 수백줄의 코드는 수십줄의 여러 분리된 모듈과 함수들을 사용해 축약되어 간결한 논리만 남는 코드로 만들 수 있다.


마음 같아선 이 모든 코드를 하루라도 빨리 다 고치고 싶지만 아주 깊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한정적이다. 집중력은 아주 귀중한 자원이고, 하루에 길게는 6시간 정도가 한계라 생각한다. 그보다 많이 집중하는 날도 있지만 다음날 아침부터 무척이나 피곤하다. 나는 꾸준하게 잘하고 싶지 하루에 몰아 붙이는 스타일로 살고 싶지 않다.


오늘은 브런치 ‘스토리’도 쭉 훑어봤다. 이상하리만치 요즘 업데이트가 많아진 것 같다. 댓글에 답변 다는 기능도 추가되고, 후원하는 것도 추가되고,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 것도 추가됐다. 내가 몇주전 했던 “브런치는 망했다.”라는 글을 브런치 개발진이 본 걸까? 갑자기 쏟아내는 업데이트를 보니 ‘그래도 카카오가 브런치를 버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브런치스토리를 내가 욕하지만 나만큼 애정있게 이 서비스를 쓰는 사람도 대한민국에서 찾기 힘들 것이다. 브런치에서 2015년부터 꾸준히 글을 쓴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전국에 100명도 안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브런치는 나 같은 하드코어 유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브런치를 만드는 현재 직원들보다 나는 더 오랫동안 이 서비스를 사용했고, 역사를 알고 있을수도 있다. 가령 브런치의 기술적인 부분들도 나는 종종 뜯어 보았고, 가끔은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나의 서비스가 성장함에 있어서 모두가 똑같은 소리만 한다면 성장할 수 없다. 음과 양이 어울리듯 응원하는 이와 비판하는 이가 존재해야 한다. 나는 반골 기질이라 언더독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브런치를 모두가 욕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이 서비스를 보호해주고 싶다. 그러나 내가 볼 때 아직도 브런치는 개선될 여지가 많고, 더 훌륭한 서비스가 되어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한 가지 이 서비스를 향해 제안하고 싶은게 있다면, 콘텐츠의 획일화가 심해지는 걸 줄여달라 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특정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을 위한 곳으로 잠식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체감상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한 단 번도 추천이 되는걸 본 적이 없다. 메인은 언제나 에세이로 도배가 되어있고, 메인 하단의 RECOMMENDED ARTICLES도 에세이로 도배되어 있다. 에세이는 좋지만 에세이가 너무 많으니 상대적으로 다른 콘텐츠를 표기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BRUNCH KEYWORD 섹션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BRUNCH KEYWORD 섹션은 언듯 보면 여러 주제에 대해 균등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우리집 반려동물’이나 ‘감성 에세이’, ‘육아 이야기’, ‘직장인 현실 조언’ 모두 에세이의 범주라 볼 수 있다. ‘글쓰기 코치’나 ‘문화 예술’ 탭도 막상 들어가서 보면 정확히 분리된 콘텐츠가 아니라 다 에세이 범주에 속하는 글들이 주제의 차이만 있을 뿐 포함된 경우가 많다. 결국 브런치는 에세이 탕이라 할만큼 에세이로 완전히 가득찬 상태다.


그러니 추천 알고리즘이나 분류 체계를 통해 에세이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인덱싱 해줄 필요가 있고, 정보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목적에도 부합하게 알고리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알고리즘은 어떤 정보를 찾던 결과적으로 에세이로 가도록 설계되어있다. 이것이 브런치스토리 팀의 의도라면 할말은 없지만 가장 비슷한 서비스이자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미디엄을 보면 훨씬 다양한 주제로 깊은 주제로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는걸 볼 수 있다.


브런치에 대한 생각은 이쯤하고, 일기를 쓰다보니 깊은 밤이 됐다. 비가 조금만 덜 온다면 밖을 산책하고 싶다. 늦은 밤 시원한 바람을 타고 강남역과 이 일대를 누비면 재밌는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그렇게 사람이 많던 곳이 텅 비어있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때로는 미친 폭주족이 과속하는 모습이나 술취한 운전자가 말도 안되는 속도로 전봇대에 들이 박는 모습, 술취한 커플이 강남 대로에 들어와 차량 사이를 걷기도 하고, 온갖 사람들이 가득하다.


한 번은 새벽 1시쯤 강남역을 지나 퇴근하던 길에 가수 K씨를 본 적이 있다. 정말 좋아하던 분이라 마음 같아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새벽 1시에 취해보이는 분에게 말을 거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매번 느끼지만 내가 사는 이곳 강남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시끄럽고, 미친 사람들과 대단한 사람들이 섞여있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놀기 위해, 데이트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달려드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하루하루 아주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아주 독특한 삶을 살고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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