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2.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 한국에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란이 있었다. 이어진 2017년부터 중국은 한한령(限韩令)을 시작했다. 한한령의 여파는 가히 어마어마해서 당시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중국에서 영업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자금이 잠기는 일도 허다했다.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서와는 무관하게 당시 사드로 피해본 사업가들과 대중무역과 연관된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놓였을까? 밥그릇을 박살 내버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까? 보수 정권에 대해서 어떤 감정이었을까?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국정논란으로 헌정 역사 최초 탄핵 대통령이 됐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에 해당할 일들이 수없이 많다. 핵심 증거라고 했던 것들이 증거 채택이 되지도 않았으며, 여전히 양 진영에서는, 그리고 진영 내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완전히 분열된 정권이다.
당연하게도 이후 정권은 진보 측으로 넘어왔고, 그리고 어느 시점부턴가 강남좌파라는 말이 돌기 시작한다. 강남좌파라... 전통적으로 항상 보수를 찍어오던 대한민국 부촌 강남 3구를 비롯해 서울에서 돈 좀 번다는 사람들이 보수가 아닌 진보 진영으로 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히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이 정치적 어젠다가 맞기 때문에 그들을 따르는 것일까.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에 있겠는가. 밥그릇이 박살 난 이들이 찾아야 할 것은 그들의 빼앗긴 밥그릇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것에 대한 더 큰 보상일 것이다. 그렇게 강남좌파의 기반이 하나 또 만들어진다.
사실 기반이라고 할만한 스토리는 많이 있다. 정치와 종교계를 통해 기반을 쌓은 부류도 있고, 심지어는 산악회를 통해서도 모인 그룹도 있으니.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나의 정치적 지향성을 가지고, 자본가들이 진보 진영에 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이를 방증하는 것 중 하나는 대중무역의 심각한 감소다. 한국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2013년도 중국 1459억 달러, 미국 620억 달러 정도로 미국의 2배 이상을 중국과의 수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한령이 한참이나 지속된 작년을 보면 2013년도보다 줄어든 대중 수출액은 1248억 달러, 대미 수출액은 1157억 달러다. 10년이나 지났음에도 미국 수출은 2배가 오르지 못했고, 중국 수출은 10%나 줄어있다. 한한령 발효 직후를 고려해 본다면 얼마나 더 심각했던 것일까.
재밌게도 이러한 역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경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과 관련된 수많은 기업들과 그 기업들의 수장들, 거기에서 사업을 하던 모든 이들은 경제로 중국과 갈등이 생기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피해를 끼친 집단과는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어떤 집단의 부를 빼앗는 순간 그 집단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도덕적으로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어떤 정권이 옳던 나쁘던 그것이 나와 내 가족과 내 사업을 건드려 위기에 빠뜨렸다면 적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보수당에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오합지졸로 돌아가고 있는 정치꼴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것일까. 서로 주고받고 가 확실해야 확실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하나의 의견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결국 계산만 확실하다면 그 정당이 어디든 상관없는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정치에 대해서 돈의 이해관계만 이야기한다면 항상 반대 의견을 만난다. 정치를 오롯이 정치로만 보고자 하는 정치적 순수론자들이다. 내가 믿는 정치는 인간의 욕망이 모조리 응축된 결과물로 보고 있다. 그 어떤 것 하나도 이해관계가 없이 이뤄지는 것이 없었고,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그들을 위해서 금배지를 유지하는 이들도 없다고 본다. 나는 정치인들을 권력을 가진 약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힘은 있지만 없는 게 많다. 없는 게 많기 때문에 거래를 해야 하고, 거래를 하다 보면 약점이 늘어난다. 결국 거대한 약점을 감추며 살아야 하는 업이 정치인이며, 그들이 하는 거래는 국가의 자금을 이용해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로비스트가 합법적이지 않지만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이러한 생리를 정확하게 이해한 집단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그들은 대놓고 정치 후원자금을 만들어 힘을 불어넣는다.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거래가 아닌 조금 더 밝은 곳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자본의 대결인 셈이다. 자본의 대결이 곧 정치의 결과로 나타나기에 선거 결과라는 것은 여론이라고 믿지 않는다. 여론은 어떤 형태로든 가공되고, 세뇌되고, 선동되고, 편집되고, 심지어는 조작까지도 가능하다 믿는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걸 하는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살고 있겠는가.
이해관계가 없이 누군가를 전적으로 후원하는 일은 결코 없다. 사업가들이 돈을 그냥 쓰는 일도 없고, 그들은 얻는 게 있어야 주는 법이다. 계산이 틀리면 그 관계는 끝난다. 앞뒤 말이 다르면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되어 반대편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게 이 세계의 룰이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 순진한 이들은 이들이 창조한 온갖 날조와 선동에 그대로 노출되어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믿고 신동하며 전파하는 광신도로 살게 된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다. 자신들이 사무실에서 만들어진 여론과 보도자료로 가치관을 구성해 왔다는 걸 마주하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믿던 모든 것은 다 짜인 각본이었고, 내가 다름 아닌 그들에게 손발이 다 묶인 꼭두각시였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