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가 더 깊게 디파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미래
얼마 전 블랙 먼데이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앤 캐리 트레이드'였다. 사실 앤 캐리 트레이드는 한국인에게는 낯선 표현이지만 일본 주부들 사이에서는 꽤 흔한 개념이었다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본은 오랫동안 제로 금리였기 때문에 대출에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예치를 해도 이자가 없기 때문에 대출한 자금을 일본 내에서 사용하기보다는 이율이 높은 국가로 보내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일본 주부들이 많이 사용했다. 그러한 배경에는 일본 주부들이 자산을 관리하는 경향도 한몫했다고 한다.
어쨌든 블랙 먼데이는 일본의 기준 금리 상승이 앤 캐리 트레이드로 다른 국가로 흘러간 자금에 압박을 주어 일본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 시대에서는 디파이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미국에서 기준금리 50 bp 인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더 크게 내려야 한다. 그렇기에 이 글은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디파이 시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글로 적어두려 한다.
디파이 시장에서는 기대 수익을 APY 또는 ARR로 표현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 이자에 가장 가까운 APY를 연 이율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현재 대부분의 APY는 크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장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대부분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디파이 시장에서 자금을 예치하고 이자를 기대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 달러를 구해 미국 은행에 예치해 두는 게 이득인 상태인 셈이다.
물론 APY는 연 이율과 완전히 매칭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자에 해당하는 Yield Token(YT)의 가치와 예치 대상인 Priciple Token(PT)의 가치에 따라 훨씬 더 큰 폭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파이 시장에서의 Yield Farming은 전통금융의 예금에 해당하기보다는 채권 투자에 가까운 성격이 있다.
다시 돌아가서 디파이의 보상 시스템이 예치의 대상이 되는 PT와 보상 토큰인 YT의 가치를 바탕으로 연간 이자를 계산한다면 토큰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강세장에는 이율이 극대화되고, 반대로 약세장에는 이율이 최소화되거나 손실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미국의 금리에 따라 각 국가의 금리가 요동치는 것처럼 디파이 시장에서의 이자 경쟁력도 미국 기준 금리를 따라간다는 점은 전체적인 시장의 방향성이 미국 금리를 기준으로 따라 움직이는 경향성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된 재밌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바로 Pendle이라는 서비스이다. 나도 이 서비스를 오늘 리서치 도중 Defilama에서 발견한 프로젝트인데, 앞서 설명한 디파이에서 제공하는 Yield Farming이 APY 형태로 예치에 대해 예치를 증명하는 Staked Token을 발행하는 것과 달리 해당 서비스는 PT와 YT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전통 금융에서 스트립 채권(STRIP BOND)과 아주 유사한 형태를 띤다.
현재 크립토 시장을 살펴보면 전통 금융에서 존재하던 여러 금융 상품들과 파생상품들이 크립토의 문법을 따라 재창조되고 있거나 또는 전통금융과 연결된 형태를 띠기도 하는(예를 들면 ETHENA)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밌게도 대부분의 금융 상품은 기준 금리에 따라 방향성이 나타나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에서도 포지션 조정이 발생하는 게 금융 상품의 특징이다.
크립토 시장에서도 이러한 니즈에 따라 포지션 조정을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품을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투자 상품처럼 제공해 주는 여러 서비스들이 나타났던 게 사실이다. Vault라는 형태로 Yield 포지션을 관리하던 Yearn이나 이보다 더 많은 상품을 모아서 제공하는 Aggregator 서비스들의 등장도 전혀 이상한 부분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크립토의 금융 생태계는 전통 금융의 문법을 블록체인에 맞춰 발전하고 있고, 그 발전의 방향은 완전한 창조가 아닌 기존의 것들을 카피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조의 어머니는 모방이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방으로 탄생한 디파이 금융 상품들은 탈중앙화 되어 있다는 점의 차이가 있을 뿐 거시적 경향성은 전통 금융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 또한 비트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형태로 요동치고 있다.
아마도 디파이 시장을 예측해 보자면 현시점에서는 금리가 높기에 공격적인 상품군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겠지만, 충분히 낮은 금리까지 내려오는 상황이 된다면 APY를 담당하는 YT의 가치를 마켓메이킹하여 초기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보는 구조로 설계된 디파이 상품이 큰 인기를 끌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것이 반복된 금융 세계의 역사라면 이러한 패턴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꽤 괜찮은 전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움직인 거대한 자금은 결과적으로 금리에 따라 더 큰 레버리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는 스트립 채권의 적정 가격을 평가하는 모델을 분석해서 이를 바탕으로 사용해 보거나 또는 스트립 채권이 아니더라도 채권의 적정 현재 가격을 역으로 추산하는 전략으로 매수, 매도 포지션을 잡는 크립토 트레이딩 전략도 분명 사용될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제 금융과 디파이 생태계는 점점 더 큰 연결성을 띄고 있다. 아마도 몇몇 대형 재단의 ETF가 발행되어 화이트 머니가 들어온다면 더 큰 관련성을 가지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이지만 반대로 의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낮추는 마켓메이킹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러한 금융적 연결점은 크립토 시장의 극단적인 가격 변동은 낮추고, 안정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진보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다만 앤 캐리 트레이드의 케이스처럼 앤의 기준 금리의 영향을 디파이 섹터에서는 디파이 자체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닌 PT와 YT의 전반적인 가격이 캐리 트레이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현재는 디파이 섹터에 2021년의 TVL만큼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2025년을 전후하여 TVL이 충분히 들어오게 된다면 더 많은 토큰의 가격이 FOMC 발표에 따라 요동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