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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14. 2024

삶의 무게보다 무거운 신념의 무게

2024. 10. 14.

나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나에겐 점점 세상이 선명하고, 단조롭게 보이곤 한다. 오늘은 책을 쓰기 위해 많은 분들에게 콜드콜을 보냈다. 내가 책을 쓰는 목적과 이유, 담고 싶은 내용을 간단한 메시지에 담아 보냈다.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었던 해외 클라이언트들에게도 리마인드를 보낸다. 그들이 매너를 지키지 않고 행동해도 크게 개이치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예의에 어긋난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정도는 대부분 스스로 알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지만 사실 부정하는 게 더 힘들다. 그렇기에 나는 무시를 당해도 딱히 신경 쓰이진 않는다.


목적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제나 선명한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다. 상자를 열기 두려워 살살 끈을 푼다고 해서 상자 안에 담긴 내용이 바뀌진 않는다. 흐린 목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목적을 언제라도 바꾸기 쉽거나 거절당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함인 듯하다. 나는 거절의 고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많은 거절을 들어도 괜찮다. 내 제안에 수락해 준 소중한 한 분 한 분이 늘어나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일을 하지 못하게 돼도 괜찮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오히려 더 좋은 만남을 위한 행운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나는 오늘 그렇게 행복하게 보냈다. 평소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던 대표님과 약속을 잡았다. 한국에 몇 안 되는 빛 같은 분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좁고, 험한 길을 걷는 이들이 나는 좋다. 그들이 가진 어깨의 무게를 볼 때면 그들이 가진 신념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한참 방황하던 시기에 내 마음은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닻이 되어줄 신념이 부재했을 때였다. 닻이 부재할 때는 하나하나가 내가 정박할 곳이 되어줄 것처럼 보였다. 부유하면 그곳에 정착할 것 같았고, 사랑을 찾으면 정착할 것 같았고, 좋은 서비스 하나를 만들면 그곳에 정착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이 정착하기 위해선 큰 파도에도 요동치 않은 거대한 닻, 거대한 신념이 필요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찾고 고르는데 인생의 많은 시간을 썼을지도 모른다.


우스운 말이겠지만 나는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이들을 어둠 속에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수천 톤의 로켓을 우주로 보내고, 돌아온 발사체를 회수하는 기적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개발자들의 토론장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발견들도.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만 보고 있는 역사의 흐름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 같지만 구름이 멈추지 않고 흐르듯 세상은 변화한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들은 선명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나는 누구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은가. 내가 이 땅에서 잠시 숨 쉬는 순간을 어떻게 남기고 갈 것인가. 내 방식대로 도전하고, 거절받고, 다시 도전하고, 거절받는다. 다시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도전하고, 실패한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이 모든 것이 강해져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패가 내 영원한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거절이 내 인생과 삶이 부정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이야 말로 가장 인간다운 길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바보처럼 도전하며 꿈을 꾼다는 것.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신념이 가슴에 담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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