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4.
작년 초쯤이었나. 페이스북에 모든 친구를 삭제하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모든 팔로우를 끊어버렸다. 최근엔 비즈니스 때문에 링크드인을 쓸 일이 많아서 쓰고는 있지만 이것도 1년 정도만 사용하고 모조리 지울 생각이다. 나는 사람들의 급 나누기가 참 꼴 보기 싫었다. 행사장에서 발표하고 나면 받는 명함이 몇 개일까? 수십 장씩 받는다. 잘 보이려고 아부 떠는 인간들이 한 트럭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면 어떨까. 내가 설령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한들 급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는 인간들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 참 꼴 보기 싫은 한심한 부류다.
사회는 좁다. 드라마에서 종종 나왔던 지하철 역에서 부딪힌 남자가 알고 보니 회사의 중책이 되는 경우는 실제로도 발생한다. 예의를 갖춰서 말을 걸면 예의를 갖추는 게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그게 귀찮다면 비즈니스를 하면 안 된다. 이건 마치 고급 식당의 주방장이 귀찮다고 매번 손을 닦아야 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요리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런 당연한 것도 알려줘야 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런 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나 나오는 분들만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인맥을 줄이는데 언제나 집중하고 있다. 넓어진 인맥이 중요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어중이떠중이. 나와 인간적 유대도 없는 인간 100명, 1000명이 있다고 해도 효용성이 있을까? 그래서 난 항상 줄여오고 또 줄여간다. 그리고 중요한 사람들에게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렇게만 해도 내 시간은 촉박하다.
거절의 예의를 알고 있는 사람. 이래저래 둘러대는 사람. 아예 침묵하는 사람. 읽고도 무시하는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먼 훗날 다시 보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들은 보통 쥐구멍에 숨는 쥐처럼 숨는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본인이 알고 있고, 본인이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죄책감을 주는 이들을 미워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깨끗한 손으로 악수를 청한 사람이 도리어 잘못된 사람이 된다는 것이. 그게 급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나 하는 인생의 패턴이었다.
그래서 나는 링크드인이나 기타 서비스도 더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 오면, 모조리 삭제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그들'이 만든 서비스에 대해서 유쾌한 감정이 없다. 그저 어쩔 수 없는 관습 정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런 모든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질 1년 정도의 시간과 함께할 사람들 단 10명이면 족하다. 그거면 세상을 바꾸고도 남으리라고 믿는다.
어쩌면 먼 훗날 이 서비스도 어떤 결말에 이를 때쯤이 된다면 이곳에 올린 모든 글들도 다 없애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참으로 역겨운 세상이었다. 알면 알수록 그 어떤 존경심도, 그 어떤 존중도 없는 돈에 귀신 들린 이들이 발버둥 치는 아비규환 같았다. 사기꾼은 본인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본인이 선하다 주장하는 이는 정말로 본인이 선하다 믿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악수를 청한다면 그것은 내가 그보다 뛰어난 존재라는 의미인가. 참 웃긴 일들이다. 도저히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