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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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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03. 2024

김밥 한 줄

2024. 11. 3.

서울의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의 빈자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녀보면 하루하루를 연장하며 살아가는 노인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하루를 추적해 보면 어떨까. 대부분의 식사는 무료로 제공되는 곳에 의존하거나 몇몇의 분들은 폐지를 줍거나 무료로 먹을 것을 준다는 집단을 따라다닌다.


무료로 먹을 것을 주고, 2~3만 원 정도 쥐어준다면 노인 분들은 어떻게 할까. 하루종일 무료하고 돈도 못 버느니 그들의 말을 듣고 따라다닌다. 탑골공원에서 시작한 여정은 서울 이곳저곳을 채운다. 가난하고 나이 든 이들을 3만 원의 돈으로 하루종일 원하는 대로 사용한다. 10명을 동원하는데 30만 원, 100명에 300만 원. 물론 이제는 이 정도 돈도 주지 않는 곳들이 많다. 하루 먹을 수 있는 떡 조금과 음료수 하나 정도. 아니면 김밥 한 줄 정도로 하루를 산다. 그렇게 되면 앞서 말한 돈의 1/10로도 사람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사실 이들의 몸값은 김밥 한 줄 만큼 저렴해졌다. 왜냐면 과거에 2~3만 원 주던 집단을 찬양하는 지경까지 왔으니 말이다.)


2023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서울의 인구 940만 명. 그중 소득 하위 10%라고 하면 94만 명이나 된다. 100만 명에 가까운 거대한 인구다. 이들의 생태계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보는 서울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법망의 밖에서 일을 진행하는 이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가난한 노인이라도 잘 곳이 필요하고, 집이 필요하다. 판자촌과 고시원에라도 살기 위해선 하루에 만 원은 벌어야 한다. 그저 쥐어짜고 쥐어짜서 버티는 한 달의 30만 원.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20~30대의 청년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돈만 쥐어주어도 쓸 수 있고, 그들의 간절함을 이용할 수 있다. 생존이라는 간절함으로 돈 없고 가난한 노인들은 서울의 이곳저곳에서 시위하고, 홍보하고, 전단지를 돌리고, 분개하며, 알아듣지 못할 다단계 교육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천 원짜리 몇 장으로 고용한 사람들 중 만 명의 한 명이라도 속는 사람이 생기면 성공이다. 어르신들을 보고 딱하게 여겨 그들이 권하는 장소에 가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듣고, 따르게 되면 몇 천 원으로 몇 만 원. 몇십만 원의 부를 창출하는 더러운 사회 구조가 완성된다. 이게 옳은 것일까. 어찌 되었던 죽어가는 이들에게 김밥 한 줄이라도 주니 좋은 일일까. 그들에게 나눠준 김밥은 선량한 피해자의 삶으로 번 돈이었다는 게 참으로 기괴한 일이다.


그렇기에 악인을 찾는 것은 참 쉽고, 사회의 어두운 면과 비정상적인 일들도 놀랄 것이 없다. 우리 곁에는 하루하루가 낭떠러지 절벽 끝에 있는 이들이 티 내지 않고 살아간다. 사람에게 내일이 없다면 오늘을 어떻게 보내라 명할 수 있을까. 


언제나 악마는 간절한 욕망이 있는 이들을 속이기 쉽다. 이미 충분한 돈, 여유, 고민할 게 없는 사람들에게는 김밥 한 줄을 줄 테니 하루의 시간을 달라는 소리가 어처구니없는 소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삶의 구원자처럼 보일 것이다.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천사. 하지만 그들은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이고, 악마들은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번다. 그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속는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번다. 그들을 없애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관심 없다. 성경에도 그랬지. 세상이 망하는 날까지 가난한 자는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그들을 이용하는 자들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고, 그들을 대적하는 자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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