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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19. 2024

극단적 진실주의자

2024. 11. 19.

만약 당신이 앞으로 그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당신이 뱉은 말에 대해 100%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 지키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불 보듯 뻔하게 당신의 신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사람들은 온전히 당신을 믿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의 힘을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건 말의 힘이 아니다. 말을 지키는 행동이 말에 힘을 더하는 법이다.


극단적으로 진실되게 산다는 것은 그렇기에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결코 진실될 수 없다. 본인의 감추고 싶은 모습이 한가득이기에 그 모습을 보이느니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 감출게 없이 밝혀진 선명한 진실은 사람을 극단적으로 강하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하루 종일 회사에서 다른 동료들과 고강도로 일하고, 다시 그다음 날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1년 2년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떨까? 모두가 당신의 진실을 알고 당신이 밥 먹고 나서 식곤증을 느낄 때의 모습도 알고, 출근할 때의 표정과 목소리도 알고, 발걸음과 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안다. 극단적으로 진실하면 그 진실의 증거는 차고 넘친다. 모두가 나의 증인이 된다.


반면 감추고자 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초라해진다. 자신의 행동과 과거를 둘러댄다. 변명한다. 회피한다. 말을 바꾼다. 역정을 내고, 분개한다. 감추고 싶은 과거가 드러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거짓으로 만들어낸 과거라면 그 값을 치르는 것에 불과하다. 사채를 당겨 쓴 것처럼 거짓된 허영으로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면 죽기 전에 값은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진실에 뿌리를 두지 않고 세운 열매를 먹었으니 이제 그 값을 치를 차례인 것이다.


말을 지키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거짓말을 결코 하지 않는 것. 완전하게 진실된 삶을 사는 것. 가장 힘든 길이지만 가장 단단하고 견고한 길이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구설수가 늘어나는 것은 깨끗하지 못한 이들과 어울려 감추고자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그렇다. 반면 견고하리만치 단단한 인품을 가진 이들은 설령 구설수에 올라도 모든 군중이 일어나 그를 보호한다. 수많은 미담과 탄원이 그를 지켜주기에 그 어떤 권력도 쉽게 흔들 수가 없다. 부패하고 강력한 자를 무너뜨리는 일이 어려워 보이지만 무결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일이 더 어려운 법이다.


외롭고 힘든 길을 걷는 자는 스스로가 등불이 되어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밝은 길이라 생각하지만 그곳은 어두운 길이다. 많은 이들이 적당히 감추고, 편집된 인생으로 자신과 타인을 속이지만 실체를 보면 얼마나 초라한가. 우리는 실체를 알면 알수록 두렵고 대단한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실체를 알면 알 수록 초라한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버전의 사람으로 살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극단적으로 진실되게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 허물까지도 나라고 인정하며, 내 과오와 책임도 온전히 짊어진다. 죗값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동시에 사람 안에 감춰진 가장 위대한 힘도 함께 뿜어낸다. 진실함은 가장 거대한 빛과 같고,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볼 때 타인에게 위대함을 느낀다. 진실함은 위대함과 닮아있고, 진실함 속에 쌓아 올려진 삶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인물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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