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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이 문제에 관심이 생겼을까?

by Will


IMG_7606 2.HEIC 한 달 전에 지도교수와 토론했던 것인데, 지금보면 틀린 말들뿐이다.


한 3년 전이었나, 브라운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Muskat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처음에는 들어도 무슨 문제인지도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매우 어려웠던 문제였다. 한국에서는 하는 사람이 없기도 했고, 이 방정식과 관련된 수학도구의 역사가 워낙 방대했기에 당시에 나는 고전적인 타원형방정식이나 포물형방정식 이론만 알고 있던 사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계속 많았다. 우리학교에 세미나 초청받은 사람들 중에 이 주제의 정칙성을 다루는 발표도 들은 적이 있고,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학교에만 세 명이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들을 기회도 많았다.


이 문제가 신기하게 느껴진 이유는 여러가지였는데, 하나는 유체의 경계면을 기술하는 방정식이기에 유체의 속도장과 압력장, 그리고 경계면의 시간에 따른 발전까지 연구해야하는 복잡한 방정식이지만, 매우 좋은 대칭성 덕분에 유체의 경계면에 관한 편미분방정식만 풀어도 된다는게 신기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당시에 우리학교에 있던 Susanna Haziot 박사의 강연을 듣고 지도교수님이 나를 이메일로 cc를 걸면서 Haziot 박사와 Pausader 교수와 토론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은걸 계속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이 방정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토론을 이해하기에는 쉽지도 않았었지만, 적어도 이 방정식에는 내가 그간 공부한 모든 수학도구를 총동원해서 풀어야 한다는 매력이 있었다. 아마 여러 분야가 겹쳐서 발전한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내가 몸으로 느껴서 그랬던걸까? 뭔가 이 문제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세 번째 이유는 이 앞선 토론을 나중에 이해하고나서 였다. 이 방정식은 열 방정식처럼 포물형 방정식임에도 불구하고, 유체의 경계면이 '건조한 영역'과 '유체의 영역'의 만남에서 이루어진 상황이냐 아니면 기름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에 있을 때에 따라 방정식의 해의 특징이 매우 달라진다. 열 방정식과 같은 포물형방정식은 일반적으로 초기조건이 나빠도, 정칙성 덕분에 해가 부드러워진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는 전자의 경우에는 경계면이 90도 미만인 예각인 초기조건을 준다면, 그 각도를 짧은 시간동안 유지하다가 평탄해진다. 그러니까 정칙성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Susanna 박사와 Pausader 교수가 경계면에 그런 나쁜 조건을 주더라도 바로 해가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나에겐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고, 뭔가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운에 오고나서, 고전적인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주제를 어느정도 마무리한 후, 지도교수에게 이쪽으로 뭔가 파보자고 제안을 했고, 이 이상한 현상은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을 했었다. 앞에서 말한 문제는 모두 표면장력 효과를 무시한 방정식이라, 이 이상한 현상은 물리적 모델에서 기반하지 않아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부하자고 선언을 했고 이를 위해서 작년 9월에 학교 학생들, 포스트 닥터 대상으로 이 주제를 중심으로 집중강연을 열었다. 매주 강의안을 준비했고, 논문 두 개를 바탕으로 분해를 할 정도로 강의를 준비했다. 그 강연덕분에 문제 하나를 Pausader 교수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지도교수하고는 처음에 하고 싶었던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고,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 해결했다. 이제 논문으로 정리하는 단계다.


이걸 공부한게 어떻게 보면 브라운 대학교의 한 학파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던 거였다. 원로인 Walter Strauss 교수는 오랜 세월동안 Water Wave 방정식을 연구했고, Walter Craig라는 수학자가 브라운에 있었을 때 Dirichlet-Neumann 연산자를 바탕으로 Water Wave를 연구하는 방향을 만들어냈다. 그 주제의 최고 전문가인 Thomas Alazard가 브라운에 와서 강의를 한 적도 있고, 지도교수인 Hongjie Dong은 이 주제로도 논문을 한 두어편 쓴 적이 있다. 더불어 내가 학회에 갔을때 만난 Paco Gancedo 교수는 이 문제에만 20년을 연구한 사람이니, 조금씩 대화를 하다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공동연구하는 Benoît Pausader 또한 이 Dirichlet-Neumann 연산자를 바탕으로 water wave를 연구하는 역사적인 논문도 써왔으니. 이 주제로 들을 이야기가 참 많았고,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결국 내가 이 문제에 관심가졌던 것은, 물리적 현상을 수학으로 기술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한 커뮤니티에서 무엇을 배우고 갈 것인가를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보니 이렇게 연구주제를 잡았던거 아닐까 싶다. 이제 문제를 다 풀어내고 정리하는 단계다. 어떤 불안감과 위기가 발생할 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풀면서 내가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은지 조금 더 명확해진 것 같아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한 일년 반 잡으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 지 지도교수랑 계속 토론을 해왔는데, 노트들을 지금 다 보니 틀린 아이디어들이 많았지만, 실패를 바탕으로 더 정확한 직관을 얻어가며 문제를 풀어나갔구나 싶었다. 고통스럽지만, 이런게 또 수학을 하는 재미이기도하다.


IMG_7612.HEIC 직관은 맞으나 수학적인 디테일은 틀린 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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