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여러모로 바쁘기도 했고, 나 자신의 새로운 발견을 했던 한 해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알게되었지만 그만큼 알고 지냈던 사람과도 멀어진 한 해였다.
3년전에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문제를 하나씩 밟아 올해 말에 거의 다 풀었다. 그간 논문도 많이 썼지만, 이번 문제를 풀면서, 적어도 수학자로서 내가 무엇인가 기여했다는 마음이 드디어 들었다. 그간 출판때문에 마음 졸였던 3편도 출판되었고, 공동연구했던 문제도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고, 그로부터 할 수 있는 문제들을 많이 들고 있다.
그간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내가 살아가는 에너지를 열등감을 동력으로 해석하려고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지만, 어떻게 말을 하진 못해왔었다. 연극, 뮤지컬, 소설 읽기, 에세이 쓰기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진 한 해였고, 그것 덕분에 나 자신과 화해를 했고, 이젠 누가 나에 대해서 판단하는 화법을 구사해도 덜 신경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가 한 공동체에 대한 봉사에 대해서는 고마움만 표현하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사람은 3년간 딱 한 명만 봤다.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도 아이디어도 있지만, 그걸 실현하기에는 힘도 부족하고, 열정도 이젠 많이 없어졌다.
중간에 사관학교에 있던 시기 3년을 제외하고는 22년을 학생으로 살아왔는데, 내년에는 그 학생신분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질주가 남았다. 13년 전에 한 교수님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정진하는게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해외로 나온 이후부터 12월을 좋아하지 않는다. 캠퍼스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세계만 바라보는 그 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한건 여전히 아쉽다. 바빠진다는 이유로, 아니면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때마다 아쉽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즐거움이 있길 바랄 뿐이다. 사실 이젠 더 단단해지는 것도 지쳤다. 그렇지만 몇 사람들에게 연하장을 쓰면서 12월을 맞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