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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논문작성? 사람의 고유한 활동은 무엇인가?

by Will


관련 아이템을 찾긴 어려운데, 페이스북이었나 링크드인이었나. 논문 참고문헌을 체크하는 과정부터, 모든것까지 다 AI가 써주는 툴킷을 만들었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AI를 이용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까지는 이해할지언 논문을 쓰는 행위까지 돕는다는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수학논문을 쓰는 과정을 시와 소설을 쓰는 그 중간이라고 생각한다. 설명을 해야하지만, 군더더기를 최대한 덜어내야 하고,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간파해서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문학글이지만, 문학글처럼 우아한 논지전개와 함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를 잘 담아서 사람들에게 가닿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었던 최고의 논문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러했다. Vlliani-Mouhot의 Landau damping 논문을 통해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생각들을 쌓아올렸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더불어 논문을 시작하기전에, 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토론을 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름들을 쓰고, 그 중에서 도움을 특히 많이 받은 사람들에 대한 찬사까지 한다.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한 언어를 만드는 과정은 한 명의 천재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다. 더불어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관점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서, 후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면에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Leray의 1934년의 논문 Sur le mouvement d'un liquide visqueux emplissant l'espace 도 좋아한다. 물이 흐르는 과정을 기술하기 위한 여러 공학자들과 수학자들의 노력을 설명하며, 유체를 설명하는 모델이 어떻게든 맞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난류해라는 개념(현재는 약해라고 부른다)을 제안했고, 그 개념에 맞는 해를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 건설했다. 그리고 이 난류해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서 분석한다는 면에서 매우 훌륭한 논문이다. 거의 90년전에 쓰여진 논문이지만, 그가 문제를 생각해온 과정을 추론할 수 있고,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상 지금의 편미분방정식 이론은 이 논문에서 만들어진 철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탠포드에서 AI 관련 리뷰를 도와주는 사이트가 생겼다고 들었다. 논문 pdf을 올리면 AI가 리뷰해주고, 피드백을 해준다는 사이트다.


https://paperreview.ai


아마도 AI쪽 컨퍼런스 논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보니 이런 툴킷까지 생긴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인류가 스스로 망가지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논문을 쓰는 행위만 할 뿐, 비판적 성찰도 줄어들고 있고, 글들이 비슷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짜피 90%의 논문은 다 잊혀진다. 어떻게 하면 유의미한 글을 쓸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한다고 외쳐봐야 publish or perish(출판 아니면 소멸) 문화의 흐름을 넘어선 시대에 무슨 말이 통할까.


내가 요즘 그래서 문학이 더 끌리는거 같다. 어떻게 하면 가닿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고민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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