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학과 내부 세미나에서 지난번에 연구한 논문에 대해서 한번 발표를 하기로 했다. 애초에 청중이 수치해석, 조합론, 해석학, 통계학, 확률론 등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논문을 찾다 보니 흥미로운 수치해석 실험들을 많이 찾았는데, 그걸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기대를 안 하고 클로드에 물어봤는데 코드를 생성했다. 기존에 알려진 코드나 수치해석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
나랑 웬루이는 이걸 보자마자, 와 이거 너무 이쁘다. 잘 만들었고, 우리가 관측하지 못한 수학적인 현상을 어떻게 하면 더 잘 기술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 해결하면, 아마도 내가 지금 스크린샷으로 찍은 현상을 수학적으로 어떻게 엄밀하게 기술할 수 있을지 연구해볼 듯 하다. 어떤 논문을 읽을지 알고 있고, 웬루이에게도 그 부분을 한번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근래 AI가 지식노동자, 특히 과학자들에게 많은 위협감을 주는 건 사실이다. 아마 내가 수학자라 다른 방식으로 현재 현상을 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몇몇 거대 연구팀이 사용하는 AI 리소스가 있고, Gemini Deepthinking 모드가 생각 이상으로 성능이 좋다고 브라운에 있는 교수님들에게 듣고 있다. (이 분들은 현재 컴퓨터로 수학문제 푸는 것에 최전선으로 기여하고 있는 분들이다) 나도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인데, 주로 내가 쓰는 에세이, 그리고 평소의 생각에 대한 점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시선을 찾는데 사용하고 있다. 수학으로는 가끔 Lemma를 내 손으로 증명은 할 수 있겠는데, 그 증명을 내가 하기에는 번거로울 때 한 번 아이디어 체크차 사용한다.
그러나 이 분들도 말했던게 이 컴퓨터들이 제안하는 전략들 중 많은 부분은 과거 자료들의 재조합이고, 인간이 그간 못 봤던 데이터들의 결합을 제안하는 것이고, 수학이 요구하는 증명수준에 도달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고 언급한다. 이건 알고리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불어 내가 하는 수학은 재수없으면 50페이지에서 70페이지를 증명해야하는데, 그걸 컴퓨터에 맡길 수 있는 리소스 한계도 있다. 결국 대다수는 사람이 해내야 한다.
Lean으로 그걸 보안하겠다는 시도들도 많지만, 그걸 적용할 수 있는 분야도 한계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근래 AI가 코드를 쓰다보니,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으로 코드를 쓰지 않아 읽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Lean 라이브러리는 교차검증이 가능한 플랫폼이지만, 문제는 이 언어를 기반으로, 다른 독자적인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잘못된 가정으로 만들어진 수학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더 중요한 건 문제에 대한 호기심을 잡는 건 사람이지, AI가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게 아니다. 내가 유체문제나 우주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근래 더 생각을 해 봐도, 논문 하나 더 잘 써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니다. 물리적 실체는 존재하나, 인간이 다루고 있는 언어의 한계가 명확해서, 그 언어를 만드는 데 더 기여를 하고 싶다는 게 하나의 이유다.
또 하나는 나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태어났는지,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안 멈춰지는지 (특히 AI가 생긴 이후 인지부하가 더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일들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내가, 끊임없는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수학이 좋아서 10년을 이 일에 임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핵심 주제와 질문을 하나씩 찾는다. 그 질문을 어떻게 풀어낼 지 AI에 물어보면 답은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답을 풀어내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평범한 틱톡 챌린지 밈이 될 수도 있다.
수학자, 과학자의 역할을 '문제 푸는 사람'이라고 한정지으면 그만큼으로 사는 거다. 지금의 트렌드는 이젠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서사에 관심이 있고, 그 서사를 어떻게 풀어가고, 실체에 가까운 질문과 서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내온 지 벌써 70년이 지났다. 2000년 초에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그 영화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영화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톨킨이 프로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전달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의 그 장엄함은 AI는 흉내낼지는 몰라도, 톨킨이 그 소설을 만들었을 때 그 강한 의지로 세계를 만들어낼 생각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아마 50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거라 믿는다.